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忍苦 실은 페달… 구르는 두 바퀴엔 벗튕기는 無慾
인향천리<8> 경주 시민자전차상회 오현환씨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3월 14일(월) 11:36
ⓒ 경북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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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환씨가 수십년 동안 사용해 온 기름때 묻은 공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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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自轉車)는 바퀴 두 개로 구성되어 사람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계라고 부른다. 우리가 올라탄 인생이라는 자전거의 안장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삶의 두 바퀴를 굴려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40여년 동안 자전거 수리공으로 몸 담아온 장인을 만나 그의 삶을 밀고 끌어온 온 두 바퀴를 들어 봤다.

"그때 당시 돈이 없어서 만든 양철 간판이 벌써 40여 년이 흘렀네. 형편이 안 좋아서 시작했던 자전거 수리가 이제 몸에 배여 이 일이 없으면 심심해. 점포 문을 열어 놓으면 하나 둘 사람들이 찾아오는 즐거움에 일을 하고 있지"
  경주시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거 수리점 중 하나인 시민자전차 상회(경주시 황남동)의 오현환 주인(67세).
 시민자전차 상회는 경주시내에서 내남사거리를 지나 오릉 근처에 가면 '응답하라' 1970년대의 드라마 속에 나올 법 한 향수를 자극하며 이 동네 골목길 모퉁이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2010년 경주를 배경으로 방송된 드라마 '난닝구'의 촬영 배경이 될 만큼 옛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 10일 기자가 찾아간 이곳은 수십 년의 세월을 버텨온 것을 증명이나 하듯 '자전거'도 아닌 시민 '자전차' 상회라는 글씨도 알아보긴 힘든 녹이 슬어 바랜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간판 아래 나즈막한 1층짜리 점포 문 옆으로 오른쪽엔 때를 탄 폐타이어가 수북이 쌓여있다. 또 왼편에는 수리가 필요해 보이는 낡은 자전거 십여 대가 순서를 기다리듯이 비스듬한 자세로 세워져 있다.
 점포 안으로는 조이고 풀어온 수십 년 인고의 세월을 자랑이나 하듯 기름때가 묵은 특별한 공구들이 눈에 띤다.
 오현환씨가 그동안 수리를 하면서 직접 개발한 페달이 휘어졌을 때 바로 잡는 도구와 바퀴알루미늄 휠을 바르게 잡아주는 공구, 기어를 풀어주는 공구 등이다.
 그는 공구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이것이 자전거 심부를 풀었다 조였다 하는 조시도리, 넛트를 푸는 복수다마, 휠을 조정하는 후이도리, 전기를 충전하면 자동으로 바람을 주입시켜주는 콤프레쓰, 펑크가 나면 필요한 빵구통 등의 공구"라고 설명한다.
 오현환 씨의 시민자전차 상회는 그가 점포를 열었을 때 수십 년 지기 친구가 시민의 발이 되어 주라는 뜻에서 상호를 지어주었다고 한다.
 오씨는 국민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자전거 수리공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가 남들과 달리 자전거에 흥미를 가진 것도 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유년시절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최선의 선택이었을 수 도 있다.
 국가유공자인 오씨는 1970년대 해병대소속으로 월남에 참전했고 제대 이후 자신의 숙련된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점포를 열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시민자전차상회는 42년 이라는 세월을 지켜오고 있다.
 오씨에게 "그동안 수리하신 자전거가 몇 대 정도 될까요?"라고 물으니 그는 "한 십만 대는 넘지 않을까. 허허"라고 소탈하게 웃는다.
 그 시절 경주 뿐 만아니라 자전거가 운송의 주요 수단으로 쓰이던 70년대부터 80년대 중반까지가 시민자전차상회의 황금기였다고 한다.
 등교하는 학생, 회사원, 공무원, 농민 등 모두가 자전거를 용이하게 쓰던 때이다. 그 덕에 오씨의 점포는 대로변에 큰 점포를 내고 수백 대의 자전거를 들여다 놓을 정도로 장사가 잘되었다고 한다.
 1995년에는 포항제철사원용 자전거 1000대 납품요청에 기술자로서 경주사람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아 일하기도 했을 정도이다.
 그에게 시민자전차상회의 에피소드를 하나 말해달라고 물었더니 "여러 가지 웃지 못 할 이야기가 많은데…"하며 기억을 회상한다.
 그 중 하나는 75년경 한 남자가 안강에서 훔친 자전거를 팔러 왔다가 주인이 이 사실을 알아채곤 신고해 파출소에 잡혀 갔단다. 어떻게 절도범인지 알았냐고 하자 "그야 직감적으로 보면알지. 고물상 대장에 기록해야 하니깐 훔친 경우엔 쭈볏 거리기도하고 신원이 밝혀 질까봐 아예 도망가기도 하지"라고 말했다.
 파출소에 신고한 덕분에 경주경찰서에서 모범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후 절도범이 큰 돌멩이 두개를 점포에 던져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 마음고생도 겪었다고 했다.
 시민자전차 상회의 양철 간판에 녹이 슬듯, 점포도 쇠락해 갔다.
 90년 말 1가구 1자동차 시대 등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자전거의 인기는 시들었고, 그나마 유지해 오던 자전거 판매도 저가의 중국산 자전거로 인해 가격경쟁에서 밀려났다.
 최근 자전거 붐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그 또한 소비자들이 인터넷 구매를 선호하는 탓에 하나 둘 오래 묵은 오씨와 같은 자전거 점포들이 사라지고 있다.
 오씨에게 "경주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많이 하는 자전거 대여는 왜 안하느냐"고 묻자 그는 "이곳이 터미널하고도 멀어 대여할만한 좋은 목도 아니고 자신이 잘하는 건 자전거 수리"라고 손 사례를 친다.
 이러한 여건 탓에 오씨의 점포에서 자전거 판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굳이 지인이 부탁할 경우엔 일부 조립된 제품을 완성해서 팔지만 수지가 맞지 않는단다.
 동네 주민들에게 가벼운 수리는 공짜로 해주고 기름도 쳐주고 타이어 바람도 주입해주고 큰 수리라고 해도 부속 값 정도만 받고 있다.
 이름 그대로 명맥만 유지한 지 오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씨가 점포를 손에 놓을 수 없는 것은 이곳을 찾아오는 동네 친구와 마을 사람들 때문이라고 한다.
 모퉁이 길목에 있는 가게를 지나며 오고 가는 동네 주민들의 인사에서 부터 말동무가 필요해 들리는 어르신들까지 이곳은 마을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퇴직한 친구들을 위해 술도 한잔 나누며 시름도 덜어주고, 공사 일을 하는 지인의 상호를 점포 창문에 새겨 무료 광고도 해주고 있다.
 그는 또한 황남동 자율방범대, 새마을지도자, 자연보호, 바르게살기 운동에도 참여하는 등 봉사활동에도 부지런하다.
 오씨는 슬하엔 2남을 두고 있다. 출가한 큰 아들은 부산에 있는 학교의 교직원으로 재직 중이며 작은 아들은 전라도 여수에 있는 한 병원의 정형외과 전문의라 했다. 두 명의 예쁘장한 손녀를 둔 그는 행복한 할아버지 였다.
 오늘 하루 매상을 묻자 그는 2만원도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욕심 없는 표정을 짓는다.
 그는 "빵꾸 1번에 오천원 2번이면 만원이야. 친구들하고 즐길 수 있는 막걸리 값만 벌수 있으면 그 걸로도 이 일에 감사하고 보람을 느껴. 허허…"라며 소탈한 웃음을 보였다. 장성재 기자 blow@kbyn.co.kr
 사진 최병구 기자 cbg@kby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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