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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지에선 검색(檢索) 아닌 사색(思索)을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5년 08월 12일(수)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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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문무학 문학박사 | | ⓒ 경북연합일보 | |
지난 것은 잊어버리고 지금 겪고 있는 것은 현실이 되어 그런지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40도에 가까운 기온까지 올라갔으니 '유난히'란 표현이 그렇게 잘못된 것은 아닐 성 싶다. 그러나 오늘이 말복(末伏). 이제 더위도 서서히 물러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절기상으로 입추가 지나갔으니 더위가 머물기도 미안한 일이 아니겠는가. 제 시절 갔으면 물러나 주는 것이 절기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필자는 오늘, 올 여름 한 더위가 다 간다고 생각할 수 있는 말복 날에 우리 조상들의 훌륭한 피서 문화는 어떤 것들이 있나 찾아보고 오늘날의 피서 문화가 괜찮은 것인지 생각해 보고 싶다. '바캉스(Vacances)'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우리에게 원래 없었던 문화가 근대 이후 새로 생긴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그것은 아니다.
우리 선조들은 참으로 훌륭한 피서 문화를 즐기고 살았다. 피서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고 즐겼다.
그 피서는 대체로 복날을 중심으로 해서 펼쳐졌다. 복날은 초복, 중복, 말복으로 열흘 간격이다.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린다. 해에 따라서 중복과 말복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한다. 이 기간이 여름철 중에서 가장 더운 삼복더위가 되는 것이다. 금년의 경우만 봐도 7월 13일 초복, 7월 23일 중복, 8월 12일 말복으로 가장 더운 기간이고 이른바 피서의 정점인 기간들 아닌가.
이 복날에 농경시대 우리 삶의 중심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벼는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고 한다. 벼는 줄기마다 마디가 셋 있는데 복날마다 하나씩 생기며 이것이 벼의 나이를 나타낸다고 한다. 또한 벼는 이렇게 마디가 셋이 되어야만 비로소 이삭이 패게 된다고 한다. 이를 좀 더 확대 해석하면 모든 곡식들이 한 여름의 더위를 겪어야만 열매 맺을 수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여름은 열매를 익히는 계절이니까 말이다.
이 복날을 보내는 방법이 피서법이다. 복날은 보신을 위하여 특별한 음식을 장만하여 먹었다. 현대에 들어와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개를 잡아서 개장국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중병아리를 잡아서 영계백숙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 하여 팥죽을 쑤어 먹기도 했다. 또 아이들이나 아낙들은 여름 과일들을 먹으며, 어른들은 산간계곡에 들어가 탁족(濯足)을 했다고 전한다.
피서는 더위를 피해 제대로 쉬는 것이다. 휴식 전문가 메튜 애들런드는 '휴식'에서 "얼마나 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쉬느냐가 중요하다. 당신이 늘 피곤한 이유는 휴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휴식의 방법이 틀려서이다. 진정한 휴식은 회복하게 해 주는 것이다" 라고 썼다. 우리 조상들의 피서문화 개장국은 좀 그렇지만, 탁족은 문화민족의 품격 있는 피서법이다. 탁족은 그 상징성이 매우 넓다. 발을 씻으면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발에게 수고했다고 위로하고, 앞으로 더욱 힘차게 걸어가자는 약속을 하는 것이 아닌가.
쉬는 것이 노는 것이 아니라 다시 출발하기 위한 준비라면 발을 씻는 일보다 더 어울리는 일이 어디 있을까 싶다. 발을 씻으면서 걸어온 길 돌아보고, 갈 길 내다보는 일, 이 보다 더 품격 있는 피서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 조상들이 즐긴 피서법, 이 얼마나 멋진가. 피서지에서도 제대로 쉬거나 사색은 하지 않고 검색만 하는 문화, 생각 좀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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