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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는 보길도 낭만여행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5년 09월 07일(월) 11:14
↑↑ 박정웅 행정학박사
ⓒ 경북연합일보



유난히도 무더운 여름 끝자락에서 나를 내려놓는 시간의 새참을 챙겨 보는 남도여행을 즐긴다. 일상에서 나날을 분주하게 쫓기다보면 때로는 한 번쯤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러한 심경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재충전하는 귀중한 시간임을 그 시간이 지난 후에 자신을 되돌려 놓았을 때 느껴지는 삶의 새로운 느낌으로 닿아 올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로 여행을 한다.

 잠시, 지금의 생활을 접고 삶의 공간을 이동해 보는 것은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그것을 실행하는 데는 일상의 작은 변화가 수반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 무감각하게 지내거나 망설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을 논하기도 하였다. 꼭 기술까지 요구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그래도 둥지를 떠나는 햇병아리처럼 일상에서 익숙하지 못한 점은 누구나에게 있는 법이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무작정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닌 것이 여행이다. 여행은 자신이 결정하고 실현해야 하는 일상의 탈출이기 때문에 우선 현실적으로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하며 또한 당장 부닥칠 장소적 대상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지난 주말 잠시 집을 나서서 남도의 땅 끝으로 향하는 여행을 하자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동행하기로 하였다. 우선 남도를 접한다는 호기심에 마음이 즐겁다. 새롭게 와 닫는 지리적 환경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았다. 시시각각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에 우선 맘이 끌리는 것이 여행의 묘미인 것이다.

 무작정 찾아 떠나는 남쪽 바다, 전라남도 해남군의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중에서 고산 윤선도의 혼이 스린 보길도를 찾는다. 사실 무작정이지만 맞닿는 느낌에 매료될 때 마음의 감흥은 감동 그 자체이다. 이번에 찾은 곳은 신선이 사는 절경이라는 한반도 육지의 끝 마을에서 뱃길로 이어지는 비경의 섬, 고산 윤선도를 매료시킨 섬, 보길도로 향한다.

 윤선도가 보길도를 접하게 된 정황은 병자호란에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굴복함에 세상을 등지는 심경으로 관직을 버리고 65세의 나이에 낭인생활을 하면서 제주도로 가는 중에 태풍을 피하기 위해 잠시 보길도에 머물며 섬의 수려한 경관에 매료되어 10여 년간 당시의 뱃길을 18번이나 찾아 간 곳으로 섬의 절경에 취해 무려 13년간이나 섬의 물, 돌, 소나무, 대나무와 달을 친구하며 자연과 더불어서 생활한 흔적들이 배어있는 섬, 고산의 마음을 새긴 '어부사시사(漁夫四時詞)' 시조에 보길도의 생활이 그대로 머물고 있는 느낌이다.

 뱃길로 포구에 닿으면 잘 정비된 길을 따라 고산의 유허지인 세연정(洗然亭)으로 향한다. 고산이 정자를 짓고 연못을 만들어 풍류를 즐기던 곳, 잠시 맘을 내려놓고 정자에 앉으면 눈앞에 전개되는 정원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에서 누구나 시가 나올 법한 한가로움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이쯤에서 왜 고산이 보길도에 왜 머물었는지를 알 것만 같다. 더하여 고산의 낙서재, 곡수당 등과 동천석산, 연꽃봉우리가 터져 피는 듯하다는 보용(芙蓉)동이 어우러져 보길도 은둔생활은 고산에게는 하늘이 나를 기다린 곳으로 이곳에 머무는 것이 족하다고 했다 .

 고산이 가꾸어 놓은 낙원이지만 누구나 꿈꾸는 유토피아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이처럼 자연과 동화되어 고산처럼 시름과 욕망을 내려놓고 살고픈 맘이 밀려온다. 잠시 이곳에 머물지만 그래도 자신이 터전을 마련하고 있는 일상이 보통 사람들의 정서이고 보면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스스로 챙기는 나의 집이 안식처인 것을…, 그러나 일상에서 가끔 나를 내려놓는 여유로움을 여행으로 충전시키는 것이 생활인의 즐거움이 아닐까.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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