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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100일’이 빚어낸 나쁜 선례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6년 06월 24일(수) 17:06
2025년 9월 9일 공포된 뒤 지난 2026년 3월 10일부터 효력이 발생한 ‘노란봉투법(일명 노봉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다.
이 노봉법의 주요 내용은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대상 범위 확대, 파업 등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강화, 손해배상 책임을 개별 조합원별로 따져 부과하도록 하는 규정‘ 등이다.
친노조적인 여권이 밀어붙인 법안이어서 얼핏 봐도 노조에 유리하게 개정됐다. 그래서인지 이 법으로 인한 긍정적인 사례보다는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들만 남아 참으로 안타깝다. 먼저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기업이 원칙을 깨고 들어주는 나쁜 선례를 남겨 그 후폭풍과 후유증이 만만찮아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의 노사 합의안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하루 약 1조 원 규모, 총 100조 원대 피해가 예상될 정도로 ‘삼전 노사 갈등’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어마어마한 사태로 발전할 뻔했는데 총파업이 예정된 한 시간여를 앞두고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해 파국은 피했지만, 노동부 장관의 막판 조정과 이재명 대통령의 압박으로 사측이 원칙을 깨는 합의를 해준 게 문제다.
협상의 최대 쟁점은 성과급 배분이었다. 그간 노조는 성과급 재원의 70%를 반도체(DS) 부문 전체가 똑같이 나누고 나머지 30%를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고 요구해 왔다. 사측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결국, 양측은 적자 사업부에 대해선 성과급의 60%만 지급하는 페널티를 부여하고, 대신 이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벼랑 끝 합의로 사측은 파업에 따른 반도체 생산 차질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됐지만, 노조 측의 상식에 벗어난 요구를 일부 수용함으로써 선례가 돼버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협력업체나 다른 업계로 번질 게 뻔하다고 말한다. 삼성전자는 협력업체만 1700곳이 넘는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도체 업계는 물론 조선·통신·플랫폼 등 다른 산업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재명 정부의 관련 부처 관계자들의 인식도 잘못됐다. 이 노봉법에 따라 ‘교섭 폭탄’ 위험이 언제든 터질 수 있음에도 정부는 법 시행 후 하청 조합원 16만여 명이 원청 사업장 439곳을 상대로 교섭 요구를 했지만 “우려했던 교섭 쓰나미나 무분별한 쪼개기 교섭은 없었다”고 자평했다.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설명회를 열고 “법 시행 첫 달 이후 새로운 교섭 요구가 빠르게 감소해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자찬(自讚)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기업들이 그동안 외주를 맡겨 온 급식, 청소, 경비 등 비핵심 업무까지 원청의 사용자성이 잇달아 인정되면서 ‘진짜 사장’의 범위와 교섭 의제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됐다고 지적한다.
올해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본격 전개될 조짐이다. 이미 민주노총은 7월 15일을 총파업 날짜로 잡고, 그전까지 교섭을 회피하는 원청 사업장에 대해 압박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노봉법 개정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여당은 각계의 의견을 취합해 조속히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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