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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달을 보며 둥글어질 수 있기를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5년 09월 22일(화) 15:32
↑↑ 문무학 문학박사
ⓒ 경북연합일보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 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이해인 시인의 '달빛 기도' 다. 그 기도 들으며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바래본다.

 그렇게 둥글어지는 마음을 갖게 해 줄 한가윗날이 다가온다. 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가위', '가윗날', '한가윗날' 이 모두 '추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가윗날'은 '가위' 라고 해도 될 것을 접두사 접미사를 붙여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가위' 라는 우리말이 쓰이지 않고 '추석(秋夕)' 이란 한자말이 더 많이 쓰인다. 우리말 사전이 우리말을 한자로 풀이하고 있는 얄궂은 경우이기도 하다.

 한가윗날 사나흘 전, 이 때 쯤에 천상병 시인은 '한가윗날이 온다' 라는 시를 읊었다. "가을이 되었으니/ 한가윗날이 멀지 않았소./ 추석이 되면/ 나는 반드시/ 돌아간 사람을 그리워하오.// 그렇게도 사랑 깊으시던 외할머니/ 그렇게도 엄격하시던 아버지/ 순하디 순한 어머니/ 요절한 조카 영준이/ 지금 천국에서 기도하시겠지요." 라고… 추석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시로 일러주고 있다. 외할머니 어머니로 이어지는 사랑의 맛을 느끼게 해 준다.

 한가윗날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계절 가을 속에 있다. 우리 조상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 고 소망했다. 이 속담에는 우리 조상들의 가난의 서러움과 욕심 없는 마음이 담겨있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때, 조상에게 제사 드리는 이 날만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으니 그게 서럽다. 그래서 그 날 같기만 바란다는 것은 얼마나 서러운 일인가. 그리고 한가윗날 보다 더 좋은 날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이면 욕심이 될 것이기에 그렇게만 바라는 것이다. 이 속담이 간직한 깊은 뜻을 새겨보면 우리는 지나치게 욕심 부리고 살고 있지 않은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서정주 시인은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나 어렸을 때의 시간-이라는 시에서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 마디 하면/ 대 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 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 내어 깔깔거렸네." 라고 읊었다. 이 시 읽으면 추석에 어렵사리 고향 가는 이유가 짐작되기도 한다. 깔깔거리는 달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 시대에도 우리가 추석을 기리는 것은 그것이 전통을 지킨다는 의미가 크다. 그리고 시쳇말로 무엇인가 얻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얻는 게 없으면 아무리 전통이라고 해도 내팽개치는 것이 오늘날의 인심이니까 말이다. 이 한가윗날의 전통도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것이며,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

 한가윗날은 분명 우리에게 주는 것이 많다. 먼저 조상의 음덕을 입는다. 우리의 뿌리, 나의 뿌리를 생각하게 한다. 고향 가서 산천으로부터 위로 받고, 가까운 일가와 고향 사람들로부터 위로 받는 것이 그 다음이다. 그런 생각과 위로를 통하여 마음의 평화를 얻고 삶에 대한 용기를 얻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보름달처럼 둥글어질 수 있는 꿈을 꿀 수 있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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