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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의 직업은 예술이 분명하다. 그런데…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5년 06월 16일(화) 14:34
↑↑ 문무학 문학박사(시인)
ⓒ 경북연합일보



미국 대학엔 참 부러운 전통 하나가 있다. 졸업식에서 국내외 저명인사를 초청해 축사를 하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초청된 명사들은 짧게는 20분, 길게는 한 시간 가량의 축사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인생 계획을 세우는 졸업생들에게 조언을 한다. 졸업식을 대학 시절의 진정한 마지막 수업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졸업장 수여하고 총장, 동창회장 등의 축사가 고작이다. 그것도 나쁠리 없지만 이른바 수업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05년 스텐포드대 졸업식에 초대된 스티브 잡스는 "계속 갈망하라, 여전히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 라는 말을 핵심으로 축사를 했고,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2012년 보스턴대 졸업식에서 "친구 수가 아니라 우정이 중요하다. (Friendship, not friend)" 는 명언을 남겨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2008년 6월 하버드대 졸업식에 초대된 해리포터 작가 조엔. K. 롤링은 '실패의 미덕'을 들려주면서 졸업생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최근 뉴욕대학 졸업식의 축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72살의 할리우드 개성파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예술대 졸업식에 초청되었다. 축사에서 그는 "졸업생 여러분, 당신들은 해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엿 됐어요." 이렇게 욕설 섞인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예술가의 인생은 변호사나 의사, 회계사 등의 안정적인 삶과는 다르다고 말하며 "화려한 졸업식이 끝나고 나면 여러분 앞에는 평생 거절당하는 새로운 인생의 문이 열릴 겁니다. 보통은 이것을 '현실 세계'라 부르죠." 라며 축사를 이어갔다.

 자신도 원하는 배역을 수 없이 거절당했다는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예술인들에게 중요한 건 '열정' 이라며 끊임없이 거절당해도 그 다음이 있다는 희망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드니로가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었다. 경륜으로 익혀낸 진정성 있는 축사였다.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것이 축사가 아니라 길을 밝혀주는 것이 정말 축사다.

 결국엔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다음에' 입니다. 여러분은 다음에, 아니면 그 다음에 원하는 것을 얻을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은 모두가 해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로 끝맺었다. 자극적인 농담으로 시작한 축사가 진정성이 있고, 경험이 녹아 있어서 올해 최고의 졸업식 축사라는 찬사를 받으며 화제가 됐다. 대학의 마지막 수업으로 참으로 적절하다 싶다. 우리는 언제 이런 품격 있는 졸업식 할 수 있을는지, 드니로의 말마따나 '다음에' 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정말 '다음에', '또 그 다음에' 라도 이런 일은 꼭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품격 있는 나라의 문화 국민이 될 수 있다. 졸업식 축사에서 농담을 할 수 있는 배짱 있는 명사도 나와야 한다.

 그런데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예술을 전공한 학생들이 취직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예술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상을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현실적으로 수용되는 곳이 드물다. 그래서 예술은 공공재가 되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가 예술과 예술인을 키워야 한다. 예술인의 직업은 예술이 분명하다. 돈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자기가 하는 창작이 직업이 되는 것을 최상의 삶으로 생각한다. 꿈이지만 예술로 성공하기만 하면 그 어느 직종도 따라올 수 없는 명예와 부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예술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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