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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기획/특집
경주가 낳은 위대한 사상가 '범부' 김정설
"風流精神으로 남북통일·대동사회 건설"
4세 때부터 한문칠서 익힌 신동
정치·경제·사상 등 無不通知
일제 강점기, 활발한 독립운동
반체제 인사로 찍혀 옥고 치뤄
박정희 정권의 건국철학 구상
새마을운동 기틀 마련
국가 건설·국민운동 방향 제시
한국 현대 정치사의 풍운아
김지하 "현대 한국 최고 천재"
정형진 "풍류는 21C 세계정신"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2월 11일(목) 19:15
ⓒ 경북연합일보

대한민국 통일(統一)의 방향을 위대한 사상가 범부(凡夫) 김정설(金鼎卨)에게 물어보자.
분단 70여년이 되도록 통일에 대한 정확한 방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한 논의와 연구는 정부를 비롯 사회 각층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결과물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범부'는 한민족 통일 방향을 '풍류정신(風流精神)'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고 60여년 전에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범부가 제시한 '대한민국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오늘에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주 출신으로 한국 근대사를 화려하게 장식시킨 이가 있다.
 어찌 보면, 일부에서만 회자되는 '잊혀진 인물'일 수도 있다. 이 인물에 대해 국가나 지자체,학계 등에게 "왜 그를 '음지'에 두어야 하나"라고 물었을 때 누구든 자신 있게 답변을 못할 것이다.
 그가 바로 '범부'다.
 독일에 칸트, 중국에 노자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범부가 있다.
 범부는 그들과 견줄 정도로 학격, 철학 등을 갖춘 '위대한 사상가'이자 정치적 풍운아(風雲兒)라 할 수 있다.
 그는 1897년 2월18일 당시 경주군 북부리(현. 경주시 성건동)에서 태어났다. 선산 김씨 점필재 김종직의 15대 손으로 우리나라 문학계 거목 김동리의 맏형이기도 하다. 4세 때부터 13세까지 김계사(桂史) 문하에서 한문칠서(사서삼경) 등을 익힌 신동이었고, 한일합병 후 불과 10대 나이에 항일운동에 참여한다.
 그는 20대 초반, 안희제가 설립한 민족기업 백산상회의 장학생으로 도일(渡日), 동경제대(東京帝大) 등에서 청강하고 일본 학자들과 폭넓게 교류할 정도의 '천재'였다.
 25살에 귀국한 그는 '노자(老子)의 사상과 그 조류의 개관'을, 칸트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서울 YMCA 강당에서 '칸트의 철학'을 강의했다.
 일제 강점기가 극에 달할 때 그는 진주 다솔사(多率寺) 주지 효당(曉堂) 최범술(崔凡述·1904~1979)의 주선으로 일본 천태종 비예산문(比叡山文) 이하 대승직자(大僧職者)들과 대학교수단 40여명을 대상으로 청염파(淸談波)의 현이사상(玄理想思)을 강의하는 등 그의 능력은 일본 학자들이 인정할 위치가 됐다.
 하지만 일본 학자들이 인정한 그지만 일경(日警)에겐 요시찰 대상이 되면서 물고문, 고춧가루 고문 등 수차례 옥고를 치렀다.
 범부는 재미있는 일화를 남겼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자 아예 집을 부산 동래경찰서 옆으로 이사했다.
 '지성'들이 인정한 천재이자 사상가인 범부도 자신보다 더 훌륭하다고 평가한 이가 효당이다. 그는 일제 때 김법린, 박영희 등과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을 당수로 한 비밀결사인 '만당'을 조직, 독립운동에 가담했다. 만해는 다솔사에서 독립선언서, 공약삼장 초안을 작성하는 등 이 절은 광복의 태실이었다.
 범부는 광복(光復)을 부산 기장에서 맞는다.
곽상훈, 김법린, 박희창 등과 더불어 일오구락부를 조직해 '건국방책'에 대해 연속 강좌를 개최했다.
 이어 서울에서 '경세학회'를 조직하고 건국이념을 연구하면서 그해 겨울 그의 첫 저술인 '화랑외사(花郞外史)'를 구술했다.
 이 원고는 출판되지 못한 채 보관상태에 있다가 1958년 당시 해군정훈감으로 있던 대령 김건이 주선해 해군정훈감 간행으로 햇빛을 보게 됐다. 이 책은 한국 전쟁 이후 군 장병의 사상 무장을 위한 교재로 활용됐다.
 앞서 그는 1950년 54세에 동래군에서 제2대 민의원(국회의원)에 출마, 당선되어 4년간 의정활동을 했다. 그의 정치 성향은 보수나 진보가 아닌 '중도성향'이었다.
 62세에 고향 경주에서 계림대학장에 취임했고, 이때 강의를 들은 이는 오종식, 이대휘,이종익, 황산덕, 이종후 등 현재 학계 재직 중이거나 고위 관료를 지내는 등 쟁쟁한 인사들이다.
 특히, 범부는 '풍류정신과 신라문화'를 한국사상 강좌에 발표하기도 했다. 더욱이 그는 5·16 후 국가재건최고회의가 펴내는 최고회의보에 '방인(邦人)의 국가관과 화랑정신'의 제목으로 기고했다.
 그의 입지가 크게 변한다. 범부는 67세 때 5·16 군사혁명 세력의 외곽 단체인 오월동지회 부회장에 취임했는데, 이 단체의 의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박 의장이 대통령이 된 뒤에는 정치 자문을 위해 자주 청와대를 출입하기도 하는 등 멘토 위치에 있었다.
 범부는 69세 때 정경연구(政經硏究)에 '우리는 경세가(經世家)를 기대한다'를 마지막으로 집필 활동에 종지부를 찍었다.
 살아있는 한국 최고의 지성인 김지하(芝河)는 그를 두고 "현대 한국 최고의 천재(天才)라고 생각한다. 이 사람은 때를 잘못 만나서 그렇지, 참 천재였다"고 했다.
 그의 존재가치는 일제 강점기부터 광복, 그리고 5·16 군사정부까지 정신문화를 비롯, 국민윤리 등 대한민국 국민운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70세 일기로 세상을 떠난 위대한 사상가 범부의 영결식에는 제자였던 시인 미당 서정주가 조사(弔詞)로 '신라(新羅)의 제주(祭主) 가시나니'을 지어와 울면서 읽었다.
 한민족의 정체성을 연구하고 범국가적 '국민운동'을 제창한 범부의 과제는 '언제나 한국인은 어떻게 살 때 가장 사람다운가' 하는 것이었다.
 '문제적 인물' 범부에 대해 영남대 최재목 교수는 "범부는 박정희 정권이 사라지면서 함께 잊혀진 사상가다. 그는 박 정권의 건국철학을 구상했고, '새마을운동'의 기초단계를 초안했으며, 남한 정권의 골격인 신라-화랑정신-경주를 제안한 인물이다"고 했다.
 범부가 주창한 '풍류정신'에 대해 사상가 정형진 선생은 "풍류정신은 통일한국 뿐만 아니라 21세기 세계정신으로 내 놓아도 손색이 없다"며 극찬했다. 이로써 풍류정신의 핵심은 생명(바람^숨^목숨)의 흐름, 즉 풍류(風流)를 올바로 이해하고 함께 '대동사회'를 이루어가자는 것이다.
 물론 풍류정신이 통일시대의 정신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풍류정신에 대한 연구와 그 결과물을 사회적으로 함께 나누는 선행 작업이 필요하다.
 정 선생은 "주체사상에 물들어 있는 북한 주민들도 한민족의 진정한 주체사상인 풍류정신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고구려에도 화랑도와 맥을 같이 하던 '조의선인제도'가 있다"고 했다.
 신라인 최치원이 동방의 정신에 주목했고, 조선조 말에는 최수운 선생에 의해서 다시금 풍류정신이 꽃피웠다.
 그 풍류정신을 신생 대한민국의 정신으로 되살리고자 한 분이 경주가 낳은 천재 '범부' 다. 윤종현 편집국장 yjh@kbyn.co.kr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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