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문무학 문학박사 | | ⓒ 경북연합일보 | |
이상 기후로 날씨야 어떻든 달력상으로 3월은 봄이다. 절기상 입춘은 지난지가 한참 되었다. 1월은 새해로, 2월은 설로, 3월은 또 봄으로 시작하는 달이다. 새해에 결심한 일들 작심 삼일로 끝났다 해도 설에 다시 시작하고 설에도 실패했다면 이 봄에 다시 결심해 볼 일이다. 달마다 새롭게 결심할 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새롭게' 라는 말이 어색하게 무언가를 결심하는 날이 너무 잦고 많다.
3월이 새해였으면 좋겠다. 3월이 시작의 의미를 더 강하게 하기 때문이다. 날씨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경우 3월에 학기가 시작된다. 따라서 3월에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유치원생부터 대학원까지 따지면 그 인구가 30%는 되지 않을까.
새해도 설도 시작이라는 측면에서 3월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것은 없다. 세상에 불편한 것들이 많이 바뀌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바뀌기가 매우 어려운가 보다. 동양문화에서 봄은 시작과 소생 그리고 희망을 상징한다. 고대 중국의 왕은 연두 행사로 초목의 싹이 트기 시작하면 길일을 골라 상제(上帝)에게 풍년을 비는 제사 등을 거행하였다. 고문헌 '문자(文字)에 "정사를 봄에 그르치면 천체의 운행에 이상이 생겨 사철이 어긋난다. 봄의 정사에 실수가 없어야 곡식이 잘 자란다"고 할 만큼 봄을 중시하였다. "한 해의 계획은 봄에 세워야 한다(一年之計 在於春)"는 말은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말이다.
봄은 오행(五行)으로는 목(木), 방위로는 동(東)에 해당되며 오색(五色) 중에는 청(靑 )에 해당한다. 모든 풀과 나무의 새싹이 돋아나고 햇볕이 따스해지며, 만물이 소생함을 뜻한다. '고악부(古樂府)' 에서도 '양춘(陽春)이 덕을 베푸니 만물이 광휘(光輝)를 발한다고 노래하고 있다. 따라서 이 봄이 지난날들의 허물을 딛고 일어서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하고, 풀과 나무처럼 청청하게 소생할 수 있는 계절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의 고전 소설에서 주인공이 만나 인연을 맺게 되는 시간적 배경이 대체로 봄이다. 헤어졌던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는 계절도 봄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춘향전에서 춘향과 이도령이 처음 만나는 시기는 봄이며 그들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계절도 봄이다. 김유정의 '동백꽃'이나 '봄봄' 도 만나서 인연을 맺는 계절은 봄이다. 희망을 갖지 않고 인간은 살 수가 없다. 봄은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설레게 하는 계절임이 분명하다.
이렇게 시작과 소생 그리고 희망으로 오는 봄을 한편의 시로 곱게 빚은 시인이 있다. 바로 경주가 낳은 대시인 박목월이다. 그의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를 읽으면 어디서 오는지 모를 힘이 솟구칠 것이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곁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 서 남 북으로/ 틔어있는 골목마다/ 수국색(水菊色)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들/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 씩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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