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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없이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6년 08월 23일(일) 16:23
↑↑ 전세훈 본사 국장
ⓒ 경북연합일보
“하늘색 고운 꿈”
어릴 적 불러본 노래가 문득 떠오른다. ‘세상 풍파에 찌들어 간 내 모습을 보며 이미 지나가버린 나의 어린 꿈이 생각나…’ 욕심을 아직도 갖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맹자님 등을 포함해 여러 선각자들의 말씀을 떠올리며 몇 글자 적으려 해도, 괜히 송구스럽지만 조만간 가을이 오니 낙엽이 떨어지는 삶을 조망하는 것도 그러려니 해서 연필에 침을 묻혀 몽매함에 휘갈긴다.
‘心靜則淸 心澄則明 心明則智慧生(심정즉청 심지즉명 심명즉지혜생)’ 마음이 고요하면 맑아지고, 마음이 맑으면 밝아지며, 마음이 밝으면 지혜가 태어난다. 졸자가 감히 품평하기에도 어려운 말씀이다.
사람의 마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계곡에서 고요히 흐르는 물의 맑음과 순결함에는 순간 감탄만 자아낼 뿐 어지러운 푸념 없이 순해진다.
맹자님 말씀을 곱씹어 보면 ‘대인자 불실기적자지심자야(大人者 不失其赤子之心者也)’ 티 없이 맑은 어릴 적 마음을 잃지 말라고 했다.
이는 어린 아이의 맑음은 아직 때가 묻지 않아서 생긴 맑음이지만 어른의 맑음은 다르다고 말씀하신다.
그것은 세상 물욕과 허욕을 초개처럼 버리고 지켜 낸 맑음이기에 오히려 더 존중받는다는 뜻일 거다.
세월을 다 겪은 노인의 눈이 어린아이처럼 맑을 때 우리는 경외심을 느낀다. 노인의 눈에서 맑음의 값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맹자는 ‘존호인자 막량어모자 흉중정 즉모자료언 흉중부정 즉모자모언(存乎人者 莫良於眸子 胸中正 則眸子瞭焉 胸中不正 則眸子眊焉)’ 사람을 살피는 데는 눈동자보다 나은 것이 없다. 가슴속이 바르면 눈동자가 맑고, 가슴속이 바르지 못하면 눈동자가 흐리다’라고 일침을 했다.
맹자의 가르침이 아니어도 마음이 맑은 사람은 눈부터 다르다.
사람이 사람에게 끌리는 진짜 이유는 얼굴이 아니라 맑음 거기에 있다.
각설하고 마음이 맑아지는 데는 고요해야 맑아진다(心靜則淸)고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마음을 맑게 만드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가만히 두는 것인데 우리 마음이 흐린 것은 쉬지 않고 흔들려서다. 억울한 일을 곱씹고,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하고, 남과 나를 견주느라 하루 종일 출렁거리고 있다. 흔들리는 물에는 여울이 져 하늘도 제대로 비치지 않는다.
장자는 ‘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인막감어유수 이감이지수)’ 사람은 흐르는 물에 자기를 비춰 보지 못하고, 멈춘 물에 비춰 본다고 일침 하셨다.
그런데 어리석은 우리는 멈춘 물만이 거울이 된다고 잣대를 세우며 산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혼탁해진 마음도 맑아질 수 있으며 맑아진 마음은 반드시 밝아진다.
여기서 밝음이란 똑똑함이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아닌 남이 나를 보는 것이다. 내가 흐려 있을 때는 세상이 온통 나를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이 맑아지면 그제야 상대의 형편이 보이고, 그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보인다.
지혜란 그렇게 태어난다. 많이 아는 것이 지혜가 아니다. 맑아서 속내를 비울 수 있는 것, 그것이 지혜다.
주자는 ‘問渠那得淸如許 爲有源頭活水來(문거나득청여허 위유원두활수래)’ 묻노니 저 물은 어찌 저리 맑은가. 근원에서 살아 있는 물이 흘러들기 때문이다.
주자의 답은 뜻밖에도 간단하다.
고인 물은 끝내 썩는다. 맑음은 지키는 것만으로 되지 않는다. 날마다 새로운 샘이 흘러들어야 한다. 좋은 글 한 줄, 정직한 반성 한 번,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배움과 반성을 종용하는 우리 마음에 주는 성찰적 말씀이다.
오늘 내 눈동자는 맑은가. 누가 나를 마주 보았을 때, 그 사람의 마음이 조금은 마음이 놓였을까.
세상은 흐리다. 그러나 흐린 세상에서 맑은 눈 하나를 만나면, 사람은 그 하루를 풍요롭게 견딜 수 있다. 그 눈 하나가 내 눈이면 좋겠다. 티 없이 맑은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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