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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흑자 1000억달러 돌파’의 명암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6년 11월 05일(목)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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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올해 1∼10월 누적 대미 무역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1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였던 2024년 연간 기록(556억 달러)의 2배에 육박하는 성과이지만, 우리 경제에는 명(明)과 암(暗)을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대미 무역흑자가 사상 처음 1천억 달러를 넘어선 건 대환영이지만, 기록적인 수출 성과 뒤로 통상 압박의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특수로 불어난 흑자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더 큰 ‘투자 청구서’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특히 사업성이 불확실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 참여 압박까지 맞물리면서 수출 성과를 거둔 통상 당국은 오히려 복잡한 셈법에 직면한 셈이다. 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대미 수출은 1,767억 1,600만달러, 수입은 744억 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는 1,022억 6,600만달러다. 연말까지 두 달을 남겨두고 종전 연간 최대였던 2024년 556억달러의 약 1.8배를 기록했다. 10월 한 달에만 175억 7800만달러의 대미 흑자가 쌓였다. 흑자 규모가 지난해 같은 달의 약 7.2배로 확대됐다. 미국의 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수출 증가를 견인한 것이다.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급증했다. 우리로선 독보적인 반도체·인프라 호황이 반갑기 그지없다.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확충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맞물리면서, 한국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와 전력기기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자동차 등 주력 품목의 선전도 한몫했다. 이러한 대미 수출 호조에 힘입어 한국은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문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게 뻔한 미국의 ‘투자 청구서’다. 자국 우선주의와 무역적자 축소를 내세우는 트럼프 미 행정부로선 사상 최대 규모의 대미 흑자를 낸 한국에 거센 통상 압박을 가할 최적의 빌미다. 최근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 기업의 투자를 직접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기존에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조기 이행 독촉은 물론,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 등 경제성이 불확실한 사업에 대한 추가 참여를 종용해왔다. 미국은 여차하면, 무역법 301조나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해 한국산 반도체와 자동차에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관세가 현실화하면 국내 생산 축소와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전체 수출 구조에서 반도체 비중이 절반(10월 기준 49%)에 달해, 향후 메모리 단가가 하락하거나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가 주춤해질 경우 우리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무역 보복을 피하려면, 미국산 에너지(LNG 등) 구매를 늘려 흑자 폭을 의도적으로 조절하고, 한국 기업이 진출한 미국 내 지역구 의원 및 주지사들과의 정치적 협력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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