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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 선사, 지사, 시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8월 03일(일)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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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전인식 시인 | | ⓒ 경북연합일보 | | 만해 한용운(1879~1944)의 시집 『님의 침묵』 속에는 님이 많이 등장한다. 님은 그리움과 사랑의 대상이자 흠모의 대상이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님일 수도 있다. 시집 속에는 님 외에도 당신, 너, 그대 같은 호칭도 등장하지만 님과 다르지 않은 동일 선상에 있다. 만해 시집 속의 님은 누구일까?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님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유명 시인과 학자들은 어떻게 보고 어떻게 평가하는지 대표적으로 몇 사람의 글을 인용해 본다. 시인 조지훈은 「민족주의자 한용운」이란 글에서 ‘선생님의 님은 중생이요, 또 한국이기 때문에, 한국의 중생은 곧 우리 민족이 그 님이었다.’라고 했다. 이인복은 “님이란 어떤 대상이나 경지가 아니라 차라리 그러한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인식론적 근원인 ‘심心’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평론가 조연현은 ‘임은 불타도 되고 자연도 되고 일제에 빼앗긴 조국이 되기도 한다.’ 평론가 염무웅은 ‘일체 제법諸法으로부터 생명을 넘어 불러낸 진여眞如, 진체眞諦로서의 님’이라 평했다. 시인 오세영 교수는 ‘열반의 경지에 들게 하는 참다운 무아無我’라고 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은 님은 민족, 조국, 붓다, 민중, 중생, 불교 진리 등 다양하게 보고 있다. 만해 연구가 송욱은 만해의 시집 『님의 침묵』이 세대에 걸쳐 사랑받는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다. 첫째, 사랑을 노래한 서정시. 둘째, 3.1운동 독립운동가로 민족의 독립을 노래했다는 점. 셋째, 깊고 넓은 불교철학 즉, 팔만대장경의 내용을 쉬운 한국말로 시라는 형식을 통해 풀이했다는 점을 들었다. 세 번째 설명은 어느 정도 불교 공부가 수반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시 「님의 침묵」은 『유마경』의 ‘유마거사의 침묵’과 연관됨을 알 수 있다. 님과 내가 둘이 아니고, 이별과 만남 또한 둘이 아니라는 것은 불이不二의 사상으로 엿볼 수 있다. 조지훈 시인은 어느 글에서 만해는 ‘혁명가이자, 선승, 시인으로 일체화, 이것이 한용운 선생의 진면목이요, 선생이 지닌 이 세 가지 성격은 정삼각형 같아서 어느 것이나 다 다른 양자를 저변으로 정점을 이룬다.’라고 평가했다. 독립운동가, 시인, 선승으로 어느 한쪽만으로 이루기 어려울 텐데 모든 면에서 대표하고도 남는다. 만해 연구가들은 보통 만해를 세 개 관점에서 연구한다. 물론 세 개의 영역을 따로 분리할 순 없지만, 무게 중심을 나눠 탐구하고 해석하기도 한다. 선사禪師 만해, 지사志士 만해, 시인詩人 만해로 분류하여 출발해 본다.
선사 만해 건봉사에서의 수선안거 성취, 오세암에서 물건 떨어지는 소리에 단박에 이른 돈오의 경지에 이른 깨달음의 오도송을 ‘설리도화雪裡桃花’로 표현하며 견성見性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사나이 가는 곳마다 고향인 것을 몇사람이나 나그네 시름 속에 오래 젖어 있었나 한소리 크게 질러 삼천세계 깨뜨리니 눈속에서도 복사꽃이 펄펄 날린다. (김광식 역)
그리고 선지자로서 『조선불교유신론』, 『불교대전』, 『십현담주해』 편찬 발행, 월간지 《유심》 창간, 잡지 《불교》 인수 그리고 많은 출판과 잡지 간행 등으로 불교 개혁과 민중계몽을 위해 일인다역의 역할을 했다. 지사志士이자 독립운동가로서 만해의 행적은 감옥생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수에서 변호사를 대지 말 것, 사식을 들이지 말 것, 보석을 요구하지 말 것, 이와 같은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실천했다. 「조선독립이유서」와 독립선언서의 행동강령인 「공약삼장」의 추서에서 살펴볼 수 있다. 총독부 건물이 보기 싫어 자택 심우장을 북향으로 지은 일, 독립운동가 김동삼의 시체를 총독부의 눈이 두려워 아무도 거두지 않을 때 서대문형무소에서 시신을 업고 와서 오일장을 지낸 일, 변절자 최린이 몰래 두고 간 돈을 되돌려 준 일 등 여러 가지 사실로 보아 독립운동가로서의 진면목을 엿볼 수가 있다. 시인으로서 만해는 『님의 침묵』 시집 한 권으로 한국 시문학사에 맨 앞자리를 차지한다. 『님의 침묵』에 수록된 88편의 시편들은 님이라는 일관성 있는 주제로 요약된다. 은유와 역설의 산문시는 내재율을 갖춘 근대 자유시의 전형이 되었다. 앞서 언급했듯 님은 여럿이기도 하고 하나이기도 하다. 님은 우리 민족 가슴속 원형으로 자리하고 있는 님이다. 아버지의 님과 나의 님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만해의 사상과 문학정신은 오늘날에도 다양하게 계승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창비》에서 주간하는 만해문학상은 누구나 받고 싶어 하는 최고의 문학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만해의 불교사상과 문학 업적을 계승하는 <만해학회>와 계간지 《유심》 재발행과 유심문학상으로 만해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심우장에서 다양한 행사로 만해 정신을 승화시키고 있는 〈만해사상실천연합〉 등도 있다. 이외에도 전국에는 만해 정신을 기리는 많은 단체가 있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선승, 독립운동가, 시인 삼위일체로 우리 곁에 왔다 간 만해가 우리에게 주고 간 것은 무엇일까. 태극기만 내다 거는 의례적인 행사, 철학없는 정쟁, 비전 제시 없이 남발하는 공약, 자리다툼에만 진심인 영혼 없는 자칭 리더들에 만해 시 읽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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