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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城路에서> '정중동(靜中動)' 이순신의 난중일기 다시읽기
강병찬 문화부 차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1월 27일(수) 17:05
↑↑ 강병찬 문화부 차장
ⓒ 경북연합일보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 사람들은 무언가 돌파구를 찾는다. 밤을 새워 궁리를 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하며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런 때에 사라져가는 동네 책방을 찾아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골라 베갯머리에 두고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산도와 명량, 노량을 바람같이 휘저으며, 왜적을 초토화시키는 장군의 무용담은 청량음료보다 더 시원하고, 원균의 모함과 고문, 사형판결에 이은 백의종군과 장렬한 순국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줄 것을 기대하며 첫 장을 펼쳐보자.
 난중일기는 국보 제76호로 지정돼 충남 아산의 현충사에 보존돼 있다.
 1592년 임진년(이하 음력)부터 1598년 무술년까지의 진중일기(陣中日記)로서 모두 9책이다.
 역사적 사실과 학술연구 자료로서 높은 가치가 인정될 뿐 아니라, 전쟁 중 지휘관이 직접 기록한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로 2013년 6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무인(武人)의 글답게 간결하고도 진실성이 넘치는 문장과 함께 그 인품을 짐작케 하는 웅혼(雄渾)한 필치는 당연히 한자로 기록돼 있다.
 현대의 독자들은 한역서(韓譯書)를 구입해 읽어야 한다. 또 인명, 지명, 관명 등은 물론 당시의 풍속이 난해한 부분이 많아 다양한 해설이 붙어 있는 책이라야 비로소 이해가 된다.
 '하서명작선'의 난중일기는 박광순 번역가가 한역한 책으로 325쪽 분량이다.
 본문 첫 면은 임진(任辰) 선조25년(1592) 충무공연기 48세, 임진년 정월로 시작된다.
 "초1일 임술, 맑음. 새벽에 동생 여필 및 조카 봉과 아들 회가 와서 이야기 했다. 다만 어머님 곁을 떠나 남도에서 두 해를 보내니 지극히 한스러운 마음을 이길 수 없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이라 일상이 전개된다. 날씨와 가족과 장수나 관료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일기가 이어질수록 장수들의 이름은 자주 등장하고, 초기에는 그들과 활쏘기와 이야기한 부분이 많이 기술된다.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부분은 적고, 공사간의 대화로서 일종의 시국토론이나 전략전술을 구상하는 의미로 보인다.
 특이할 점은 탄핵을 받기 이전 원균에 대한 부분이 대단히 많다. 전쟁 발발 당시 경사우수사였던 원균은 임란사에 최악의 패장이자 이순신을 모함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기에는 '(원균이) 가소롭다. 해괴하다' 등 그에 대한 평가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공무에 사감의 개입을 철저히 배제했던 이순신은 장수와 장졸들에게 매우 엄격했다. 그는 군영의 규율이 전쟁의 승패와 직결된다고 믿었다.
 정유재란 전에는 세세한 날씨, 활쏘기와 토론, 국사 처리, 가족 안부, 군영과 군선의 준비 상황, 군량의 확보 등 독자들은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잠을 설치고, 식은땀을 수시로 흘리는 등 질병에 시달린 대목이 숱하게 기록돼 있다. 반면 한산도대첩 등 연전연승에 대한 기록은 아무리 찾아도 상세한 부분이 없다. 수시로 등장하는 것은 전투 전에 왜군 배가 모조리 줄행랑을 놓았다는 것이 대다수다.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은 정유년 9월 16일(갑진)에 벌어졌던 해전이다. 판세는 '진퇴유곡'이고, 부하는 멀찍이 도망가 군령의 엄준함을 외치고 있다. "실로 천행이었다"는 말미로 보아 대첩이 신나는 게임이 아니라 '절체절명'이었음을 웅변한다.
 해전 며칠 전인 정유년 9월 11일(기해)에는 "흐리고 비가 올 기미가 있었다. 홀로 배 위에 앉았으니 그리운 회포로 눈물을 흘렸다. 천지간에 어찌 나 같은 사람이 있으리오. 아들 회가 내 심정을 알고 몹시 언짢아했다"고 기록돼 있다.
 어머니가 별세했고, 한 아들은 전사했으며, 고향집이 쑥대밭이 된데다 사형 언도까지 받았던 이순신의 승전의 에너지는 어디에 있었을까.
 혹자는 화랑도의 '유비무환(有備無患)'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하지만 원균의 칠천량 패전으로 남은 군선이 12척에 불과했다.
 제법 지루하기까지 했던 난중일기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철저히 원칙과 기본에 충실했던 이순신의 '정중동(靜中動)' 가운데 백전백승의 필승전략이 숨어 있었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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