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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盲人)과 앉은뱅이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7월 30일(수)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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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 ⓒ 경북연합일보 | | 사람이 지니는 마음(心)도 종류가 많다. 일으키는 마음은 발심(發心), 다잡는 마음은 조심(操心), 풀어놓아 버리는 마음은 방심(放心), 대상에 끌려가는 마음은 관심(觀心), 편안하게 먹는 마음은 안심(安心), 욕심을 완전히 비운 마음은 무심(無心), 처음 먹은 마음은 초심(初心), 늘 지니고 있는 떳떳한 마음은 항심(恒心), 결단코 변하지 않을 정성스러운 마음은 단심(丹心), 작은 일에도 알뜰히 챙기는 마음은 세심(細心), 사사로움이 없는 마음은 공심(公心), 거짓이 없는 참 마음이 본심(本心)이다. 이 마음을 어떻게 활용하여 처신하느냐에 따라 행위가 규정지어진다. 자기 할 일이 아닌데 덤비는 것을 주착(做錯), 상대방이 청하지 않았는데도 의견을 말하는 것을 망령(忘靈), 남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 말을 아첨(阿諂), 시비를 가리지 않고 함부로 행동하는 것을 푼수(分數), 남의 단점을 만들어 내기 좋아하는 것을 참소(讒疏), 남의 관계를 갈라놓는 것을 이간(離間)질, 나쁜 짓을 칭찬하여 사람을 타락시키는 것을 간특(奸慝)하다고 하고,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비위를 맞춰 상대방의 속셈을 훔쳐보는 것을 음흉(陰凶)하다 한다. 중국 송나라 사람 주신중은, 사람은 다섯 가지의 계획(計劃)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첫째는 장차 무슨 일을 하면서 살 것인가에 대한 계획 즉, 내 적성에 맞는 직업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는 생계(生計)가 있어야 한다. 둘째로는 과음과식을 피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면서 남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계획 즉, 건강하게 살기 위한 신계(身計)가 있어야 하고, 셋째로는 가족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가정을 원만하게 경영할 가계(家計)가 있어야 하고, 넷째로 노년(老年)은 울림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국가나 자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당당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노계(老計)가 있어야 한다. 다섯째는 어떤 모습으로 이 세상을 떠날 것인가? 일생을 걸쳐 열심히 살아온 삶을 추하게 만들지 않을 계획인 사계(死計)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삶을 균형 있게 살아가는 하나의 지침으로 제시한 것이다. 앉은뱅이와 맹인 이야기. 기어다녀야 하는 앉은뱅이가 있었다. 장터를 돌아다니며 빌어먹고 고달프게 살아갔다. 어느날 그 장터에서 구걸하는 맹인을 만났다.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끌어안고 같이 살기로 했다. 앉은뱅이는 맹인(盲人)에게 업혀서 맹인(盲人)의 눈이 되어주고, 맹인은 앉은뱅이의 이동 수단이 되어 수월하게 얻어먹는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서로 돕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사람들은 두 사람에게 넉넉한 인심을 보냈다. 빌어먹고 살지만 전보다 살기가 좋아졌다. 그러나 눈이 밝은 앉은뱅이는 맛있는 음식을 골라 많이 먹고, 보지 못하는 맹인에게는 험한 음식을 주었다. 눈이 밝은 앉은뱅이는 자꾸 살찌고, 업고 다녀야 하는 맹인은 여위어 갔다. 어느날 두 사람이 논길을 가다가 지친 맹인이 도랑에 곤두박질해 죽었다. 업혀있던 앉은뱅이도 도랑에 곤두박질하여 둘 다 죽었다. 함께 죽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좀 똑똑하고 능력이 있을 때 베풀지 않고 혼자 독식하면 함께 망한다. 사회가 균형을 잃으면 공멸한다.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아량으로 서로 나누어 베풀어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 엄청난 산불 피해뿐 아니라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온정의 아름다운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끊임없이 물고 뜯는 모습을 보이는 곳이 있다. 상대를 헐뜯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있다. 안 된다. 그러지 마라. 서로 도와 균형을 잃지 마라. 맹인이 죽으니, 앉은뱅이도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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