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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은 창조적 삶의 완성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7월 13일(일) 19:05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경북연합일보
더위가 엄청 기승을 부린다. 덥다 덥다 하니까 더위도 몽니를 부리는가 보다. 그러려니 지내자. 7월 7일이 소서(小暑)다. 엊그제 모를 낸 논이 짙은 녹색으로 시퍼렇다. 가는 세월 누가 잡을 수 있으랴. 덥고 짜증 나는 시간이라도 아껴야 한다. 힘들어하는 순간에도 세월은 쉬지 않는다.
덥고 습할 땐 불쾌지수가 올라가 신경이 예민해진다. 찬물에 씻어도 금방 땀이 맺힌다. 그래도 덥다 덥다 하지 마라. 여름은 더워야 마땅하다. 당연히 더운 거다. 여름이 달리 여름인가. 뜨거운 태양 에너지를 온전히 받아들여 열매(열음)를 맺기에 여름이다. 알곡에 알이 들고 과일에 과육을 채우려면 더워도 태양을 머금어야 한다. 참자, 마지막 포도알이 영글 때까지.
그래도 그렇지. 더운 건 더운 거다. 옷이 몸에 감긴다. 차게 마실 것을 찾고, 에어컨, 선풍기의 도움을 받아도 쉽게 지친다. 쉼(휴식)이 필요한 계절이다. 허리띠를 조금 늦추어라. 마음을 느긋하게 가져라. 가까이에서 웃을 거리를 찾아라. 얼굴에 미소를 지어라. 부채로 옆 사람을 부쳐 주어라. 삶의 여유가 쉼이다.
행복한 사람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행복은 여행을 떠나거나 대단한 일을 성취해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새로 산 면바지가 마음에 들어 짓는 웃음, 달고 시원한 여름 수박의 맛, 강변을 따라 걸으며 맞는 선선한 바람, 아장아장 걷는 아가의 모습. 일상의 모든 순간에 행복이 쓰며 있다. 긴장을 풀어라. 몸과 마음에 힘을 빼는 것이 쉼이요, 휴식이다. 바람이 겨드랑이를 선들선들 말리듯이.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 속에 산다. 주어진 시간 안에 뭔가를 이루려면 잠시 쉬는 것조차 두려워진다. 누가 먼저 정보를 수집하고, 빠르게 분석하여 행동하느냐에 따라 성공이 좌우된다. ‘빠르고 치열하게’의 강박감에 시달린다. 자기 스스로 잘해야 한다는 기준을 정해놓고 쫓긴다. 이 쫓김이 욕심이다. 지나친 욕심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쉼이요, 휴식이다.
어깨가 결려 한의원을 찾아가면 침을 놓기 전에 어깨에 힘을 빼라고 한다. 야구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들어서도 어깨와 팔에 힘을 빼라고 한다. 스포츠 댄스를 배워도 마찬가지다. 운동이나 일을 할 때 먼저 힘을 빼라고 한다. 긴장을 풀고, 마음의 힘을 빼는 것이 욕심 버림이다. 욕심을 버리고 힘을 빼야 심신이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부드러움의 출발점이 힘을 빼는 것이다.
운동을 시작할 때는 준비운동으로 힘을 빼고 근육을 부드럽게 한다. 마칠 때도 정리운동으로 힘을 빼고 몸을 부드럽게 정리한다. 운동 전후에 몸풀기로 힘을 빼고 근육을 이완시켜 주듯이, 삶의 과정에서 힘을 빼고 풀어주고 재충전시켜 주는 과정이 쉼이다.
휴식은 게으름이 아니다. 여름날 나무 아래나 풀밭에 누워 물소리를 듣거나, 떠다니는 구름을 보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다. 몸의 긴장,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일이다. 먹고, 자고, 일하고, 꿈꾸고, 사랑하고, 쉬는 전체가 삶이다. 쉼은 삶의 한 부분이다. 쉼표 없는 악보는 없다.
참된 쉼은 노동의 완성이다. 창조주도 6일간의 천지창조 후에 7일째 안식하였다. 안식이 창조의 완성이다. 인간은 창조되자마자 노동을 배운 것이 아니라, 안식을 배웠다. 창조주 안에서 쉬는 법을 배운 것이다. ‘쉼’은 창조적 삶의 완성이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먼 데 하늘이 알알이 들어와 박혀 청포도가 익어갈 때까지.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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