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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풍년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5년 10월 08일(목) 14:08
↑↑ 김영호 교육학박사
ⓒ 경북연합일보



금년에도 우리 고장 경주가 풍년이라고 한다.'우순풍조(雨順風調)하니 시화년풍(時和年豊)이라'더니 비가 순조롭게 오고 바람이 조화롭게 부니 시절이 풍년이 된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들녘에는 깨끗한 천년색의 황도가 가을바람에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가로수에는 단풍이 물드는가하면 감나무에는 붉은 감이 만추의 정서를 불태운다.

 보문 호반의 한 바퀴 산책길 또한 절경이다. 가파른 절벽에 다리를 놓아 순회 할 수 있도록 건설한 것은 재원과 힘이 많이 투입 되었겠지만 그 길을 걸을 때마다 잘된 시정이었다고 고마운 마음으로 모두들 칭송을 한다. 주말만이 아니라 주중에도 밀려오는 차량행렬을 보면 경주는 역시 경주임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경주시를 찾아주는 차량행렬에서 내뿜는 매연을 마시고 일생을 살아가는 우리 시민들은 비록 비위생적 냄새가 코를 찌르더라도 고마움을 느끼면서 천객만래하여 경제를 활성화한다면 누군들 만성화된 코를 조용히 누르며 참지 못할 것인가.

 우리의 고장 경주는 시명 그대로 경사스러운 고을이라 여겨진다. 금오산에 올라 시가지를 조망해 보면 북쪽에는 소금강산이 원경으로 보이고 동쪽에는 긴 토함산이 해풍을 차단해 주고 서쪽에는 신라의 서방세계를 지켜주었던 선도성모의 전설이 전해오는 선도산의 수려한 광경이 눈마저 놀라게 하는 미경이 되고 있으니 이 어찌 왕도가 아니었으랴. 날로 발전해가는 과체중이 거동을 불편하게 하기에 작정을 하고 산에 올라 보니 숨은 거칠어지고 가슴에는 고통의 적신호가 열한을 쏟으며 작동을 하지만 출발은 머뭇거려 졌으나 등산은 역시 최상의 보신이라고 생각된다.

 산상은 사방이 무애하니 시원한 바람이 자유롭게 천류에 따르는 듯 한즙을 씻어주지만 기가 빠진 양다리는 반석 앞에 제동을 건다. 힘없이 주저앉았다. 숨을 고르고 눈을 반개하여 휴식을 취해보니 어느덧 신선이 된 기분이다. 목석간장이라 할지라도 대자연이 주는 축복을 마다할 수는 없는 것. 뭔가 떠오르는 것 같은 시적 충동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는 신생아의 고통이 되어 소리 없는 시어가 육신을 배종(陪從)한다. 눈앞에 펼쳐진 노란 답야를 바라보니 지난 시절 읽었던 시가 자리 값으로 문득 떠올랐다.

 "과부당추석(寡婦當秋夕)하여 청산진일곡(靑山盡一哭)이라/ 기하황도숙(其下黃稻熟)한데 동경부동식(同耕不同食)이라네"하는 시이다.

 남편과 사별한 여인이 추석을 맞이하여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달랠 수 없어 산에 올라가서 해가지도록 울면서 산 아래 논에 벼가 누렇게 익어 가는 것을 바라보며 함께 논을 갈며 농사를 지었건만 먹을 때는 저승으로 떠났으니 함께 먹지 못하게 되었다는 아픈 마음을 노래 한 것이다.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농사를 지었건만 제대로 먹지 못하고 떠난 남편을 진정 사모하는 일구에서 여인의 고맙고 아름다운 순정이 가을 들판 황도를 쓰다듬는 따뜻한 바람임을 느껴본다.

 아버지가 자식을 죽이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막가는 세상에서 가신님을 진정 그리워하는 여인의 일편단심이 녹아있는 명구이다. 다시금 아내의 존엄한 가치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내에게 대꾸 한마디 못하는 세태에서 하루 일식이라도 얻어먹고 살려면 백인당중유태화(百忍堂中有太和)라는 전설 같은 명구를 암송하며 아내의 만행을 백번이라도 참아야 하겠으나, 동경부동식은 커녕 '남편이 떠난 붕성지통(崩城之痛)을 진통처방하고 화장실가서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웃는다'는 항간의 농설은 너무한 것 같다.

 자식 떠난 외로운 아파트에서 딴방 거처하더라도 그래도 부부는 세태를 초월해서 존중해야 할 존재적 관계이기에 동경동식하는 부부애의 풍년이 참된 풍년이 아니겠는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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