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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준 숙제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5년 07월 20일(월) 11:20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두 회사가 오는 9월 1일자로 합병하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De Facto Holding Company)인 '통합 삼성물산'이 탄생하게 된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던 삼성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도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삼성그룹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강한 반발에도 합병을 성공시킴에 따라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 전체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된 합병 과정에서 국제투기 자본에 맞선 경영권 방어 수단, 주주 가치와 권리,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 우리 재계가 안은 여러 문제점이 한꺼번에 노출됐다. 우리 사회가 이런 숙제를 풀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혼란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삼성에 대한 엘리엇의 공격은 국제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는 우리 대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한번 노출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자본시장이 개방된 이후 1999년 타이거펀드의 SK텔레콤을 시작으로 소버린, 헤르메스, 아이칸, 론스타 등 외국의 투기자본들은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공격해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낮은 대주주 지분율, 경영권 방어 수단의 부재, 지배구조의 후진성 등이 원인으로 꼽혔지만 이후 뚜렷한 대책이 나왔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재벌닷컴이 최근 총수가 있는 자산 규모 상위 10대 그룹 소속 96개 상장사의 지분 보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수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율이 외국인보다 낮은 곳이 16곳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이나 차등의결권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은 전혀 없으니 언제든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셈이다.

 엘리엇은 합병 후에도 경영권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최근 주주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경영권 방어와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당장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이것이 우리 기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장수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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