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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이 휩쓸고 간 자리, 쓸쓸함을 견뎌낸 자만이 다시 리더가 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6년 06월 08일(월) 17:07
↑↑ 한순희 수필가
ⓒ 경북연합일보
선거가 끝난 밤의 고요는 잔인하다. 모든 환호와 비난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텅 빈 방, 홀로 남은 리더들의 밤은 시리도록 쓸쓸하다. 오직 조직과 세상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최선을 다했으나, 돌아온 결과는 가혹했다.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온 비정한 공천권자의 칼날에 한 번 베이고, 온 마음을 다해 구애했던 유권자의 차가운 표심에 또 한 번 쓰러진 이들. 양손에 깊은 상처를 쥔 채, 그들은 어둠 속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시칠리아 궁정의 다모클레스는 머리 위에 매달린 예리한 칼 한 자루가 무서워 왕좌의 달콤함을 누리지 못했다. 어쩌면 오늘날 이 땅의 리더들이 마주한 현실은 다모클레스의 그것보다 훨씬 고독할지 모른다. 믿었던 손길에 배신당하고, 진심을 바쳤던 이들에게 외면당하는 이중의 칼바람을 맨몸으로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말총 한 가닥에 매달려, 조직을 지키고 비전을 실현하려 했던 그들의 위태로운 의무는 결국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는 비장한 무소속의 결말로 끝이 났다.
피터 드러커는 리더십을 ‘특권이 아닌 책임’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리더가 감내해야 하는 쓸쓸함의 크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공천을 받기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았던 순간들,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밤낮으로 피와 땀을 흘렸던 시간들이 낙선이라는 단 두 글자 앞에 무기력하게 부서질 때, 가슴을 파고드는 자괴감과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왜 나여야 했는가”라는 질문은 밤새도록 메아리친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의 품격은 승리의 연회장에서 잔을 높이 들었을 때가 아니라, 이 처절한 쓸쓸함의 한복판에 홀로 서 있을 때 비로소 증명된다.
리더의 자리는 본래 화려하게 누리는 곳이 아니라, 외로움과 시기 질투의 공포를 온몸으로 견디는 곳이었다. 내가 휘두른 칼날보다 나를 향해 날아온 칼날이 더 많았을지라도, 그 상처와 낙담이 내 삶을 통째로 삼키지 않도록 스스로 마음의 벽을 세워야 한다. 공천권자의 변덕에 원망을 쏟아내거나 유권자의 선택에 좌절감만 붙잡고 있다면, 그것은 진짜 리더의 자세가 아니다.
줄은 끊어졌고 왕좌는 잃었지만, 리더로서의 삶이 끝난 것은 아니다. 리더의 진짜 가치는 자신을 향해 쏟아진 패배의 칼날 앞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평정심에서 나온다. 지금 이 밤의 지독한 쓸쓸함을 외면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온전히 응시하며 견뎌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쓰라린 겨울을 버텨내야만 비로소 세상의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더 단단하고 깊어진 진짜 리더로 세상에 다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패배는 리더로서의 종말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더 성숙해지기 위한 가장 혹독하고도 숭고한 통과의례다.
이제는 매 순간 심장을 조여오던 그 잔인한 긴장감을 내려놓자. 나를 베어낸 칼날의 비정함은 어둠 속에 묻어두고, 치열했던 자신을 위로하며 온전한 평정심 속에서 깊은 잠을 청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눈물겨운 쓸쓸함을 이겨낸 리더만이, 내일의 세상을 더 단단하게 품을 수 있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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