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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면관음보살행(行)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9월 15일(월) 19:50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경북연합일보
『의젓이 연좌 위에 발돋움하고 서서, 속 눈썹 조으는 듯 동해를 굽어보고, 그 무슨 연유 깊은 일 하마 말씀하실까./ 몸짓만 사리어도 흔들리는 구슬 소리. 옷자락 겹친 속에 속살이 꿰비치고, 도도록 내민 젖가슴 숨도 고이 쉬도다./ 해마다 봄날 밤에 두견(杜鵑)이 슬피 울고, 허구헌 긴 세월(世月)이 덧없이 흐르건만, 황홀한 꿈속에 쌓여 홀로 미소(微笑)하시다.』
전통 조각사에서 최고의 보물인 경주 토함산 석굴암의 백미는 단연 본존불과 더불어 십일면관음보살상이다. 지금은 특별한 인연이 아니면 감상할 수 없지만 ‘신라의 연인’으로 자리 잡은 이 보살상을 동양 미술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 조각’으로 손꼽는다.
아수라도의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 머리 위에 다양한 표정을 한 열한 개의 조그만 얼굴이 있다. 맨 위의 얼굴은 불과(佛果)를 나타내고, 전후 좌우에 있는 열 개의 얼굴은 보살이 수행하는 계위(階位)인 십지(十地)를 나타내어, 중생의 무명(無明) 번뇌를 끊고 불과를 얻음을 상징한다.
아미타불은 모든 중생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부처님으로서, 한없이 자비로운 광명을 상징한다. 관세음보살은 그러한 자비를 실천하는 보살로서, 중생들의 고통과 부르짖음을 직접 보고 구제하는 존재다. 그래서 두 분을 함께 염송하는 것은 단순한 주문이 아니라, 우리 모두 서로 돕고 살아가야 한다는 불교의 깊은 가르침을 실천하는 행위다.
십일면관음은 관음보살의 기본 얼굴을 제외하고 머리 위에 붙인 11면이 있다. 두상 앞의 3면은 자비의 모습(자상)이며, 선한 중생을 찬양함을 나타낸다. 좌측의 3면은 진노의 모습(진상)이며, 악한 중생을 고통에서 구하려 함을 나타낸다. 우측의 3면은 흰 이를 드러내어 미소 짓는 모습(백아상출상)이며, 청정하게 실천하고 있는 자를 더욱 불도에 정진하도록 권장함을 나타낸다. 뒤의 1면은 포악과 폭소의 모습(폭소대상)이며, 선하거나 악한 모든 중생이 함께 뒤섞여 있는 모습을 보고서 이들을 모두 포섭함을 나타낸다. 정상의 1면은 부처의 모습(불면)이며, 대승의 근기를 지닌 자들에게 불도의 궁극을 설함을 나타낸다. 중국, 한국, 일본에서 널리 받들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석굴암의 십일면관음보살상이 유명하다.
초정 김상옥 시인의 시조 〈십일면관음〉을 읊조리다 보면, “그 무슨 연유 깊은 일 하마 말씀하실까”에서, 늘 ‘연유 깊은 일’이 무엇일까, 관음보살이 꾸는 ‘황홀한 꿈’이 어떤 꿈일까 궁금해진다. 흔들리는 ‘구슬 소리’, ‘꿰비치는 속살’, ‘도도록 내민 젖가슴’, ‘홀로 짓는 미소’를 통해 ‘연유 깊은 일’, ‘황홀한 꿈’을 다 말씀하셨는데 어리석은 중생인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참된 자비를 일깨우는 십일면관음. 본 얼굴과 합하면 12면이 된다. 이 12면 중 11면은 방편면(方便面)이요, 본 얼굴은 진실면(眞實面)이다. 방편의 얼굴이 자비의 실현이라면, 본얼굴은 지혜를 나타낸다. 즉 지혜를 바탕으로 하여 갖가지 자비의 행을 실현하는 보살이 십일면관음이다.
사바세계에는 선한 중생보다 악한 중생이 더 많다. 그래서 관음의 중생제도에는 일정한 모습이 없다. 11면을 다 드러낼 때도 있고, 1면만을 드러낼 때도 있다. 결국 11면은 자비희사(慈悲喜捨) 사무량심(四無量心). 즉 모든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과 미혹을 없애 주고, 중생을 평등하게 대하려는 부처의 마음이다. 思無邪(사무사). 공자가 한 말로, 생각에 奸邪(간사)스럽거나 아주 못된 마음이 없음을 말한다.
지금 특검의 칼날이 사방에서 번쩍인다. 살벌은 보살 행(行)도, 다스림도 아니다. 지금 십일면관음보살 행이 절실하고, 사무사가 실현되어야 할 때다. 관음(觀音). 마음의 소리는 보아서 안다. 월인천강(月印千江)은 저마다의 달빛이다. 저마다의 가슴에 달이 비치고, 관음의 다스림이 실현되기를 염원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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