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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는 병(病)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8월 26일(화) 18:50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경북연합일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김영랑의 시처럼 맑고 가벼운 마음이 되고 싶다. 며칠째 잔서(殘暑)가 힘을 빼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벼가 이삭을 패는 데는 좋은 날씨 같은데, 목덜미에 흐르는 땀은 주체하기 힘들다. 오늘도 하늘은 파랗다. 바람만 선들선들 불었으면 좋겠다. 너무 덥다는 말도 싫고 열대야는 더 싫다.
날씨처럼 요즘 인간관계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른뿐만 아니다. 학교 상황도 그렇다. “저요, 저요”하고 예전처럼 손들고 나서는 아이들도 줄어서 학교의 교사들도 힘들다고 한다. 너무 설쳐도 힘들고, 너무 기가 죽어도 민망해진다. 너무너무 좋아서도 탈이고, 너무너무 싫어서도 탈이다.
하루 종일 보고 듣는 뉴스. 내란 우두머리에 모골이 송연해지고, 엄정을 기하는 특검이나 특검보의 눈에서 나는 파르스름한 빛도 외면하고 싶다.
9세기 아일랜드 왕 코막의 충고가 가슴에 와닿는다. 너무 똑똑하지도 말고, 너무 어리석지도 말라. 너무 나서지도 말고, 너무 물러서지도 말라. 너무 거만하지도 말고, 너무 겸손하지도 말라. 너무 떠들지도 말고, 너무 침묵하지도 말라. 너무 강하지도 말고, 너무 약하지도 말라.
너무 똑똑하면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걸 기대할 것이다. 너무 어리석으면 사람들이 속이려 할 것이다. 너무 거만하면 까다로운 사람으로 여길 것이고, 너무 겸손하면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말이 많으면 말에 무게가 없고, 너무 침묵하면 아무도 관심갖지 않을 것이다. 너무 강하면 부러질 것이고, 너무 약하면 부서질 것이다.
하늘의 지혜로 살게 하소서. 자칫, 자신의 욕심에 가려 지나친 말과 행동, 마음과 생각으로 인해 ‘화(禍)’를 불러일으킨 적은 없는가를 뒤돌아 보고 싶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범위 내에서 현명하게 완급 조절을 하면서 스스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좋은 생각을 지니면 어긋날 일이 없고, 부드러운 혀를 지니면 다툴 일이 없고, 온유한 귀를 가지면 화날 일이 없고, 겸손한 마음을 지니면 불편할 일이 없다. 인생을 유연하게, 물처럼 부드럽게 살아갈 일이다.
상대와 친해지고 싶으면 공통점을 찾고, 상대와 멀어지고 싶으면 차이점을 찾는다는 말이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이다. 행복을 함께 하면 두 배가 되고, 어려움을 함께 하면 절반으로 줄어든다. 함께 하여 행복은 배로 늘이고, 어려움은 반으로 줄이는 멋진 삶을 살 일이다. 편 가르지 말자.
“너무너무”를 외치지 마라. 동양철학에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중용지도(中庸之道)다. 넘치지도 말고, 모자라지도 말라.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 괴테는 말했다. 좋은 시는 어린이에게는 노래, 청년에게는 철학, 노인에게는 인생이 된다고 했다.
지나치게 잘하려는 마음도, 지나치게 겸손한 태도도 결국 스스로를 지치게 만든다. 중용은 무기력한 타협이 아니라, 지혜로운 자기 조율의 결과다. 인간의 뇌(腦)는 그런 균형에서 가장 안정되고 창조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무엇이든 ‘너무’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 뇌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를 지키는 일인가, 나를 허비하는 일인가. ‘너무’라는 말에 심신이 지치게 된다.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건 결국, 조금 더 섬세하게, 성실하게 내면의 균형을 감지하고, 다듬어 가는 능력이라 생각된다. 너무 지나치면 병이다.
무더위 속에서도 이재명 정권의 발걸음이 재바르다. 오래 주물럭거리면 손때가 묻을 수 있다. 그러나 한 쪽으로 너무 치우치는 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시원함을 느끼면서도 걱정하는 마음도 따른다. 광해군을 몰아낸 인조반정 뒤에 앞장서서 칼을 잡고 설친 김자점 생각이 난다. ‘너무’는 우환(憂患)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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