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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대제국 건설의 동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9월 22일(월) 19:30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경북연합일보
요즘 부쩍 피곤함을 느껴 ‘쉼’ 여행 삼아 9월 14일 몽골 지역을 둘러보러 길을 나섰다. 욕심 없이 보이는 대로 보고, 느껴지는 대로 느낀다는 가벼운 마음이긴 해도 몽골 대제국 건설의 동인(動因)이 궁금하여 살펴보았다.
9월 15일. 몽골 테를지국립공원으로 가는 길목의 천진벌덕 언덕에서 초대형 칭기스칸 청동 기마상을 만났다. 칭기스칸이 전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황금 채찍을 주워 얻었음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에 기마상을 세웠다. 황금 채찍은 신이 내려준 강력한 지휘권을 상징. 칭기스칸을 하늘이 내린 강력한 군주, 지도자로 받들고자 하는 마음이 담겼다.
13세기, 유라시아 대륙의 역사는 칭기즈 칸의 등장으로 송두리째 바뀐다. 몽골고원의 흩어진 유목 부족을 통일한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는 정복 전쟁의 막을 열었다. 몽골제국의 정복 전쟁은 문명의 파괴와 융합, 단절과 교류라는 아이러니 속에서, 세계사의 물줄기를 완전히 돌려놓았다. 몽골의 말발굽이 지나간 끔찍한 파괴와 죽음의 길. 그 길 위에서 동서양이 하나로 연결되었다.
칭기스칸 기마상 앞에서, 몽골이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대제국을 건설하여 160여 년간 유지할 수 있었던 동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들은 초원을 넘어섰나? 세계 제국 몽골 탄생의 첫 번째 동인은 한 명의 위대한 지도자, 절박한 생존의 문제, 지정학적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두 번째 동인은 인재 등용이다. 조선의 창업자가 이성계이고 실질적 기획자는 정도전이듯이, 몽골에는 칭기스칸을 받들어 제국의 기틀을 마련한 야율초재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었다. 정도전과 야율초재. 인물을 알아보고 중용한 칭기스칸과 이성계의 안목은 비슷하지만, 칭기스칸 사후에도 계속 야율초재를 중용하였는데, 안타깝게도 이방원과 책사 하륜은 주권재민의 위대한 사상가 정도전을 자신들의 정치적 야망을 위하여 주살하였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느끼는 안타까움이다. 정도전은 이성계를 움직여 망해가는 고려를 버리고, 조선을 창업한 주역으로, 신권 중심의 이상 국가를 실현코자 하였다.
준비된 책사 야율초재는 정복자 칭기스칸에게 잡힌 포로 신분에서 발탁되어 자신의 조국을 버리고 몽골에서 이상을 실현하였다. 세계적 대국가 몽골의 국가체계를 세워 모사꾼들 틈에서 무려 3대에 걸쳐 군주를 섬긴 야율초재에 비해, 정도전은 당대에도 종사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
그러나 몽골제국의 많은 무사, 공신들 틈에서 중원의 유교적 중앙집권국가체계와 조직을 이식한 야율초재에 비해, “민(民)은 국가의 근본인 동시에 군주의 하늘”이라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사상을 실현하고자 했던 정도전은 경국대전을 통해 조선 5백 년의 국가 토대를 만들었다. 아무튼 포로 신분의 야율초재를 과감하게 등용하여 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 몽골 대제국 건설의 두 번째 동인이라 생각된다.
세 번째는 문자다. 역시 포로로 잡힌 위구르인 재상 타타통가가 칭기스칸의 명을 받아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문자가 광활한 제국을 다스리는 법령이 되고, 세금을 징수하며, 전령을 보내는 등 핵심적인 통치 도구가 되었다. 칭기스칸은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다. 포로(捕虜)를 발탁하여 국가 기틀을 마련하고, 문자를 만들어 통치 도구로 삼은 비전 있는 지도자다.
눈을 돌리니 초원의 야생화가 흩어져 반짝거린다. 나태주의 시(詩)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우리나라 정치인도 정적 처단의 전문가가 되지 말고, 이 시(詩)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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