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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이 앗아간 한 여인의 인생
경주 양남 나아리 황분희씨 절규
30년간 원전제한구역내 물로 식수 사용
삼중수소 검출…갑상선암 확진 대수술 받아
"손자들만이라도 핵 오염없는 곳에 키우고 싶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5년 04월 27일(월)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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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경북연합일보 | |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서 30여년째 살고 있는 황분희(67·여·사진)씨.황씨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은 때는 월성원전 1호기의 재가동이 결정됐던 지난 3월이었다. "나아리의 한 주민의 체내와 그 집 식수에서 삼중수소가 높게 검출됐다"는 특집 방송이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왔다. 공영방송국 기자들이 자신의 소변과 식수 시료를 모두 채취해 간 곳이 바로 이 집, 이 수돗물이었다.3년 전 갑상선암 확진으로 인한 대수술을 받을 때도 느끼지 못했던 두려움이 황씨를 뒤덮었다.'아! 이 어린 것들을 어쩌나?' 황씨는 가장 먼저 열한 살 손녀와 네 살 손자가 떠올랐다. 이곳에 이사 와 나산초교와 양남중학교를 거쳐 경주와 울산으로 유학 보냈던 세 딸은 그 다음이었다. 남편 박호보(69)씨와 자신의 몸 걱정은 맨 나중의 일이었다.두려움과 함께 북받쳐 오르는 설움을 이기지 못해 며칠 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1986년 울산의 현대중공업에 다니던 남편과 세 딸을 데리고 전원생활과 농사를 지으려 물 맑고 산 좋고 양지바른 이 곳에 서둘러 옮겨왔던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그때는 월성원전 1호기가 막 준공되던 때이다.수년간의 건설경기로 동네는 번창했고, 월성원전은 원전의 이점과 안전성을 앞 다퉈 홍보하고 있었다. 월성원전 측은 매년 논밭의 채소들을 뜯어가 안전성 검사를 한다며 황씨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사실 원전본부에서 한 번도 검사 기준치는 물론이거니와 결과가 좋지 않다거나 하는 정보를 알려준 적이 없었습니다. 철저히 무시하고 감추어 온 것입니다. 그러나 월성원전의 식수를 양북면 대종천에서 끌어오고 한수원 본사 사택도 양북에 건설하는 것을 보면 모르겠습니까?" 황씨는 반문했다. 식수로 사용했던 물은 원전 제한구역 내에 있는 취수장의 물로, 황씨와 가족들은 그 물로 밥을 짓고 국을 끓여 30년이나 먹어 왔다.황씨는 이제 몸서리쳐지는 이 곳을 가족들을 데리고 얼른 떠나고 싶다. 하지만 월성원전 측은 법적으로 해 줄 수가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해온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이 우선입니까, 법규가 우선입니까?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합니까?" 황씨는 항변했다.어린 손자들만이라도 핵 오염 없는 안전한 곳에서 키우고 싶다.하지만 황씨 가족의 젖줄인 마지막 남은 농가와 농토를 사러 오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아무도 없었다."월성원전1호기는 반드시 폐쇄돼야 합니다. 가짜부품 사용, 핵연료봉 떨어뜨린 일 등이 끊이지 않았지만 한 번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위험지역이 부산, 울산 등에서 30km로 설정했다지요. 우리는 914m를 조금 벗어난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나는 죽어도 좋지만 이 어린 것들의 생명은 반드시 지켜내야 합니다."울먹이며 호소하는 황씨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강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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