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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는 상실이 아니라 깊어짐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9월 10일(수)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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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 ⓒ 경북연합일보 | | 요즘 들어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젊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나이는 못 속인다”라는 말이 많이 거슬린다. 몇 달째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면서 삶에 의기소침해진 까닭이다. 삶은 매 순간이 소중한 것인데.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역사적인 사기꾼이다. 상품화될 수 없는 것을 상품화한 발상, 머리 굴림이 놀라워 희대의 사기꾼인데도 밉지 않다. 그 김선달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온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혀를 내두를 것이다. 감정을 파는 감정노동, 인간관계를 거래하는 계약 연애나 결혼식 하객 알바, 경험을 상품화한 체험형 여행, 건강을 판매하는 요가나 헬스케어 서비스 등 김선달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장면에 무슨 말을 했을지 궁금하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에게 ‘젊음’을 소비하도록 끊임없이 유도한다. 노화 방지를 위한 화장품, 성형외과 시술,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최근에는 바이오 기술과 유전자 치료까지 젊음을 판매하는 시장이 형성되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젊음의 상품’을 소비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관련 시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멋지고 예쁜 외모를 유지하고 싶은 욕망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욕망이 지나치면, 젊음, 그 이후의 시간이 가지는 가치를 놓치게 된다. 흔히, 젊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말한다. 이 말은 누구나 나이가 들지만, 나이 드는 사람에게 상실감을 안겨 준다. 늙음이 지닌 본래의 의미와 가치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나이 듦은 단순히 젊음의 상실이 아니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현존재’라고 말했다. 현존재는 ‘현재성’을 지닌다. ‘지금-여기’라는 현재를 살아가지만, 이 현재는 시계가 가리키는 단순한 시간이 아니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포함한 흐름 속에 있는 현재다. 과거와 미래의 연속선상에 있다. 또, 현존재는 특정한 관계와 상황 속에 이미 던져져 있다. 태어난 가정, 성장 환경, 교육 등은 선택할 수 없었지만, 이러한 조건 속에 이미 놓여 있다.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간다. 현존재는 항상 미래를 향해 산다. 내일의 약속을 생각하고, 먼 미래를 계획하는 것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나이 듦이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방식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과거를 가지게 되고, 그만큼 현재를 더 풍부하게 이해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따라서 나이 듦은 단순한 상실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가 더욱 깊어지고 풍성해지는 과정이다. 인간은 죽음을 향한 존재(Sein-zum-Tode)다.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며, 이를 자각하는 것이 자기 존재를 깨닫는 길이다. 죽음을 멀리 있는 것처럼 여기던 젊은 시절과 달리, 나이가 들수록 죽음을 더 가까이 인식하게 된다. 죽음을 자각하는 것이 남은 시간을 더욱 본질적으로 살게 만든다. 결국 젊음과 나이 듦은 모두 소중한 삶의 일부다. 나이 듦을 자연스럽고 가치 있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대 자본주의의 소비문화는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을 단절시키고, 이를 상품화하고 있다. 그 결과, 나이 듦을 단순한 쇠퇴와 몰락으로 인식하는 잘못을 가져왔다. 나이는 얼굴보다 마음에 더 깊은 주름을 새긴다고 했다. 육체적 노화보다 삶의 경험과 지혜가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젊음이 소중하지만, 나이 듦 또한 삶에서 소중하고, 의미 있는 과정임을 깨달아 가치 있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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