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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지역 상권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5년 03월 24일(화) 20:02
↑↑ 문무학 대구문화재단 대표
ⓒ 경북연합일보


미국 예술연합의 문화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열 가지 이유 중 네 번째는 예술이 지역 상권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구라도 쉽게 수긍 가는 주장이다. 사람의 삶이란 참 묘하게도 사람이 움직이면 돈이 필요하고, 사람이 모이면 돈이 모이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경주만 해도 그렇다. 대한민국 국민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찾아와서 경주를 들러보고 경주에서 돈을 쓰고 간다. 그것도 한두 해가 아니다. 처음 오는 사람도 있지만 왔던 사람도 또 온다. 어린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연령구분도 없다.

경주에 신라 천년의 찬란한 문화재가 있기 때문이다. 경주 사람이 세계인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유물 유적들이 세계인을 부르는 것이다. 사람이 하지 못할 일을 유물 유적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불국사가 있고, 석굴암이 있기 때문이다. 첨성대가 있고, 포석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물 유적들이 단순히 신라 천년의 유물 유적이라는 의미를 훨씬 넘어서 있다. 석굴암과 불국사는 불교 유적이지만, 첨성대와 포석정은 과학의 시대, 문화의 시대라고 일컫는 21세기에도 충분히 관심을 끌만한 유물들이 아닌가.

그래서 문화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로 든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 경험은 개인도 수시로 하고 있을 것이다.

2012년 겨울, 필자는 독일에 간적이 있었다. 대구시립합창단과 함께 칼스루에 극장의 초청을 받아 갔었는데 합창단은 연주 준비를 하고 나는 할 일이 없어 독일하면 떠오르는 로렐라이(Lorelei)가 궁금해서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멀었다. 교통편을 이용하기도 어려웠다. 하는 수 없이 통역과 자동차를 렌트해서 가기로 했다. 만만치 않은 경비가 소요되었다. 그러나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쓸쓸한 이 말이/ 가슴속에 그립게도 끝없이 떠오른다/ 구름 걷힌 하늘 아래 고요한 라인강 / 저녁 빛이 찬란하다 로렐라이 언덕.”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세 시간을 더 갔을까 로렐라이 언덕은 라인 강가의 언덕일 뿐이었다.

아름답고 서러운 로렐라이 언덕의 전설을 물고 라인 강물은 그냥 무정(無情) 흐를 뿐이었다. 무엇을 찾으려고 할 것도 없었고, 꼭 찾아야 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 강변의 기념품 가게를 지나쳐오기는 어려웠다. 독일 도자기 맥주잔 하나 샀다. 지역 상권에 도움을 준 것이다.

경주의 여러 유적들은 당시의 예술인들이 유물을 만들기라도 했지만, 로렐라이는 그냥 전설이 있을 뿐이다. 그 옛날, 저녁 무렵에 뱃사공이 이곳을 지날 때 마다 언덕 위에서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아가씨가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그 신비로운 노래를 듣던 뱃사공이 그녀의 미모에 눈을 떼지 못하여 한 눈 파는 사이 배는 암초에 걸리거나 거센 물살에 휩쓸려가 목숨을 잃는 일이 많았다는 전설이 있을 뿐이다. 하인리히 하이네(H. Heine)가 시를 쓰고, 질허(P.F. Silcher)가 곡을 붙여 세계인이 애창한다.

그렇게 전설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세계인들을 감동시키게 한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 설명 자료로도 많이 쓰이지만 예술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지역 상권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문화 예술이 가진 힘 중에서 아주 작은 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로렐라이 2절을 읊조린다.
 
“저 편 언덕 바위 위에 어여쁜 아가씨/ 황금빛이 빛나는 옷 보기에도 황홀해/ 고운 머리 빗으면서 부르는 그 노래에 / 마음 끄는 이상한 힘 로렐라이 언덕”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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