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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버무린'신라약선'… 그 맛에 미치다
<인향천리> 한국역사문화음식학교 차은정 교수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2월 22일(월)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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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경북연합일보 | | 오늘도 어김없이 동해에 힘차게 떠오르는 붉은 해는 보문호를 비추고서야 천년고도 경주시내로 달려간다. 차은정 교수는 새벽 미명마다 보문호반을 거닐며 사색을 한다. 늘 해오던 일이지만 학교를 통한 문하생, '약선음식 전도사' 배출 사업은 한시도 그칠 수 없다. 지난해 울산의 한 방송국에서 시작한 단독 요리프로그램도 경주의 명예를 걸고 알차게 진행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울어만 가는 보문단지 중심상가의 재건을 위해서는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피와 땀을 흘리겠다는 각오가 새롭다. 박정희 전대통령이 첫 삽을 떴고, 서거 얼마 전에 따님인 박근혜 대통령을 데리고 찾았던 육부촌과 보문중심상가다. 가장 아끼는 곳을 사랑하는 딸과 함께 가보고 싶은 것은 모든 아버지들의 공통된 정서다. 그녀가 그곳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날을 시작하고, 보문호수에 비치는 석양을 바라보며 일과를 마친지도 어언 10년이다. 경주 보문단지에 있는 한국역사문화음식학교의 차은정 교수는 충청남도 부여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한의사인 부친의 영향으로 유년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약재를 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음식의 과학성을 공부하기 위해 경희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금도 신라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약선음식(藥膳飮食)의 계보와 체계화를 위해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한의학과 박사과정을 다니는 학구파다. 경주김씨의 며느리로 시집을 와 1남1녀를 둔 그녀는 대한민국 관광1번지 경주보문단지에 '한국역사문화음식학교'를 설립해 그동안 1천93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또 2만여명의 체험자들이 이 대학학점인정 음식학교에서 약선음식을 배우고 체험했다. ◇'신라전통음식 명인1호' 선정 차은정 교수는 지난 연말 경주시로부터 '신라전통음식 명인1호'로 지정됐다. 경주시가 30년 이상 된 음식의 장인을 대상으로 전통음식 명인제도를 실시한 결과다. 그녀는 이 명인 선정에 대해 흡족해하는 분위기다. 이는 그녀가 불의의 질병에 시달려 사경을 헤매다가 새 삶을 살게 된 지 20년, 2006년부터 경주와 인연을 맺어 경주에 온 지 10년 만에 받은 순수하고 명예로운 호칭이기 때문이다. 박사학위를 취득하던 1997년 그 해, 학위를 받은 기쁨도 잠시였다. 그녀는 암 선고를 받고 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했다. 생사를 넘나들면서 투병생활을 했던 그녀. "약선이라는 운명 같은 이 길을 걸어오기 위해 거쳐야 했던 관문이었을까?"라고 담담히 회고했다. 요즈음 그녀는 "내가 왜 경주에 와 있지?" 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고향도 아니고 학교를 다닌 적도 없는 경주가 자신을 자석처럼 끌어 당겼다고 느낀다. 그녀는 경주에 오던 그 해부터 매년 춘분과 추분이 되면 신라임금님들의 제사에 진설할 음식을 참봉들과 준비하면서 '내 모습을 내가 봐도 참으로 기이해'라고 되뇌기도 한다. 그녀의 이런 모습에서 사람마다 필연은 반드시 있으며, 그녀에게 오늘의 신라전통음식명인 지정이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식품영양학과 한의학의 융합을 추구하는 차은정 교수의 음식 철학은 뚜렷하다. 그것은 '신라약선(新羅藥膳)'으로 요약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식약동원(食藥同原)이라 하여 음식과 약은 근본이 같다고 했고 그 바탕에는 한의학적 음양오행 사상이 깔려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체질이 다르고 식품의 기미(氣味, 기운과 맛) 가 달라서 보리가 잘 맞는 체질, 찹쌀이 더 조화로운 체질, 율무가 효과적인 체질이 다르다. 또 소고기가 소화가 잘 되는 체질, 돼지고기를 먹으면 기운이 더 잘 나는 체질, 닭고기가 편안한 체질이 따로 있다. 서양의 히포크라테스도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이 없다고 했다. 무엇을 먹느냐 또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인성도 바뀌고 성품도 변한다고 한다. 몸은 자연이다. 자연을 순응하지 않고 역행하면 병은 생기기 마련이다. 장맛이 그 집안의 음식의 맛을 좌우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장(醬) 마저도 마트에서 사다먹어야 하는 현대인들의 실정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차은정 교수가 경주에 와서 업그레이드한 개념은 '역사(歷史)'다. 천년고도 신라는 식치(食治)라 하여 음식으로 다스리는 문화가 왕궁에서부터 전해내려 오고 있어 그 원형을 복원하는 일 또한 대단히 중요한 무형문화재다. 그녀는 또 약선음식의 원형인 식료찬요(食料贊療, 우리나라 최초의 식의학서) 보존회의 전수생들과 함께 한중문화교류 사절단으로서 활동한 적이 있다. 그녀가 한중교류 행사에서 쉴 새 없이 연구하고 활동하자 이를 본 동료와 중국인들이 "당신의 끝 모를 정열은 어디서 나오나"고 의아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나는 신라음식문화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지키고 계승하기 위해 미쳐있다"고 당당히 말했다. 그녀는 "선현들이 해 놓은 일을 그저 나의 몸과 마음을 빌려서 하고 있을 뿐"이라며 "신라약선음식을 찾도록 아낌없는 용기와 격려를 준 경주시민들의 힘이 더 컸다"고 소회했다. 또 그녀는 "이 재능이 조상들이 나에게 주신 크나큰 선물이라는 사실을 진정으로 깨닫고 나니 삶과 존재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외에서 외국관광객들도 우리의 것들을 배우러 오는데 오히려 가까이 있는 지역민들이 약선음식이 무엇인지, 어떤 음식들을 먹어왔는지 모르고 있다는 점이 그녀는 너무도 아쉬웠다. 그래서 그녀는 2014년부터 신라약선음식 무료체험교실을 시작했다. 지금은 무료체험교실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늘어 공간 부족으로 순번이 밀리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그녀의 음식 체험관이었던 '라선재'가 우여곡절 끝에 폐쇄되는 좌절을 겪었고, 누가 재료비를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지만 그녀는 시민과 만나는 그 날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경주시는 시민의 염원을 담아 신라왕경복원사업이 시작돼 'Golden City'로서의 재도약을 하고 있다.
◇신라 왕궁 '대장금'의 DNA 한 국가가 천년이상의 왕권을 유지한 나라는 세계에서 4군데 밖에 없을 만큼 경주는 더 이상 경주인만의 것이 아니다. 중국 요우커들의 한국방문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고, 2017년이면 세계문화유산도시 대표들이 경주에 몰려 온다. 이제 불국사, 다보탑, 석굴암, 첨성대 등 유형문화재에 무형문화의 옷을 입히고, 혼을 불어넣어 유무형자산의 균형을 살리는 그런 황금도시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녀는 세계인들에게 당당히 보여줄 신라의 또 하나의 찬란한 문화유산, 신라약선음식을 보여주기 위한 야심을 갖고 있다. 무언가에게 이끌려 오게 된 경주에서의 생활과 신라약선음식을 향한 정열적인 활동은 그녀의 몸속을 감싼 신라 왕궁 '대장금(大長今)'의 DNA가 꿈틀대는 때문이 아닐까. 강병찬 기자 jameskang65@kby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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