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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5년 07월 01일(수) 11:09
↑↑ 문무학 문학박사
ⓒ 경북연합일보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전문이다. 7월 첫날, 이 멋진 시 한편 읽고 시작하면 7월이 멋져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으면서 말이다. 이 시는 평화로운 삶에 대한 소망이 주제다. 그것을 고향 그리움을 제재로 하여 쓴 그야말로 아름다운 시다.

 이 작품을 쓴 시기가 1939년, 일제강점기고, 이육사 선생이 독립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그의 작품이 모두 항일 시로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시를 해석할 때 시인의 삶이 반영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 작품은 그 어떤 경우라도 예술 이외의 다른 의도와 목적이 들어있으면 순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로지 예술작품으로서만 존재할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나고 그 작품의 생명이 길어진다. 이 작품은 그야말로 순수 서정시다. 고향을 소재로 한 소박한 꿈의 표현이다. '청포도' 같은 명작은 예술로 오래 남아야 한다. 오래오래 남기기 위해서 시인의 생애와 관련 확대 해석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육사 시인이 이 작품을 발표한 것은 나이 35세 때인 1939년이다. '문장'지에 발표 되었다. 발표가 39년이니까 그 전에 썼을 것이다. 이 때 이육사 시인은 서울에 있었다. 이육사문학관의 연보에 따르면 이 해 명륜동에서 종암동으로 이사를 했고, 8월에 '청포도'를 발표한 것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볼 때 이육사는 이 작품을 그야말로 칠월에 썼을 가능성이 높고 써서 바로 잡지사로 보낸 것으로 추측할 수 있겠다.

 필자는 이 작품에서 주목하고 싶은 곳이 첫 행이다. "내 고장 칠월은" 이 짧은 행에서 이육사는 다양한 시적 장치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장이라는 단어를 쓸 때 우리는 '우리 고장' 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내 고장' 이다. '우리 고장'이 아니고, '내 고장'이라서 얼마나 더 가깝게 느껴지는가.

 그 다음 단어는 '고장' 이다. 시인은 왜 '고향'이 아닌 '고장'이라고 표현했을까? 사전적 해석을 따르면 '고장'은 "사람이 많이 사는 지방이나 지역"으로 풀이 된다. 안동이 아니고 경상도란 말인가. '우리'가 아닌 '내' 와는 달리, 시작(詩作)에서 구체성을 더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기는데 그것을 비껴간다.

 시 속의 칠월이 음력인가 양력인가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양력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러나 둘째 행에 '익어가는 시절' 이라고 했으니 어느 한 시각을 분명히 하고자 한 것이 아니니까. 굳이 양, 음력을 따져 단정 지을 필요도 없다. 우리 삶에는 분명한 것보다 분명하지 않은 것이 더 많지 않은가. 삶을 표현하는 시 역시 분명하기가 어렵다.

 7월, 우리 삶이 알알이 익어가는 청포도 같았으면 좋겠다. 일 년의 반을 보내고, 그 반을 돌아보기도 하자. 남은 반년은 둥근 포도알처럼 우리네 마음이 더 둥글어지고, 청포도의 그 싱그럽고 달콤한 맛처럼 깊어졌으면 좋겠다. 마음속으로나마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고" 누군가를 기다려 보자.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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