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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률 1위 한국…자살자 95%, 정신질환 겪어
<'우울증' ④ 우울증과 자살>
자살자의 80% 우울증 동반…정신질환자 자살률 3∼12배 높아
핵가족화 따른 심리적 공허함·늘어나는 독거노인 등 문제 기인
"환자 10명 중 8∼9명은 누군가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3월 07일(월) 19:09
↑↑ 이광헌 경상북도정신건강증진센터장ㆍ동국대경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경북연합일보

2014년 OECD 국가별 평균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2.1명이며, 우리나라는 27.3명으로, 2위 일본의 19.1명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상북도의 자살률은 28.4명으로 전국 평균을 상회하여 대책이 시급하다. 지역별로 영양이나 고령 등의 농촌 지역 자살률이 높았으며 특히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자살률이 가장 높아 51.9 명으로 보고되어, 농촌지역 노인들의 자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살은 우리나라 전체 사망원인 중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다음으로 4번째 높은 요인이며, 10대에서 30대 사이에서는 자살로 인한 사망이 가장 높은 요인이고, 40-50대에서는 암에 이은 두 번째 사망요인이었다. 성별에 따라서는 자살시도는 여성이 2배 많았지만, 남성이 치명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로 성공률은 2배 높았다. 2015년 경찰청 발표를 보면 자살과 가장 관련성이 높은 것은 우울증, 알코올 중독, 성격장애와 같은 정신과적인 질병들이 30%로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 자살률의 급격한 증가는 핵가족화와 이혼의 증가에 따른 가족간 공감과 소속감의 결여가 생기고, 그 결과 존재감의 상실이나 정서적 지지의 약화가 나타났다.
 산후우울증의 경우에는 양육에 대한 자신감 결여와 정서적 혼란으로 인해 인내심을 잃고 분노조절을 못하여 자살을 시도한다. 최진실 같은 연예인이나 전직 대통령의 자살 이후 모방 자살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외국에서도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발간된 후 많은 사람들이 권총자살을 시도했다. 이런 모방자살을 '베르테르효과'라고 한다. 이외에도 인터넷 자살카페나 동반자살여행 같은 생명경시 풍조가 문제가 되고 있으며, 노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이나 복지 사각지대 등 사회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자살의 원인은 생물학적으로 자살 환자의 가족에서 자살률이 높아지며, 세로토닌이 떨어지는 경우 충동성이 증가하여 자살한다는 보고도 있다. 정신적으로는 자살자의 95%가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 섬망과 같은 정신과적 질환을 동반한다.
 반복되는 실패로 인해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자살을 대안으로 선택하지만, 이럴 때도 죽고 싶은 마음과 살려고 하는 의지가 교차하는 양가감정이 있어, 가족이나 친구, 의사 등에게 죽고 싶다는 표현을 하며 누군가 도움을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리켕은 사회와 통합을 이루지 못해 자살을 선택하는 이기적 자살, 순교나 자살테러 같이 자신이 속한 집단을 위해 자살하는 이타적 자살, 갑작스런 사회 적응의 단절이나 와해로 인한 무통제적 자살 등으로 나누어 사회적인 관점에서 자살을 이야기하였다.
 자살을 시도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신과적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이중 가장 많은 것은 우울증으로 전체 자살자의 80%를 차지한다. 알코올관련질환은 25%이다.
 미국정신의학회(APA)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에도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이나 시도가 우울증의 진단기준으로 포함되어 있다. 정신과 환자의 자살률은 일반인에 비해 3∼12배에 달한다. 가장 위험한 시기는 입원 후 1주 이내와 퇴원 후 3개월 이내이다.
 반복적으로 자살을 생각하거나, 실제 시도한 경우는 정신과적인 응급상황으로 분류한다. 이런 경우 빠르고 자세한 정신과적인 평가가 필수적이다. 자살에 대한 평가는 병력조사와 정신상태검사, 임상심리검사,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평가 장소는 위험이 적은 안전한 장소에서 실시하고, 환자를 혼자 내버려두거나 밖에 내보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입원치료의 필요성은 우울증이나 정신과적 장애의 동반 여부, 자살에 대한 의지, 대처능력, 지지 자원, 위험성의 평가에 따라 결정한다. 자살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자살에 대한 생각과 시도 여부, 자살 과거력, 자살의 구체적인 방법을 질문하는데 망설일 필요는 없다. 자살 의도를 가진 환자 10명의 8∼9명은 누군가 자신을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자살의 위험성이 큰 사람은 어떤 이들인가? 45세 이상, 남성, 알코올 의존 병력, 짜증이나 화를 잘내고 난폭한 사람, 과거에 자살을 시도한 병력이 있는 사람, 도움받기를 거절하는 사람, 우울증 앓고 있는 기간이 길 때, 정신병의 과거병력이 있는 사람, 최근에 이별이나 상실을 겪은 사람, 신체적인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 실직 혹은 은퇴한 사람, 독신자나 사별 혹은 이혼한 사람 순이라고 한다.
 급작스런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의 위험성을 보이는 환자에 대한 대처로는 우선적으로 환자를 보호하고 지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는 혼자 두지 말고, 가급적 입원치료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레더릭과 레스닉은 자살 치료초기에는 치료자가 환자의 유아적이고 의존적인 욕구를 만족시켜주고, 환자의 비합리적인 결정을 의사의 권위로 대리결정해주고, 환자에게 쓸데없는 자유연상이나 상상을 허락하는 면담은 피하라고 권고하였다. 자살 환자에 대한 약물치료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항우울제, 항불안약물, 항정신병약물을 사용한다. 입원치료가 원칙이지만, 밀착 추적이 가능하다면, 외래에서 지지치료와 약물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때도 환자 주위의 위험한 도구를 치워야하고, 약물도 한꺼번에 많은 량을 처방하지 않는다. 환자가 난폭하거나 충동적이고 자살계획이 뚜렷하다면 반드시 폐쇄병동에 입원하여 치료하는 것이 좋다. 입원치료 중 자살시도에 주의하며, 일대일의 밀착된 감시보호를 실시하는 것이 좋다.
 자살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개별 환자에서 국가정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살에 대한 예방책이 있다. 일차적인 예방으로는 자살 고위험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여 적극적인 개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적인 차원으로는 2004년에 국가자살예방대책을 마련하여 2005년부터 시행하였다. 2012년에는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족되어 현재 활동하고 있으며, 각 지역별로는 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와 시군단위의 기초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자살 예방의 세부 내용으로는 우울증이나 각종정신질환의 조기발견과 조기치료를 시행하고, 독거노인지원이나 청년일자리 창출 등 국가적 분위기 조성 사업을 실시하고, 시도 단위의 자살위기대응팀을 구성하고, 사후예방으로는 자살자 심리부검사업과 자살시도자 관리, 유가족 관리에 힘쓰고 있다.
 경상북도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는 도내 자살자를 줄이기 위한 각종 사업을 실시중이다. '우리동네 맘지킴이' 사업을 실시하여, 마을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 통장 등 여론주도자들을 대상으로 자살예방과 생명지킴이 교육을 실시하여 자살의 일차적인 예방에 힘쓸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응급실 방문 자살시도자 관리 사업'을 통해 고위험 환자를 관리하고, 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중이다. 또한 자살위기상담을 위한 1577-0199 핫라인을 통하여 24시간 정신건강 관련 상담을 서비스한다.
 유명인의 자살 후 모방자살이 12배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30년 전 세계자살률 3위를 기록중이던 오스트리아에서는 국가적으로 '자살은 전염되는 것인가?'라는 명제로 자살문제에 접근하였다.
 자살에 관한 선정적 보도가 모방자살률을 증가시킨다는 결론을 얻었고, 모든 신문의 1면에 자살 보도를 하는 것을 중지시키고, 너무 상세하고 자극적인 자살 관련 기사를 자제시키는 '언론개혁 자살보도권고안'을 마련하여 홍보하였다. 세부 내용으로는 가능하면 자살에 대해 보도하지 말 것, 보도하더라도 자살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 것을 제시하였다. 그 결과 6개월 만에 자살률이 80%나 감소하였다. 자살을 야기하는 원흉으로 꼽힌 언론 보도를 개혁한 결과 자살을 줄여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자살과 높은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우울증 치료와 자살시도 환자들의 정신건강증진은 매우 중요하다. 우울증이나 자살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게 하거나, 자살위험성이 높은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중요한 업무이다. 이런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간다면 모든 주민들의 정신건강과 국가 생산성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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