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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번호 바뀌는데 옛 주소가 그리우니…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5년 08월 05일(수) 11:10
↑↑ 문무학 문학박사
ⓒ 경북연합일보


세상에 바뀌는 것이 너무 많아서 참으로 번거롭다. 정들자마자 헤어져야 하는 것처럼 뭔가 좀 익힐만하면 바뀌고 또 바뀌어 적응하기가 참 쉽지 않다. 가전제품이 진화하면서 그 복잡한 사용법도 그렇고, 특히 휴대폰의 경우 이제 손에 익어 마음 놓고 쓸 정도가 되면 그만 구형이 되어버린다. 구형이 되도 쓸 만한 환경이 되면 괜찮지만 내 구형이 신형을 가진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도 있어 구형을 고집하기도 어렵다.

 삶의 환경이 달라지면 그 환경에 맞게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정사업본부가 8월 1일부터 기존 6자리 우편번호를 5자리로 바꾸었다. 2014년 1월 1일부터 사용하는 도로명 주소의 체계에 맞추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그럴 필요가 있을 테지' 하고 따라가면 될 일이지만, 우편번호의 변경은 도로 명 주소 개편 때와 마찬가지로 딱 꼬집어 낼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준다.

 도로 명 주소가 시행되면서부터 주소상의 고향이 없어졌다. 어려서부터 수도 없이 쓰던 내 고향집 주소는 경북 고령군 고령면 저전동 540번지다. '동'이 '리'가 되기도 하고 '면'이 '읍'이 되기도 했으며, 읍 이름이 바뀌는 등 여러 차례 바뀌어 지금은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저전1길 13-10 이다. 낯설다. 내 고향집 주소 같지가 않다. '동' 이라는 말이 '길'이 되면서 그 다정다감했던 동네라는 공동체가 무너져 버렸다.

 바꾼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이다. 개인이 가진 습관 하나 바꾸기도 얼마나 어려운가. 생각해보면 정부의 이런 개편도 얼마나 힘이 들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조금 불편해도 그대로 두면 안 되는가 싶은 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에게 도로 명으로 바꾼 주소는, 우편번호가 없던 그 옛날 주소를 그립게 만들고 있다. 단지 그립다는 것이지 그리 돌아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톨스토이 같은 대문호는 "인간의 삶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인간은 그 변화를 어디까지나 외적 조건의 소산이 되게 하지 말고 영(靈)의 소산이 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의 「일기」에서 설파했다. 그렇다 마음이 그 변화를 기쁘게 수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우리에게도 "물은 흘러도 여울은 여울대로 있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세상만사가 변하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말이다.

 이런 감상적인 정서를 위하여 바꾸어야 할 필요성이 큰, 도로 명 주소나 다섯 자리 우편번호를 바꾸지 말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바뀐 도로 명 주소는 어딘가 완전하지 못한 점을 갖고 있다. 도로 명 주소면 도로 명 주소로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어야 하는데 괄호를 하고 동명을 기재해야 한다면 제대로 된 것이 아니다. 도로 명 주소의 경우 시행착오도 있었다. 도로 명 주소를 1차적으로 부여했다가 다시 바꾸어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우편번호의 경우는 그럴 턱이 없겠지만, 국민의 삶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일을 변화시키고자 할 때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 지금은 우편이 편지를 전하는 일 보다 다른 용도로 더 많이 쓰이지만, 지난 날 배달부는 그야말로 사랑의 메신저였다. 펜팔이라는 사교 방법이 있었고 편지는 사람의 마음을 전하는 참으로 소중한 것이었다. 우편과 관련된 것들의 변화는 특히 장노년 층에게는 그야말로 마냥 섭섭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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