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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여의도에 입성한다면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3월 10일(목) 11:23
↑↑ 황재훈<연합통신 논설위원>
ⓒ 경북연합일보
온통 인공지능(AI) 얘기다. 구글의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이 서울에서 가질 세기의 바둑 대결은 일반인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단숨에 올렸다.
 언론 매체마다 9일부터 5차례에 걸쳐 펼쳐질 대국 결과를 예측하고, 기술의 진보가 인류에 몰고 올 파장과 미래를 점치기에 부산하다.
 대국이 끝난 뒤에는 인공지능과 인간 간의 공존과 대립 같은 근본적 문제에 대한 고민과 탐색은 한층 깊어질 것 같다.
 인공지능이 몰고 올 변화에는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한다.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직업의 미래' 보고서는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2020년까지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총 71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대신 2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 세상 직업의 절반이 20∼30년 후면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곳곳에서 이미 인간을 위협 중이다. 지난달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피닉스오픈 프로암에서 골프 로봇 엘드릭(LDRIC)이 16번 홀(파3)에서 불과 다섯 번 시도 만에 홀인원을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를 5차례 수상한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한 명인 리오넬 메시는 일본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로봇 골키퍼와 대결했다. 로봇은 메시의 슛을 3차례 중 2차례 막아냈다.
 인류사를 되돌아보면 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산업패러다임이 한순간에 도래한 경우가 무수히 많았다. 농사에 흔히 쓰이던 말과 소는 트랙터 도입으로 사라졌고, 진공관에서 시작한 전자공학 혁명은 트랜지스터와 초고밀도 집적회로의 발명으로 이어지며 많은 직업과 기업의 부침을 이끌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량이 운전기사를, 상품을 배달하는 드론이 배달근로자를 실업자로 만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언론계에도 로봇저널리즘이 등장하고 있다. 증권시장 분석이나 야구 경기 결과를 로봇이 기사로 작성하는 실험들도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이 더 발전한 미래에 등장할 제2, 제3의 알파고가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은 어떨까.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물론 공상과학 소설에서조차 좀처럼 나오기 힘든 얘기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당 지도부나 권력자 뜻에 따라 하루아침에 입장을 돌변해 거수기 역할을 하고 허구한 날 싸움만 벌이는 우리 현실을 보고 있자니 차라리 똑똑한 인공지능이 정치를 못 할 이유도 없다는 상상을 해 본다.
 고대에서 근현대까지 최고로 꼽히는 제왕과 여러 지도자가 자신들의 나라와 백성을 어떻게 이끌었는지 동서고금을 뛰어넘는 풍부한 데이터를 입력하고, 사사로움과 정에 치우치지 않으며 공정하고 투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알고리즘만 지원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나은 정치와 통치 행위를 펼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은 단순한 망상일까.
 실제 미국에서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IBM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을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캠페인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IBM과는 전혀 무관한 '왓슨2016재단'이 주도하는 이 캠페인에서 왓슨 옹호자들은 인공지능이 광범위한 정보를 평가해 교육에서 외교정책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에 대해 투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 정치인들의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이기적인 포유류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 인공지능 대통령·정치인은 진정한 이타적 존재가 될 것이며, 로비스트나 특정 이익집단, 개인의 욕망에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펼친다.
 물론 왓슨이 대통령이 될 리는 없다.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를 제외한 어떤 이도 대통령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는 미국 헌법이 바뀌지 않는 한 그런 일이 생길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다만 인공지능 대통령 캠페인까지 등장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현실에 대한 큰 불만이 투영된 것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진전하더라도 창의성 영역만큼은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데 이 말은 창의적인 일을 못 한다면 차라리 인공지능 컴퓨터나 로봇이 인간보다 충분히 나을 수 있다는 얘기와 통할 수 있다.
 지금 불고 있는 인공지능 발전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열풍을 세기말이면 잠깐 나왔다가 사라지곤 했던 종말론과 같다고 비유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여의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후진적 정치행태가 계속된다면 공상과학 소설에 나올법한 얘기가 미래에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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