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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오전장,6년간 연400억 흑자에도 '존폐 기로'
2010년 직장폐쇄 장기화, 금속노조 탈퇴
조합원 97% '기업별노조 전환' 찬성
6년간 매출 67%·평균 연봉 30% 상승

법원 "위원장 결재 안 받았으니 무효"
대법, 금속노조 승소 판결땐 청산 불가피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2월 11일(목) 19:33
ⓒ 경북연합일보
   내리 6년간 연400억 순이익을 낸 30년차 중견기업이 청산위기에 내몰렸다. 773명의 직원들뿐만 아니라 60여개 사업장 1천500여명의 협력업체직원들의 앞날까지도 불투명해졌다. 노조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를 탈퇴했던 것이 문제가 돼, 적법성을 놓고 대법원의 최종 심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를 대표하는 자동차부품회사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가 처한 상황이다.

 
↑↑ 지난 2010년 3월 4일 발레오전장. 당시 노사는 경비인력 외주화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노측은 불법 파업과 태업으로, 사측은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로 맞섰다.
ⓒ 경북연합일보
  △ 6년을 끌어온 지리멸렬한 이른바 '발레오사태'···, 무엇이 문제였나?
   문제는 2010년 2월 4일로 거슬러 가, 경비인력 외주화를 놓고 벌인 노사 간 대립이 발단이었다. 사측의 "2년 간 누적적자가 50억을 넘어 경비인력을 아웃소싱해서라도 경영위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과 노측의 "쌍용차 부도에 따른 일시적인 적자를 경영위기로 몰아 인원을 감축하려 한다"라는 주장이 맞섰다.
 당시 사측은 기존 경비인력 12명의 직종전환을 통해 고용을 보장했었다. 실제로 이중 5명은 생산직으로 전환됐고 남은 7명도 본인이 원할 경우 생산직으로 보직변경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사실상 당시 노측이 주장한 것처럼 인원 감축은 없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노측은 야간근로·휴일특근 거부 등의 태업행위를 10여일 간 지속했고 정부는 이를 불법노동행위로 규정함으로써 사측은 '직장폐쇄'라는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
 같은 해 2월 16일 단행한 직장폐쇄는 5월 24일까지 99일간 지속됐다. 직장폐쇄 장기화에 위기의식을 가진 일부 노조원들이 <가칭>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들의 모임'을 만들어 하나 둘씩 참여하기 시작했다. 당시 결성된 인원은 전체 노조원의 80%를 넘었다. 사실상 이때부터 노측 내부에서도 금속노조를 탈퇴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기존 조합원들로 구성된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들의 모임'은 조합원들의 3분1 이상의 동의를 얻어 금속노조 측에 임시총회를 열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되자, 급기야 같은 해 6월 노동부의 소집권자 지명 승인을 받아 자체 총회를 열고 산별노조에서 기업별노조로 전환하자는 노동조합 조직변경안을 결의한다. 투표결과는 조합원 601명 중 550명이 투표해 97.5%에 해당하는 536표의 찬성표를 얻었다. 이어 고용노동부를 거쳐 경주시에 정식 노동조합으로 등록까지 마쳤다. 발레오 경주공장 노동조합은 금속노조에서 탈퇴한 것이다.
 이를 두고 기존 대표노조인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는 "찬반투표 당시 투표함을 부서별·팀별로 나눴기 때문에 비밀투표 원칙에 어긋난 불법 투표였다"며 "기존 2개 내지 3개소에 불과했던 투표소를 10개소 이상으로 늘였기 때문에 사측에서 조직변경안 반대조합원을 색출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존노조의 주장을 일정부분 감안하더라도 100%에 육박하는 97.5%의 찬성표가 모두 사측의 회유와 강압 때문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당시 조합원의 다수가 금속노조로부터 탈퇴하길 원했던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조가 설립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지난 6년 간의 수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매출은 지난 2009년 3천56억원에서 2015년 5천110억원으로 67% 상승했고 당기순이익은 2009년 35억원 적자에서 2015년까지 내리 6년을 400억원 흑자에서 맴돌고 있다. 또 직원 평균 연봉은 2010년 당시 6천만원에서 2015년엔 8천만원 상당으로 30% 가까이 상승했다. 이는 금속노조 탈퇴 후 사측과 현재의 기업별 노조가 이룬 최대의 성과라는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중이던 2011년 당시 정례 라디오연설을 통해 "협력적 노사관계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과 흑자를 이룬 발레오전장시스템스"라고 언급했을 정도니 사측과 기업별노조가 이룬 업적은 놀라울 따름이다.

△ 회사와 기업별노조가 이룬 지난 6년간의 성과, 무용지물 될 위기
 지난 2010년 12월 기존노조인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는 "발레오 기업별노조의 설립은 금속노조 규약을 어겨 무효"라며 발레오 기업별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발레오 기업별노조 측은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1·2심 모두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재판부는 "발레오 지회는 금속노조 산하 조직이므로 조합원 탈퇴는 지회장, 지부장, 위원장의 결재를 거쳐야 한다는 금속노조 규정을 위배해 무효"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사실상 조합원 전원이 합의하더라도 금속노조 위원장의 결재가 없는 한 탈퇴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에 맞서 발레오 기업별노조는 금속노조를 상대로 상고했고 대법원은 지난해 5월 공개변론을 열었다. 대법원이 본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기 때문이다.
 이는 발레오 사태를 앞으로 유사사건의 판단근거 판례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일진베어링·볼보건설기계·두산인프라코어창원공장·두산DST·상신브레이크 등 늘어나는 산별노조 탈퇴의 적법성 판단 기준을 만들어보자는 의미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노조원 개개인의 선택권을 중요하게 볼 것이냐" 아니면 "산별노조의 규약을 더 중요하게 볼 것이냐" 인데 대법 재판부가 어느 편에 손을 들어줄 것인지는 두고 볼일이다.
 이에 자크 아쉔보아 발레오그룹 회장은 지난해 1월 금속노조가 프랑스 산별노조인 노동총연맹(CGT)의 공식 질의의 회신을 통해 "2010년 발레오 경주 공장은 해마다 반복되는 노사분규로 회사 존립마저 위협받았다"며 "당시 경영진과 직원들이 발레오 노조 소속 조합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청산의 위기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떠한 노사관계의 악화도 발레오 경주공장의 현 위치와 미래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금속노조와 발레오 노조 간의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최종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강기봉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대표이사는 "대법원에서 패소하면 금속노조에 맞서 새 노조와 회사가 지난 6년간 이뤄낸 합의들이 모두 무효가 될 것이다"며 "그렇게 된다면 회사는 공중분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법 판결에서 금속노조가 승소할 경우 발레오 경주공장의 청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경주시는 연매출 5천억원짜리 중견기업을 잃을 위기에 놓인 셈이다. 


↑↑ 강기봉 대표이사
ⓒ 경북연합일보
 강기봉 대표이사
"노조 법적분쟁 해결될 땐
2년 내 매출 1조원도 가능
노·사 간 韓모범사례 되길"

"누적적자에 허덕이던 2010년 2월, 고임금의 경비직종을 생산직으로 전환시켜 경영위기를 벗어나려 했지만, 금속노조 지회는 이를 빌미삼아 파업을 단행했다. 이 여파로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는 현대자동차의 소형엔진 전장품 개발대상에서 제외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프랑스 주주들은 발레오그룹의 한국공장인 발레오전장의 철수계획을 세웠다."
 강기봉(57)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대표이사가 본지 기자와 만나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발레오전장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법정소송을 벌이는 등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강 대표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회사는 지난 해 들어 발전기와 시동모터 등 200억원의 차량용 전장부품을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수출했다"며 "도요타자동차 측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아 4년 간 1천억원 가량의 수출물량도 따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이어 "대당 15만원 이상인 고가의 부품을 도요타 자동차의 일본공장에 납품하는 것으로 국내 부품업계에서도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발레오전장의 이런 성과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직장폐쇄 기간이었던 지난 2010년 3월 도요타자동차 측 계약담당 임원이 경주공장을 찾았을 때 금속노조가 출입문밖에서 '일용직이 만든 발레오 제품은 품질을 보증할 수 없다'는 일본어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며 부품계약을 막았다.
 강 대표는 이후 계속되는 금속노조의 업무방해를 피해가며 도요타자동차 측과 20여 차례가 넘는 협상과 부품 테스트를 거쳐 2014년 말 최종 계약을 맺었다. 발레오전장의 부품은 도요타자동차가 신규 출시한 럭셔리 미니밴인 '알파드'와 픽업트럭인 '비고'에 공급된다. 도요타자동차 계열사인 덴소가 독점해오던 카르텔을 발레오전장이 뚫은 것이다.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위기라고 하지만 노사가 뜻을 모은 다면 성장의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발레오전장이 보여줬다"며 "금속노조와 법적분쟁만 해결된다면 2년 내 매출 1조원도 가능하다"고 강 대표는 자신했다.
 그는 이어 "어렵게 만들어진 발레오전장의 노·사 간 사례가 대한민국의 모범사례로 꽃을 피워갈 수 있도록 경주시, 고용노동부, 더 나아가 정치권의 관심을 요청한다"고 주문했다.

 
↑↑ 정홍섭 노조 위원장
ⓒ 경북연합일보
정홍섭 노조 위원장
"2010년 금속노조 집행부
회사 존폐·직원 생계 뒷전
당시 떠올리면 잠이 안와"

"6년 전 2월은 악몽과 같은 날이었다"
 정홍섭(52) 발레오경주노동조합 위원장은 경비인력 외주화를 놓고 노사 간 첨예한 갈등을 보였던 2010년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정 위원장이 속한 노동조합은 현재 400여명의 조합원이 활동 중인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의 대표 노동조합이지만 산업별노조가 아닌 기업별노조로 출범했다.
 기업단위로 결성된 기업별노조는 산업별노조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산업별노조의 사전적 정의는 한 회사 내의 독자적인 노조를 말하는 게 아니라 산업 단위로 집단 교섭을 하는 노조를 지칭하는 것이다.
 산업별노조인 전국금속노조의 하부조직으로 경주지부가 있고, 그 밑에 발레오만도지회가 있는 식이다. 발레오전장의 노동조합은 2010년 당시만 해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소속 이였지만 이른바 '발레오사태'의 촉발로 금속노조에서 떨어져 나가 독립을 선언하게 된다.
 "금속노조 집행부가 좌지우지 했던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잠이 오질 않는다. 회사의 존폐와 또 직원들의 생계가 모두 달려있던 시기였지만 노조 집행부는 이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집행부 측의 불법파업 지시로 사측은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기간은 3개월 넘게 지속됐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은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때문에 노조 집행부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특히 노조 대표의 구속으로 직무대행을 맡았던 간부마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이 작금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금속노조 측에 임시총회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매번 거부당하면서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을 위한 조합원의 모임(약칭 조조모)'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당시 결성된 조조모의 인원은 전체 조합원의 80%가 넘었다."
 정 위원장은 같은 해 6월 노동부의 총회 소집권자 지명을 받아 자체 총회를 열고 산업별노조에서 기업별노조로 전환하자는 노동조합 조직변경안을 결의했다.
 투표결과는 조합원 601명 중 550명이 투표해 97.5%에 해당하는 536표의 찬성표를 얻었다. 이어 고용노동부를 거쳐 경주시에 정식 노동조합으로 등록까지 마쳤다.
 사실상 정 위원장과 다수의 조합원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승인을 받아 금속노조에서 탈퇴하고 기업별노조를 세운 것이다.

김장현 기자 johnkim@kby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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