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 2026-08-06 21:22:36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전체기사
커뮤니티
공지사항
자유게시판
행사알림
회사알림
 
뉴스 > 칼럼
"7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5년 07월 01일(수) 11:09
↑↑ 문무학 문학박사
ⓒ 경북연합일보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전문이다. 7월 첫날, 이 멋진 시 한편 읽고 시작하면 7월이 멋져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으면서 말이다. 이 시는 평화로운 삶에 대한 소망이 주제다. 그것을 고향 그리움을 제재로 하여 쓴 그야말로 아름다운 시다.

 이 작품을 쓴 시기가 1939년, 일제강점기고, 이육사 선생이 독립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그의 작품이 모두 항일 시로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시를 해석할 때 시인의 삶이 반영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 작품은 그 어떤 경우라도 예술 이외의 다른 의도와 목적이 들어있으면 순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로지 예술작품으로서만 존재할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나고 그 작품의 생명이 길어진다. 이 작품은 그야말로 순수 서정시다. 고향을 소재로 한 소박한 꿈의 표현이다. '청포도' 같은 명작은 예술로 오래 남아야 한다. 오래오래 남기기 위해서 시인의 생애와 관련 확대 해석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육사 시인이 이 작품을 발표한 것은 나이 35세 때인 1939년이다. '문장'지에 발표 되었다. 발표가 39년이니까 그 전에 썼을 것이다. 이 때 이육사 시인은 서울에 있었다. 이육사문학관의 연보에 따르면 이 해 명륜동에서 종암동으로 이사를 했고, 8월에 '청포도'를 발표한 것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볼 때 이육사는 이 작품을 그야말로 칠월에 썼을 가능성이 높고 써서 바로 잡지사로 보낸 것으로 추측할 수 있겠다.

 필자는 이 작품에서 주목하고 싶은 곳이 첫 행이다. "내 고장 칠월은" 이 짧은 행에서 이육사는 다양한 시적 장치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장이라는 단어를 쓸 때 우리는 '우리 고장' 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내 고장' 이다. '우리 고장'이 아니고, '내 고장'이라서 얼마나 더 가깝게 느껴지는가.

 그 다음 단어는 '고장' 이다. 시인은 왜 '고향'이 아닌 '고장'이라고 표현했을까? 사전적 해석을 따르면 '고장'은 "사람이 많이 사는 지방이나 지역"으로 풀이 된다. 안동이 아니고 경상도란 말인가. '우리'가 아닌 '내' 와는 달리, 시작(詩作)에서 구체성을 더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기는데 그것을 비껴간다.

 시 속의 칠월이 음력인가 양력인가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양력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러나 둘째 행에 '익어가는 시절' 이라고 했으니 어느 한 시각을 분명히 하고자 한 것이 아니니까. 굳이 양, 음력을 따져 단정 지을 필요도 없다. 우리 삶에는 분명한 것보다 분명하지 않은 것이 더 많지 않은가. 삶을 표현하는 시 역시 분명하기가 어렵다.

 7월, 우리 삶이 알알이 익어가는 청포도 같았으면 좋겠다. 일 년의 반을 보내고, 그 반을 돌아보기도 하자. 남은 반년은 둥근 포도알처럼 우리네 마음이 더 둥글어지고, 청포도의 그 싱그럽고 달콤한 맛처럼 깊어졌으면 좋겠다. 마음속으로나마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고" 누군가를 기다려 보자.
경북연합일보 기자  
- Copyrights ⓒ경북연합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영덕 고래불역서 철도관광 축제 열린다
안동 월영열차·와룡빛터널 첫선
군위군의회 산경위 의정활동 돌입
경북소방, AI 기반 재난대응 강화…신고접수시스템 고도화
대구시, 제조기업 AX 전환 가속화 돕는다
경주시, 공공기관 유치전 돌입…원자력·에너지안전 분야 공략
포항에 동북권 ICT콤플렉스 개소…AI·SW 인재 양성
청송사랑화폐 할인율 15%로 조정…안정 공급 강화
어린이 문화체험 프로그램 확대 운영
민선 9기 경북도 투자유치특위 발족
최신뉴스
408억원 규모 ‘경북 혁신 벤처펀드’ 결성  
대구경북 말산업 특구 활성화 채찍질  
노지 밭작물 스마트 관수기술 도입  
안동시 착한가게 400호점 탄생  
예천군, 지역 환경리더 양성 나섰다  
영양군, 고추 재배 종합 평가회 개최  
영주서 대만 복싱 선수단 350명 전지훈련  
‘부적합 방폐물 반입, 케리(KAERI)’ 엄중 처벌해야  
달성군 찾아가는 장애인식개선 문화예술교육 호응  
군위군, 폭염 속 농작업 안전 지킨다  
대구서 조수미 세계무대 데뷔 40주년 기념공연 열린다  
볼거리 많은 대구과학관, 대구 인기 공공기관 1위  
냉방기기 사용·전력 수요 급증…화재위험경보 ‘심각’ 상향  
경북도, 민·관 합동 독도 연안·수중 정화행사 개최  
경북도,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 추진 본격화  

신문사소개 편집규약 윤리강령 고충처리인제도 개인정보취급방침 제휴문의 광고문의 구독신청 기사제보 저작권 문의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경북연합일보 / 사업자등록번호: 505-81-82281/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화랑로 32 (성건동)
발행인.편집인: 정진욱 / mail: sp-11112222@daum.net / Tel: 054)777-7744 / Fax : 054)774-331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가0003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진욱
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29,453
오늘 방문자 수 : 22,237
총 방문자 수 : 41,747,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