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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투자 계획’ 산업 논리냐, 정치 논리냐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6년 06월 30일(화) 17:13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제시하고, 미래 20∼30년을 책임질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3대 메가프로젝트는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생산 체계를 넘어 서남권에 800조 원 규모의 ‘제2 생산거점’을 조성하고, 피지컬 AI 글로벌 1강 도약을 위한 독자 AI 모델 개발과 550조 원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자리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호남권을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로 조성하고, 총 800조 원 규모의 기업 투자를 통해 메모리 팹 4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여러 지역 중 전력, 용수, 인력 확보 등 인프라에서 많은 인센티브가 기대되는 광주(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후보지로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SK하이닉스는 제반 여건을 충족하는 곳에 공장을 건설할 것이고 이러한 조건을 만족할 것으로 기대되는 서남권에 400조 원을 투자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삼성전자와 SK그룹이 참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고 평가하며 이 회장과 최 회장을 “국가 영웅, 국민 영웅이라고 불러드리고 싶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이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려운 선택과 결단을 해주셨다”며 국민을 대표해 감사의 뜻을 표한 뒤 두 총수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90도로 인사했다. 이어서 이 대통령과 이 회장, 최 회장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도 했다. 기념비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장면이 연출되기까지의 과정이다. ‘대한민국 대도약을 위한 메가프로젝트’를 반대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이 메가프로젝트 추진이 산업 논리라기보다는 다분히 정치 논리에 따라 ‘억지 춘향’으로 성사됐다는 점이다.
여러 정황상 “호남권에 총 800조 원 규모의 기업 투자를 통해 메모리 팹 4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은 산업 논리에 따른 재계의 자발적 결정이라기보다는 정치 논리에 따라 급조된 ‘울며 겨자먹기식’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 이재명 정권의 은근한 강요에 마지못해 ‘투자하는 척’ 생색을 낸 것이다.
이른바 ‘호남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삼성전자 이 회장과 SK그룹 최 회장의 현장 발언을 되짚어보면, 다소 두루뭉술하게,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이 지역 투자를 ‘언제’ 하겠다는 얘기를 두 총수 아무도 하지 않았다. 우선 이재용 회장의 경우 ‘인센티브 지원’이 대폭 있어야 한다는 게 전제가 있었고, 광주로 장소를 확정하지 않고 ‘후보지’라고 거론했다는 점이다.
최태원 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SK하이닉스는 제반 요건이 만족할 것으로 기대되는 서남권에 약 400조 원을 투자해서 새로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하면서 광주란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고 대도약을 위한 메가프로젝트가 주먹구구식으로, 졸속으로 이뤄져서도 안 될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자발적인 투자가 아닌 은근히 투자를 강요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정치 논리가 아닌 철저히 산업 논리에 따라 재추진해야 마땅하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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