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저자 밀란 쿤데라 | | ⓒ 경북연합일보 | |
「커튼」은 「소설의 기술」, 「배신당한 유언들」에 이은 체코의 밀란 쿤데라의 세 번째 에세이집이다.
앞서 나온 두 권의 책이 세르반테스 이후 이어져 온 유럽의 소설 역사를 조망하고 소설의 존재 이유와 미학적 특성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커튼」은 선(先) 해석이 가해진 이 세계를 '커튼'에 비유해 통찰한다.
위대한 소설들은 모두 이 커튼에 수놓인 진실을 그대로 베끼기보다 저항하고 찢어내며 새로움을 발견, 창조했다고 설명한다.
추상적 사유나 현학적 이론에 기댄 평론집과 달리 소설가로서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체험적 직관들을 여러 소설 작품들을 망라해가며 구체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 장에 이르러 다시 이 개념을 상기시키며 결론을 맺는다. 요컨대 어떤 한 작품의 미학적, 철학적 가치는 독자적으로 성립한다기보다 소설사의 맥락 속에서 다른 작품들과 상호 연계할 때, 그러한 연속성 속에서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윌리엄 포크너가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1930)를 무려 열다섯 명의 독백으로 구성한 것은 일찍이 쇼데를로 드 라클로가 「위험한 관계」(1782)를 통해 제기했던 것과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서로 다른 시대, 서로 다른 지역에 살았던 두 소설가가, 단 한 명의 서술자만을 내세워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모든 것이 진실이라고 상정하는 기존의 소설 관습에 나름의 방법과 스토리로 저항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