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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차별ㆍ부부 갈등…더 상처 받는 女
<'우울증' ② 여성과 우울증, 그리고 화병>
잦은 눈물ㆍ불안ㆍ수면 장애 등 산후우울감 대부분 경험
월경 전 불쾌감장애…폐경기 여성은 男보다 발병 4배
쌓인 분노, 참고 또 참다 '한국 국민병' 화병까지 겪어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2월 22일(월)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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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이광헌 경상북도정신건강증진센터장ㆍ동국대경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 ⓒ 경북연합일보 | |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만나게 되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중인 환자들이다. 또 이들 중 많은 수의 환자들이 ‘여성(女性)’이다. 우울증을 한번이라도 경험하는 여성의 수가 전체인구의 20%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여성 우울증 환자는 남성에 비해 ‘재발’이 잦고, ‘동반질환’도 많다는 보고가 있다. 여성에서 우울증 발생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의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인지적인 특성이 작용한다고 본다. 생물학적인 차이로는 임신 가능한 성인기 동안에 대부분의 여성우울증이 발생하는데, 초경이나 임신기, 출산 전후, 폐경기와 같이 여성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오는 시기에 위험성이 크다. 특히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우울증과 많은 관련성이 보고되고 있다. 에스트로겐을 폐경 후 여성에게 투여했을 때, 기분이 고양되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에스트로겐이 우울증과 관련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GABA와 세로토닌에 영향을 주어 증상 호전을 초래한다고 보고하였다. 이외에도 여성은 우울증과 관련 있는 내분비계통이나 뇌의 전두엽과 변연계의 구조에서도 남성과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사회적 위험요소는 지지체계와 신뢰할 만한 대인관계의 부재가 중요하다. 남녀 간에는 지지체계와 대인관계에서도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초기외상 경험, 낮은 지위, 빈곤과 차별에 직면하는 경우가 비교적 많았다. 결혼 후에는 시댁이나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인지적 측면에서 여성은 부부나 대인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불만이나 욕구를 말하지 않고 책임감을 혼자 부담하는 경향이 있다. 우울증상이 생겼을 때, 여성은 우울한 기분이나 부정적인 생각을 되풀이해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여성은 부부간의 ‘불화’가 곧바로 우울을 유발하지만, 남성은 ‘이혼’이나 별거를 하게 된 경우에만 우울해진다는 보고도 있었다.
여성의 생식주기와 관련된 우울증들을 살펴보자. 우선 산후우울증이 있는데, 출산 후 3~4일경에 나타나는 우울감, 잦은 눈물, 불안, 수면이나 식욕변화와 같은 가벼운 산후우울감(postpartum blue)은 분만 여성의 30~75%가 경험한다. 하지만 산모 1천명당 한 명 꼴로 생기는 산후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의 증상은 자녀 양육이나 자녀의 건강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고, 미칠 것 같이 두려워하고, 자신이 ‘엄마’로서 부적절하다고 호소하며, 심하면 ‘자살’이나 ‘영아살해’ 등의 심각한 증상을 보일 수 있으므로, 정신의학적 응급상황으로 인식하여 입원 및 집중치료가 필요하다. 산후우울증은 첫 출산을 한 산모에서 흔히 나타나며, 우울증의 과거력이 있거나, 최근에 스트레스를 경험하였거나, 배우자의 지지가 부족하거나, 과거 부모와 갈등이 있었거나, 과거 학대나 방임에 노출된 경우, 걱정이 많은 성격,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더 흔하다. 산후우울증은 환자 자신 뿐 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애착형성에도 지장을 주기 때문에, 환자의 양육경험이나 지지체계, 배우자나 아기와의 관계 등 모든 것을 고려하여 신중한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가임기 여성의 70-80% 정도가 월경 전에 유방부위 통증, 복부팽만감, 메스꺼움, 두통 등의 불편감을 경험하는데, 20-40% 정도의 여성은 신체증상 뿐만 아니라 행동변화, 정서 반응까지 동반하여 일상생활의 지장을 초래하는 월경전증후군으로 진단된다. 가임기 여성의 2-8% 정도는 우울감, 흥미소실, 불안, 집중력저하,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느낌, 지속적이고 뚜렷한 분노감, 과민함 등의 증상으로 심각한 기능손상을 초래하는 월경전불쾌감장애(PMDD)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월경이 시작되기 약 7일전에 시작되는 고통이 월경 후에야 사라지게 된다. 이런 월경 관련 질환의 원인은 유전, 호르몬과의 관련성과 세로토닌의 감소와 관련 있다는 연구가 있다. 이런 환자에서 세로토닌을 올려주는 항우울제인 세로토닌재흡수차단제(SSRI)를 사용하였을 때, 위약에 비해 7배 정도 효과적이었다는 연구가 있어, 정신사회적 치료, 이완요법과 함께 fluoxetine이나 sertraline 같은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중년기 여성에서 월경이 불규칙해지거나 종료되는 4-5년간의 기간에 나타나는 얼굴 화끈거림과 야간에 식은땀이 나는 증상, 혈관운동성 증상, 질건조증, 성교통, 요실금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를 ‘폐경기’라고 한다. 폐경기에 나타나는 불안, 우울, 심한 기분변동, 수면장애, 인지장애 등 증상을 폐경기우울증이라고 한다. 혈관운동성 증상, 질건조증, 성교통 등 폐경 증상이 심하다거나, 배우자와 이별, 자녀문제, 가정적인 불만, 경제적 어려움이 동반되면 폐경기우울증이 생기기 쉽다. 이 시기 동안 여성우울증이 남성의 4배에 달한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폐경기우울증의 치료는 항우울제와 함께 호르몬요법을 같이 시도해 볼 수 있겠다. 임산부우울증을 유발하는 위험요소로는 우울증의 과거력, 가족력이 있거나, 조기외상경험, 가정폭력, 가족불화, 물질 남용, 부적절한 지지기반, 십대 임신 등이 있다. 임산부우울증은 조기유산이나 저체중아의 출산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한다. 임산부우울증이 진단되면 치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약물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약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벼운 우울증이라면 대인관계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등의 사회심리학적인 치료를 시행하며, 심한 경우 전기경련치료를 고려한다. 약물을 반드시 사용해야하는 경우, 임신 첫 3개월은 피하고 임신 10주가 지나서 약물을 투여한다면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fluoxetine, sertraline, escitalopram 등의 세로토닌재흡수차단제(SSRI)는 비교적 안전성이 검증이 되어있으므로 우선적으로 사용을 고려한다.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 주의 깊은 산전 진찰은 필수적인 고려사항이다.
엄마가 산전에 우울증을 앓은 경우, 그 자녀는 자라면서 유전적인 발달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반사회적인 행동의 위험성이 커진다는 보고가 있어, 학교생활이나 사회적응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산모의 우울증을 예방하고, 조기 치료와 관리의 중요성은 건강한 아동의 발달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산모에 대한 많은 관심과 지지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일반인구의 4.2%에서 발견되는 화병(火病)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독특한 ‘질병군’으로 미국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에 ‘문화관련증후군’으로 분류 등록되어 있다. 화병의 증상은 억울하고, 분하고, 심한 분노를 표출하는 ‘분노증상’과 열감, 입마름, 치밀어 오르는 ‘화증상’, 그 외 가슴이나 목 부위의 덩어리나 뭉치는 증상, 한숨, 답답해 뛰쳐나가고 싶은 ‘기타증상’ 등을 특징으로 하며, 정신의학적으로는 불안, 우울, 강박 증상과 함께 정신신체적인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증상군이다. 유발인자는 환자가 생활하며 겪은 여러 정신적 외상 때문에 억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참고 살다보니, 쌓이고 쌓여 화병을 만든다고 호소한다. 항우울제 등 약물치료와 함께, 환자의 호소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분노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상처를 준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용서와 화해를 할 수 있다면, 병을 극복하고 한층 성숙되고 보람찬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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