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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가을, 책을 펼치자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5년 09월 09일(수)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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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문무학 문학박사 | | ⓒ 경북연합일보 | |
우리 삶에서 '책을 읽자'는 외침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지만, 그리 중하게 여기지 않는 일 중의 하나다. 공기가 없으면 당장 숨을 쉬지 못하고 우리의 목숨을 잃을 수 있지만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듯이, 책이 우리 문화의 핵이지만 책을 제쳐 두고 문화생활을 하겠다는 것은 문화의 뿌리를 모르고 겉만 아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문화생활은 책으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다.
문명의 발달은 인간이 사고할 기회를 많이 빼앗아 갔다. 라디오를 듣다가 TV를 보게 됨으로써 사고할 기회를 빼앗기고, 최근에 와서는 스마트 폰이 우리의 소중한 사고 기회를 다 빼앗아가고 심지어 대화의 시간까지 다 빼앗아 가 버렸다. 온 천지에 사색은 사라지고 검색만 난무하는 것이다. 스마트 폰을 통해서 e-북을 읽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철에서 이제 신문 보는 사람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스마트 폰만 본다.
모처럼 KTX을 타고 서울에 갈 일이 생겼다. 차를 타다가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됐다. 'KTX 미니 도서관'이다. 열차와 열차 사이의 공간에 책을 꽂아놓고 승객들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참 좋은 시책이다 싶어 책을 살피다가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정확히 191쪽의 책이었는데 대구에서 서울까지 가는 시간에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책이었다. 서울역에 내릴 때 도서관에서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기분이 썩 괜찮았다. 그런데 불만이 없지도 않았다. KTX가 미니도서관을 만들면서 이왕 좋은 아이디어로 하는 사업이니까 좀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첫째로 좋은 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책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그냥 심심풀이 땅콩이 아니라 재미있으면서 느끼는 게 있도록 하는 책 말이다. 요즘 강조되고 있는 인문학 그 중에서도 우리 역사와 관련된 것이라든지 열차니까 열차와 관련된 책들이라든지 찾으면 좋은 분야가 있을 것이다.
둘째로 열차를 타고 가는 시간이 최소 30분 정도에서 4시간 정도라고 본다면 열차를 타고 가는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부족하다. 이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내가 읽은 책은 200쪽이 채 안 되는 책인데 이 보다 더 두꺼운 책이면 다 읽지 못하고 내리게 된다. "마음의 양식은 가져가시고 책은 KTX 미니 도서관에 돌려주세요"라고 인쇄해서 책 표지를 둘러놓았지만, 읽다가 다 못 읽으면 가져갈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어쨌든 이 시책은 괜찮았다. 책을 읽게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준비가 되어 있다. 몸에 책을 지니고 다니는 것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짧은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두껍거나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책에 관심을 가지면 불편하지 않게 아니 멋스럽게 휴대하기 좋은 책도 얼마든지 있다.
책을 많이 읽자고 주장하는 것은, 주장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쑥스러운 일이다. 도대체 책은 얼마나 읽어야 하는가. 먹는 것은 일정량을 먹으면 먹을 수 없는 상황이 오는데 책은 그렇지 못하니 어느 정도라야 좋은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야말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으란 말은 어려서부터 죽을 때까지 들어야 하는 잔소리가 되고 말았다. 문화를 제대로 알고 문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책부터 읽어야 한다. 책이 문화인을 만든다. 어떻게? 라고 묻지 말고 읽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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