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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본사, 일부 부서 이전 무산’의 후유증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11월 04일(화) 20:07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경주시의 동의 하에 본사 핵심 부서인 수출사업본부를 경주역과 가까운 시내권으로 이전하려던 계획이 최근 사실상 무산됐다. 여건이 성숙하면 재추진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추진 계획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이 일부 부서의 도심 이전을 위해 옛 경주대 부지 매입을 추진하면서 동경주 3개 읍면 전체의 동의 없이 문무대왕면의 동의만 얻어 강행하려다 좌절된 것이다. 한수원과 경주시장이 자생단체장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해 3개 읍·면의 주요 단체가 찬성표를 던지더라도 주민 상당수가 반대할 경우 부서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몇 년 전 세종시 인근으로의 이전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한수원과 정부는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전은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어서이다.
이렇게 된 데는 동경주지역 정서를 무시하고 섣부르게 사업을 밀어붙이다가 민·민간, 지역 간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수원 본사 소재지인 문무대왕면은 일부 부서 이전 문제로 동네별로, 단체별로 의견이 극단적으로 양분돼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문무대왕면발전협의회 총회에서 표결을 통해 ‘조건부 수용’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이 결과에 대한 반발로 장항리 주민들과 이장협의회 측이 주축이 돼 ‘한수원 경주대 이전 반대추진위원회’(이하 반대추진위)가 결성돼 후폭풍과 함께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감포읍과 양남면은 일부 부서 이전의 대가로 문무대왕면에만 혜택을 준다는 데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동경주 3개 읍·면은 오래전부터 원전이나 방폐장 현안에 공동 대응하면서 동일한 혜택을 받아왔는데 지난 7월 한수원이 일부 부서 이전의 대가로 문무대왕면에만 파크골프장과 축구훈련센터 건립 등으로 ‘총 670억 원 규모의 사업 지원’을 약속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인 것이다. 그렇다고 한수원이 문무대왕면과 비슷한 수준의 수백억 원 규모 사업비를 감포읍·양남면에 지원할 내부 회계상 근거도 없다.
반대추진위는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기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해 며칠 만에 문무대왕면, 감포읍 등에서 1,200명의 주민에게서 서명을 받아내는 등 한수원 본사를 계속 압박해 왔다.
동경주 쪽의 전언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대욱 한수원 사장 직무대행이 정인철 감포발전협의회 회장, 김원도 양남발전협의회 회장과 오찬을 함께했다고 한다. 전 직무대행은 “재원도 없을 뿐 아니라 주민 설득 시간도 너무 촉박하다. 일부 부서 이전은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전해졌다.
본보는 원전 수출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서, 국익을 위해서 ‘한수원 본사 수출사업본부’의 경주역 인근 이전 계획을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서울과 정부 청사가 있는 세종시에 출장 업무가 많은 만큼 시간적으로나 업무의 편의성으로나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이전 계획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문무대왕면 주민들에게는 ‘한수원 본사 이전’ 문제가 반대급부의 가치에 따라 동의 여부가 바뀌기보다는 ‘자존심 문제’가 됐다. 십수 년 넘게 걸핏하면 정치권·시내권·한수원 등에서 본사 이전 문제로 분란을 부추겨서이다. 게다가 한수원이 주차장과 사무실 공간이 협소하다고 하면서도 부지확보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시내권 이전 타령’만 하니 주민들의 ‘불신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지금이라도 한수원은 주변의 땅을 매입하여 주차장도 대폭 늘리고, 사무실 건물도 더 지어 부서조직을 확장해 주민들에게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 이런 선결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고 또다시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그 불똥이 ‘월성 2·3·4호기 계속운전 반대’로 튈 수도 있다. 한수원은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주민들과 신뢰를 쌓으며 신중하게,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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