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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 석비 양식의 시작을 열다
[경주가 품은 국보 (5) 태종무열왕릉비]
귀부 곡선·탄력있는 부피감
이상화된 사실주의 담아내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12월 14일(일) 18:49
↑↑ 국보 제25호 태종무열왕릉비.
ⓒ 경북연합일보
1962년 국보 제25호로 지정된 태종무열왕릉비는 신라 제29대 태종무열왕의 능 앞에 세워진 석비로, 통일신라 석비 양식의 가장 이른 사례로 평가된다. 귀부(거북 받침돌) 위에 비신(비의 몸돌)을 세우고, 그 위에 용을 조각한 이수(머릿돌)를 얹는 구조는 이후 통일신라에 널리 자리 잡은 형식인데, 이 비가 그 시작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비각 안에는 비신이 사라지고 귀부와 이수만 남아 있다. 비몸이 사라진 자리 위로 머릿돌이 얹혀 있을 뿐이지만, 남은 조각만으로도 당시 장인들의 솜씨는 충분히 드러난다.
귀부는 목을 높이 치켜들고 앞발을 내디뎌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으로 표현됐고, 등에 새긴 육각형 귀갑문과 연꽃으로 장식된 비좌(비신을 꽃던 자리)는 힘과 섬세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머릿돌 좌우에는 여섯 마리의 용이 세 마리씩 배치돼 서로 몸을 틀어 여의주를 향하고 있으며, 앞면에는 ‘태종무열대왕지비’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어 주인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비는 문무왕 원년인 661년에 세워졌다고 전하며, 비문은 무열왕의 둘째 아들인 김인문의 글씨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신은 남아 있지 않아 실제 글씨는 확인할 수 없지만, 고려 시대에 편찬된 ‘삼국유사’에 비문 일부가 인용돼 있어 적어도 당시까지는 내용 확인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 성종 때의 ‘동국여지승람’ 또한 비문 존재를 기록하고 있고, 조선 전기의 문신 조위는 “비문을 어루만지니 읽히나 글자가 일그러졌다”고 시에 적어 남겼다. 풍화로 희미해졌지만, 조선 초기까지는 판독이 가능했던 정황을 보여주는 기록들이다. 그러나 조선 후기로 접어들며 비신은 크게 파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말 이우가 편찬한 ‘대동금석서’에서는 이미 비편(파편)으로만 남아 있는 것으로 기록되며, 일제강점기 사진에서도 비신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파손의 정확한 경위는 알려지지 않지만, 일부 전승에서는 “옛 비석이 벼루 재료로 사용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퇴계 이황이 이러한 풍조를 꾸짖었다는 기록도 있다.
남아 있는 조각만으로도 무열왕릉비는 통일신라의 조각 수준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귀부의 곡선과 탄력 있는 부피감, 이수의 세밀한 용 비늘 표현 등은 초기 통일신라 조각 양식에서 나타나는 이상화된 사실주의의 특징을 담고 있다. 삼국통일을 이끌었던 한 왕의 무덤 앞에 놓인 이 비석은, 단단한 돌 위에 새겨 넣은 장인들의 기술과 신라인들의 기상을 오늘까지 전하고 있다.
고병희 기자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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