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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서 느낀 갈등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5년 06월 10일(수)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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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최형대 사회복지학박사 | | ⓒ 경북연합일보 | |
초여름 한낮의 햇살에 데워진 공기때문에 땅거미가 질 무렵이 되었음도 윗도리를 벗을까 말까하는 마음속 갈등을 연속적으로 자아내게 하고 있었다. 방금 먹은 소주 서너 잔의 알코올 기운도 달래고, 밤 장사를 막 시작한 거리상점들의 분주한 모습도 즐기며, 다리의 힘도 올릴 겸하여 성건동 사무소에서 황성동 집을 향해 혼자 걸어가기로 하였다. 걸어가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태나 초저녁 술집, 고깃집에 어쩌다 한 테이블씩 앉아 막 소주잔을 기울이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구경하고 그 형상에 대한 나만의 해석을 해 가면서 길을 재촉하였다. 그러다 경주여고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붉은색 보행신호등이 나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였다.
그 때 젊은 남녀가 팔짱을 끼고 빨간색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그때 그들에게 주의를 환기시켜주려고 하였으나 순간 그 결과 받을 수 있는 예상치 못하는 젊은 쌍의 반응에 대한 두려움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 때 뒤이어 동남아계통의 구릿빛 피부의 젊은 남자들이 역시 색맹인지 교통신호를 모르는지 파란색 통행규칙을 어기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으나 여전히 나는 장승처럼 서서 파란색 신호등을 기다리기만 하였다. 한참 후 파란색으로 바뀐 신호를 확인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나만 바보인가?"란 생각을 떠올리며 경주여고를 지나 알천(황성공원)쪽 횡단보도에서 또 빨간 신호등이 있어 보행을 멈추고 기다리게 되었다.
조금 기다리다가 나도 모르게 나의 왼발이 도로 경계석에 올려 지게 되었다. 속으로 "어떤 신호등에는 이쯤에 몸이 위치하면 물러서라는 자동 음성안내가 나오던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 "아저씨"라고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한 11∼12세 내외의 남자아이가 날 쳐다보더니 "아저씨, 이 선을 밟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고 나를 환기 시켰다. 순간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뭐라고 대꾸하려다 적당한 대꾸의 내용이 떠오르지도 않았을 뿐더러 간발의 차이라 하더라도 엄밀히 내가 잘못하였기에 침묵을 지키는 순간, 신호의 색깔이 바뀌어 횡단보도를 건너게 되었다.
그 때 그 아이는 나를 앞질러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뒤따라 횡단보도를 건너 알천으로 내려가는 굴곡진 내리막 진입로를 들어서니 그 아이가 알천 내리막 진입로 중간에서 강 뚝 따라 조성된 아이 키 높이의 자전거용 도로로 뛰어오르고 있었다. 그때 나는 옳거니 하면서 "얘야 거기로 올라가면 안 돼 사람이 가는 길로 가야지"라고 아이를 환기시킨 후 아이와 갈라져 알천을 건너 황성공원 쪽으로 길을 재촉하였다.
잠자리에 들어 오늘의 귀갓길에 있었던 무단 횡단한 남녀, 그를 모방하여 불법을 따라한 동남아계 남자무리의 행동, 횡단보도에서 나의 행위에 환기를 준 아이, 아이의 잘못에 보복 같아 보이는 나의 환기행동들을 생각하며 한참이나 잠자리를 뒤척였다.
지금도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수사 중이다. 국제축구연맹 브래트 회장도 뇌물과 관련해 여론에 밀려 사퇴를 발표하였다. "앞의 젊은 남녀처럼 공약에 의한 사회적 제도나 법규는 자신의 사익을 위해서 자기 선별로 자신에게 적용하는 얌체적인 사람이나 무리들을 사회적 공정의 장에 끌어들이는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불법적 행위를 통해 그들만의 안전한 이득을 취득하는 모습을 자신에게 그대로 적용하려고 위법을 모방하는 동남아인들에게서 자신의 공정한 정의를 사리사욕의 유혹으로부터 지켜내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아이의 바름에 대한 인식과 그 인식을 지켜내려는 용기 있는 행동을 계속해서 끝까지 지켜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이의 환기에 대해 나의 부끄러움을 시인하고, 아이의 잘못에 대해 과거 연분과 완전 독립된 마음으로 진정어린 아이에 대한 지도로 내 마음을 정리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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