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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기획/특집
왜군 무찌른 박경신 장군 함성 들리는 듯…
군, 6년째 전통고택숙박체험
스토리텔링 자녀교육에 인기
임란때 전국 첫 의병 일으켜 "나라위해 당당하게 싸워라"
박 장군, 두 아들에 편지 보내
두달여만에 청도읍성 탈환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5년 04월 30일(목) 19:10
↑↑ 청도군 금천면 신지리 선암서원을 찾은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고택 체험을 하고 있다.
ⓒ 경북연합일보


↑↑ 선암서원 전경
ⓒ 경북연합일보



따스한 봄날 주말 오후에 청도를 찾았다. 지난달 25일 화양읍 삼신리 상설소싸움장 스타디움 싸움소들의 거친 숨소리를 뒤로하고, 청도를 동서로 가르는 곰티재 터널을 지나 금천을 향한다.

 구불구불 국도를 따라 매전을 지나 또 하나의 재를 넘어 동곡에 이른다.곧장 가면 청도의 동쪽 끝인 운문으로 향하는데, 우편으로 방향을 바꾸어 멀지않은 곳에 오백년의 향기가 온 마을을 감싸고 있는 곳, 금천면 신지리가 나타난다.

 동창천이 굽이쳐 흐르는 다리를 넘어 신지리에 들어서면 마을 초입부터 위풍당당한 전통가옥들이 좌우에 자리하고 있다.안동이나 경주의 민속마을처럼 조직화되지 않았기에 더욱 고즈넉한 향기를 내뿜는 진정한 전통마을이다.

 마을 중간쯤에 목적지인 '선암서원'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좁은 마을길을 따라 마을 끝에 가서야 비로소 전통한옥 특유의 단아함 속에 황소보다도 더욱 굳센 우리 선조들의 불굴의 기상을 간직한 곳, 선암서원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청도군과 박 씨 문중의 협약으로 시작된 전통고택 숙박체험 프로그램이 6년을 지나면서 이미 방송과 신문에 어느 정도 소개된 선암서원에는 시작 때부터 줄곧 이곳을 지켜온 박향숙 씨가 방문객들을 반가이 맞는다.

 "지난 겨울은 매우 추웠죠. 소소한 일상과 계절의 변화를 코앞에서 느끼며 역사의 향기를 맘껏 향유하는 고택체험이 정말 즐겁답니다." 박 씨는 오늘도 서원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느라 분주하지만 지칠 줄 모른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 79호인 선암서원은 언뜻 보기에는 모를 홰나무가 대문 오른편에 지키고 있어 예리한 식자들만 예전엔 서당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문 안에는 정침인 안채, 득월정인 사랑채 그리고 행랑채가 앞마당을 감싸고 있다.건물 사이를 지나 뒷마당에 들어서면 서당이었던 소요당과 뒤편의 장판각이 나온다.

 장판각은 보물로 지정된 '배가예부운략판목'과 '소학판목' 등의 출처이다.'한국학의 보고'라 일컬어지는 귀중한 판목들은 10여년 전 도난을 당하는 수난을 겪었다.도난 2년 후 트럭을 몰고 왔던 문화재절도범들이 일본으로 빼돌리기 직전에 극적으로 검거돼 모두 되찾았다.이로 인해 이 보물들은 2005년에 안동의 국학진흥원으로 옮겨가지 않을 수 없게 됐다.견본을 비롯한 관련 자료들을 전혀 대체해두지도 않은 채 판목들만 옮겨가니 소요당과 장판각의 허전함은 여전할 따름이다.

 서당 뒷문을 나서면 선암을 굽이쳐 흐르는 동창천이 아름드리 소나무들 사이에 비경을 드러낸다.

 오솔길을 따라 머지않은 곳에 보이는 예사롭지 않은 비석들.바로 임진왜란에서 승전하여 나라를 지켜낸 의사들을 추모하는 기념비이다.

 서기 1592년(선조25년) 임진년에 왜군이 침략해 부산(4월 14일 이하 음력), 밀양(4월 17일)이 무너지고 4월 20일에 청도읍성도 맥없이 빼앗겼다. 이에 비분강개한 박경신 장군은 불과 사흘 뒤인 4월 23일에 이곳 선암서원(당시 선암사)에서 전국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다.

 "서로 손을 잡고 의병을 일으켜 위로는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열선조가 지켜온 충효로운 가문의 전통을 저버리지 않기로 맹세하였으니 어찌 자네들의 거사에 영광이 없으랴.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동래부사 송상현공의 장렬한 죽음을 본받아 그같이 당당하게 싸워주기를 바라며 눈물로써 당부한다."박경신 장군은 의병에 참여한 두 아들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사회지도층들이 앞 다퉈 멀쩡한 자녀들의 병역면제를 획책하는 오늘날 참으로 그 교훈이 남다르다하겠다. 또 천성만호였던 박경선공은 선암 서편의 방응봉 봉황애 천척절벽에서 왜장을 안고 떨어져 장렬하게 전사한다. 좌편의 나지막한 비석이 그를 추모하는 비이다. 당시 청도의 의병들은 여러 차례의 패주와 희생을 겪었으나 7월 9일 최정산으로 피난했던 당시 청도군수 배응경까지 합세시켜 총공세를 펼쳐 왜군을 격퇴하고 불과 두 달여 만에 청도읍성을 탈환했다.이때 시작된 '청도읍성밟기'가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선암서원은 원래 유학자로서 청도의 큰 스승이었던 삼족당 김대유 선생과 소요당 박하담 선생을 추모하던 곳이다.대원군의 서원철폐로 훼철됐다가 고종 때 박하담 선생의 후손들이 중건해 선암서당으로 바뀌었다.

 이 후 선암서원으로 경상북도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오늘에 이른다.인근의 운강고택과 만화정, 운남고택, 명중고택, 임당리 김씨고택, 도일고택은 물론 청도팔경 중의 하나인 삼족대, 운문사 운문계곡 운문호, 운곡정사, 민병도갤러리, 영담한지 미술관 등이 이서국 창건 이래 이천년의 숱한 스토리들을 간직한 채 머지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빼어난 산수 속에 잘 보존되고 다듬어진 유적만이 다가 아닐 것이다.

 온갖 역경과 희생을 이겨낸 선현들의 함성과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곳, 값진 판목과 의미 있는 비석을 새겨서 오고 오는 세대 속에 이야기를 전하며 정금보다 귀한 교훈으로 글로벌 리더들을 키워내는 바로 그 곳, '선암서원 고택체험'에서만 배우고 느낄 수 있는 매우 값진 혜택이 아닐까한다.


강병찬 기자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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