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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사회
봉화 누정, AI 시대 ‘디지털 디톡스’ 성지로 뜬다
석천정사·청암정·한수정 등
자연과 공존, 고요한 휴식처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6년 05월 21일(목) 17:07
↑↑ 봉화의 전통 누정이 새로운 치유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청암정(왼쪽)과 한수정. [봉화군 제공]
ⓒ 경북연합일보
초거대 AI가 정답을 제시하고 스마트폰이 24시간 끊임없는 자극을 쏟아내는 시대, 현대인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갈망한다. 역설적으로 가장 첨단화된 사회를 살고 있는 이들이 정답이 없는 자연 속 사색의 공간을 찾아 봉화로 향하고 있다.
봉화의 누정은 단순히 낡은 목조건물이 아니다. 그곳에는 잡념(디지털 소음)을 물리치고 본연의 나를 찾으려 했던 선조들의 치열하고도 흥미로운 ‘사실적 서사’가 살아 숨 쉬고 있다.
명승 석천계곡에 자리한 석천정사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전해진다. 옛 선비들이 이곳에서 학문에 정진할 때, 밤마다 도깨비들이 몰려와 괴상한 소리를 내며 공부를 방해했다는 기록이다. 이는 오늘날 우리를 끊임없이 유혹하는 ‘스마트폰 알림’과도 닮아 있다.
이에 권두응(1656~1732)은 계곡 입구 바위에 ‘청하동천(靑霞洞天, 신선이 사는 마을)’이라는 글자를 힘차게 새겨 넣었다. 신선의 권위로 도깨비(잡념)를 물리치겠다는 이 단호한 의지는, 디지털 소음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하고 깊은 몰입(Deep Work)의 세계로 들어가고자 했던 선조들의 ‘디톡스’ 현장이다.
닭실마을의 청암정에는 효율보다 가치를 우선시했던 인문학적 결정의 순간이 담겨 있다. 1526년 건립 당시, 원래 이곳은 여느 정자처럼 따뜻한 구들을 놓은 ‘방’이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거북 형상의 암반 위에 불을 지피는 것은 거북의 등에 불을 놓는 것과 같다”는 조언을 듣고, 선조들은 과감히 구들을 뜯어내고 차가운 마루방으로 개조했다. 추위를 견디더라도 자연(거북 바위)과의 공존을 선택한 이 일화는, 데이터의 효율성만을 따지는 AI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생명 존중’과 ‘공감의 가치’를 되묻게 한다. 연못을 조성해 거북에게 물을 내어준 청암정의 풍경은 그 자체로 완벽한 휴식이 된다.
춘양면의 보물 한수정(寒水亭)은 그 이름부터가 완벽한 디톡스를 제안합니다. ‘찬물처럼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는 정자’라는 뜻을 지닌 이곳은, 정보 과부하로 열이 오른 현대인의 뇌를 식혀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단순히 건물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400년 된 느티나무 아래 돌다리를 건너며 와룡연(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는 과정은 디지털 세상에서 파편화된 자아를 다시 결합하는 정화의 의식과도 같다. 한수정의 T자형 구조가 만들어내는 바람의 길은 인공적인 에어컨 바람에 익숙한 우리에게 자연의 리듬을 되찾아준다.
봉화군 관계자는 “AI가 우리 삶의 편의를 제공한다면, 봉화의 누정은 우리 삶의 의미를 채워주는 곳”이라며 “이번 주말, 스마트폰 전원을 잠시 끄고 도깨비가 사라진 석천계곡과 거북이가 쉬어가는 청암정, 그리고 마음을 씻어내는 한수정에서 진정한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병백 기자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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