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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개혁’,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6년 08월 27일(목) 17:19
검찰 권력을 못마땅해하던 거여(巨與)는 야권의 반대와 법조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검찰 수사권은 물론이고 보완 수사권까지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밀어붙여 ‘경찰 권력’의 비대화에 일조했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 권력 강화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광주 여고생 장윤기 살인 사건의 수사 정보 유출·증거 인멸 의혹, 전북 경찰 간부의 불법 촬영 증거 인멸, 경찰 청문감사관의 아들 사건기록 열람 및 수사 정보 누설, 경사 이하 경찰관의 독자적인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절차 위반, 불법 긴급체포 후 석방된 피의자의 재범, 제주 장미란 씨 실종사건의 허위 종결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경찰의 실종 사건 대응 및 허위 종결 논란이 가장 최근 사건이다.
제주 장미란 씨는 실종 104일 만에 제주시 한림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말단 경찰이 사건을 무단 종결하며 전산 시스템에 ‘교통사고 사망’으로 허위 종결 사유까지 입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를 계기로 전국 실종사건 처리 과정에서 허위 종결 사례가 있었는지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여당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지 채 한 달도 안 돼 이러한 온갖 문제점들이 불거지자, 국민 다수가 불안해하는데도 경찰을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기관으로 만든 이재명 대통령이 이제야 ‘경찰 구조 개혁’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25일 “경찰이 국가기구 중 가장 큰 권한을 행사하는 데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다.”면서 경찰 개혁 기구의 신설을 국무총리실에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경찰의 무책임과 기강 해이를 지적했다. “경찰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워낙 인원이 많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말을 되새겨보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헌법에서 정한 ‘삼권분립’처럼 권력 기관들은 상호 견제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검찰이 경찰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이재명 정권이 그 기능을 송두리째 뽑아버린 것이다.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하면 인권과 약자 보호라는 사법 가치가 과연 작동할 것인지 모두가 우려했는데 바로 그런 문제들이 계속 터진 것이다. 강간 살인이 단순 살인으로 축소될 뻔한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 제주 경찰이 저지른 실종 사건 조작·은폐는 각각 검사의 보완 수사와 실종자 가족의 노력으로 실체가 드러난 대표적 사례다.
경찰을 구조 개혁해야 한다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 14개월이 지나도록 경찰청장 자리를 비워 놓는 것도 비정상이다. 사법 시스템을 마구잡이로 무지막지하게 바꿔 놓고 이제 와서 경찰을 개혁하겠다니. ‘사후약방문’에 국민은 그저 화가 치밀고 어이 상실이다.
어쨌든, 경찰 개혁이 개인 일탈을 바로잡는 데 그치거나 ‘셀프 개혁’으로 흐지부지 끝나면, 민생 치안의 핵심인 수사 역량 강화는 물거품이 된다. 경찰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고, 국민과 피해자 입장에서 수사와 감시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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