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최형대 사회복지학박사 | | ⓒ 경북연합일보 | |
오늘 아침상에 봄동 겉절이가 올라왔다. 겨우내 먹어오던 김장김치의 자리를 교체한 푸르른 새 봄동나물 겉절이는 식욕과 생활의 자각적 변화를 가져오기에 충분하였다. 이런 변화의 자각은 봄동 겉절이의 시각적 식감은 물론 30여 년간 나의 식성에 맞도록 숙련화 된 아내의 요리솜씨에서 우러나오는 미감을 통해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3월은 시동(始動)의 계절로 눈이 녹아 시내가 흐르고 천지에 물의 생명을 시동하는 우수(雨水)와 땅속에 들어가서 동면하던 동물들이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만물이 배아(胚芽)의 태동에서 세상과 조우하고 교감하며 상호 작용해 가는 경칩(驚蟄)의 계절이다. 우수, 경칩의 계절에 맞게 전국의 1000만 학도들도 3월엔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 가득 채우고 새로운 학교, 새로운 학년, 새로운 학문을 위해서 설렘의 첫발을 내딛는다.
특히 최고의 학문습득을 위한 대학의 신입생들은 고등학교까지의 유교적이며, 통제적인 학교문화에서 졸업하여 자기결정권의 쟁취와 성인문화 접촉에 대한 기대감,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혼합된 속에서 대학생활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으로 혼란이 가득찬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대학교육을 시키는 교육기관이 386개이며, 여기에는 360여만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이 중 77만 4천명이 신입생이다. 이러한 수치는 대학문화가 한국의 청년문화이며, 미래의 한국문화의 중심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학에 대한 첫인상을 각인시켜주는 첫 교우의 장이 바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다. 오리엔테이션은 새로 입학한 학생이나 신입 사원,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 등에 대한 사전 교육이나 적응 지도를 통한 그들의 진로나 방향을 정하거나 정해지도록 지도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이러한 대학오리엔테이션이 병들어있다. 대학 새내기는 청년문화의 새내기인 것이다. 장유유서의 유교적 질서의식과 통제와 제약 속에서 입시 수련생으로 길들여져 온 그들이기에 이들은 청년문화를 주체적으로 건전하게 수용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대학문화에 대한 첫 대면의 장인 오리엔테이션이 저급문화로 얼룩져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날로 해가 거듭될수록 저급화의 정도가 심화되어가고 있다. 이런 저급화의 중심에 대학 선배들의 답습문화와 집단적 이기심에서 작용한 등급문화가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저급화가 냉정한 평가 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자극의 강도를 강화시키면서 매해 대물림내지는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 해에도 예외 없이 '25금(禁) 몸으로 말해요 오리엔테이션 행사' 추문이 연일 전파를 타고 있다. 사실 25금만이 대학새내기 행사의 추태로 밝혀진 것은 아니다. '강제로 술을 먹여···', '성희롱이···, 성폭행이···' 등 오리엔테이션과 관련한 퇴폐행위는 비일비재해 왔다.
술과 이성 그리고 폭력이 수위에 관계없이 노출되는 사회는 현세(顯世)에는 존재하지도 존재하여서도 안 된다. 이러한 비이성적이며, 반사회적인 3기(忌)가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3월의 시동(始動)으로 나타난 새내기들에게 선배들에 의해 강압적으로 주입 및 싱행 되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람을 금할 길이 없다. 특히 이러한 상명하복과 쾌락 지향적 자극강화 행사가 학문의 탐구나 펼쳐질 미래의 대학생활과는 동떨어진 동네 불량배들 수준으로 변질되어 펼쳐짐이 한없이 우려스럽다.
'나는 비록 주인에 의해 강제적으로 멍애를 질 수밖에 없었지만 멍애가 나의 평생을 고통으로 몰아넣었기에 이 멍애는 나로 인하여 나에게서 끝을 내겠다'는 어느 황소의 결심을 우리 젊은 학도들이 맹모단기(孟母斷機)의 결기로 새내기들에게 자기와 같은 멍애를 지도록 하지는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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