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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아! 잘 가거라. 시로 너를 전송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5년 05월 26일(화) 19:12
↑↑ 문무학 문학박사(시인)
ⓒ 경북연합일보



5월이 간다. 연분홍 치마 휘날리는 것 보지도 못했는데 봄이 간다. 가는 게, 가는 게 눈에 훤히 보인다. 엊그저께 피었던 참꽃 지는 것이 보인다. 이리도 매정하게 떠나는 5월이지만 5월을 '계절의 여왕' 으로 부르는데 조금의 모자람이 없었다. 오히려 넘쳤다. 눈부시게 찬란했고, 그 무엇도 더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황홀했다. 굳이 꽃이 피지 않아도 바람만으로도 좋았고, 굳이 꽃이 피지 않아도 초록 잎사귀만으로도 넘치는 환희였다. 가고 있고, 갈 수 있어서 더 아름다운 5월이지만 아쉽기 그지없다.

 5월을 보내는 마음이 유정하여, 가는 5월을 시로 전송(餞送)하고 싶다. 아직 다 가지 않은 5월에, 다시 올 5월을 기다리는 이 철없음, 혹은 덧없음, 그래 무엇인들 어떠랴. 5월인데, 5월인데, 5월에 하지 못할 일이 어디 있으랴, 누구라도 용서하고, 무엇이든 용서하자. 햇빛이 반짝거려 그 어떤 추함도 보이지 않는데, 5월에 그 누구를 미워할 수 있으며, 그 어떤 미움을 만들 수 있으랴. 이 순한 바람 앞에서, 저 찬란한 햇살 아래서……

 시인 오세영은 '5월' 을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 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 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로 노래했다.

 그렇다. 5월은 너무나 푸르러서 '살아있는 것도 죄스럽다'는 역설을 뱉지 않으면 안 될 그 만큼이다. 아름다운 장미에 그 뾰족한 가시는 웬 것인가. 가시는 원래부터 가시가 아니었다. 그리움에 지쳐서, 그리움에 지쳐서 가시가 돼버린 것이다. 그래, 누군가를 깊이 그리고 오래 사랑하면 누구라도 장미의 가시 같은 독한 그리움을 품을 수도 있겠다. 그게 진정한 사랑이라면 설사 그게 죄가 된다 하더라도 생애 한번쯤은 품어야 될 것 같다.

 이해인 시인은 '5월의 시'를,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 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 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오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 속에 물오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그래, 5월에 우리 어찌 어머니를 빼놓을 수 있으랴. 어머니의 삶을 겸허한 기도로 보는 시인의 눈이 5월을 닮았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 이라니, 그렇다. 내가 잃은 시력은 내 나이가 가져간 것이 아니구나. 내가 내 가슴 속에서 알뜰살뜰 챙겨 먹이며 키운 욕심 때문이었구나. 문득 살아있어서 작게라도 깨우칠 수 있음이 행복하다. 5월이 있어서 그렇고, 5월을 노래하는 시인이 있어서 그렇고, 그 보다 더 아름다운 5월을 노래한 시를 읽을 수 있어서 좋다. 5월아, 잘 가거라. 아름다운 너를, 아름다운 시로 읽어 보낸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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