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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도 계절이 있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5년 06월 09일(화) 15:37
↑↑ 문무학 문학박사(시인)
ⓒ 경북연합일보


우리가 입고 사는 옷에 계절이 있고,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제철 음식이 있듯이 예술에도 제철이 있다. 다른 계절에 감상하는 것보다 그 계절에 맞추어 감상하면 감흥을 더 크게 받고, 더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제철 예술이다. 실제 예술계에서도 계절이 바뀌면 그 변화하는 과정을 예술로 묘사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인식되어 여러 장르에서 주제로 선택된다. 어느 계절에 어떤 예술을 감상해야 좋은가는 관심 가진 분야에 조금의 눈 품만 팔면 쉽게 알 수 있다.

 여름엔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을까? 경험과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의 경우 여름 음악하면 떠오르는 것이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이 먼저다. 그 외도 헨델의 수상 음악, 쇼팽의 빗방울 행진곡, 베토벤 월광 소나타 1악장 정도로 빈약한 목록을 갖고 있다. 클래식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고, 그냥 자주 듣는 것으로 접근한 결과다. 그러나 이 정도라도 참 행복한 여름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가 1723년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그 곡도 곡이지만 사계에는 작자를 알 수 없는(비발디 작사라는 설도 있음) 소네트가 계절마다 붙어있기 때문이다. 소네트는 유럽의 정형시로 단어 자체의 의미는 '작은 노래' 라는 뜻이며, 13세기경까지 엄격한 형태를 갖춘 14행의 정형시다. 따라서 비발디의 사계는 음악이 시를 따뜻이 품은 것이다. 시인이 마땅히 좋아해야 할 음악이다.

 '사계'는 각 계절마다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빠른 악장들 사이에 느린 악장이 하나씩 끼어있다. 계절마다 붙어있는 소네트는 그것이 곡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음악을 들으며 그 이미지를 확연히 떠올릴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 만든 악기와 신의 예술품인 자연을 기막히게 연결시키고 있음을 청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바이올린으로 이렇게 계절을 표현할 수 있구나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여름 1악장의 소네트는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면 타는 듯 뜨거운 태양 아래 사람도 양도 모두 지친다. 그러나 뻐꾹새와 산비둘기 같은 새들만 신들린 듯 시끄럽게 지저귄다. 그런데 느닷없이 북풍이 휘몰아치고 주위는 불안에 휩싸인다. 2악장의 소네트는 요란한 우레 소리와 겁을 먹은 양치기들도 어쩔 줄을 모르며, 제3장 소네트는 하늘을 두 쪽으로 가르는 무서운 번갯불, 그 뒤를 우레 소리가 따르면 우박이 쏟아지고, 잘 익어가던 곡식이 회초리를 맞은 듯 쓰러진다.

 이런 여름의 자연 현상을 솔로 바이올린이 뻐꾸기 울음소리와 산비둘기의 노래를 묘사하고, 북풍이 몰아치는 장면은 전체 합주로 강하게 연주한다. 바이올린 솔로는 슬픈 목동의 모습을 합주는 파리 떼들을 형상화하여 악기들이 가세 천둥 장면을 묘사한다. 참 멋지다.

 A. 단테는 "자연은 신의 예술." 이라고 설파했다. 비발디의 사계는 신의 예술을 닮아가는 아니 자연을 닮아가는 예술, 음악이라고 느낀다. 가장 위대한 예술은 자연과 하나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은 예술가들에게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예술 향수자들에게도 계절에 맞는 예술을 즐기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려준다. 제철 음식이 몸의 보약이라면 제철 예술도 정신의 보약이라는 것을…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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