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관세 관련 서명 서한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서한에서 “불행히도 우리 관계는 상호적이지 않았다”면서 “8월 1일부터, 우리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품목별 관세와 별도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일단 3주간의 협상 시한을 벌었다며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로 정해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변경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우리 정부로선 난감한 상황이 됐다. 하루 전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진척 정도에 따라 관세 부과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상습적인(?) 발언 번복으로 관세 협상은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SNS ‘트루스 소셜’에 “어제 여러 국가에 보낸 서한과 오늘과 내일, 그리고 앞으로 짧은 기간 내로 발송될 서한에 따라 관세는 2025년 8월 1일부터 부과될 예정”이라며 “이 날짜는 변경될 예정이 없다. 앞으로도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이어 “모든 (관세) 금액은 8월 1일부터 납부가 시작되며 연장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14개국에 상호관세 서한을 전달한 바 있다. △한국·일본·말레이시아·카자흐스탄·튀니지에는 25% △남아프리카공화국·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는 30% △인도네시아에는 32% △방글라데시·세르비아에는 35% △태국·캄보디아에는 36% △라오스·미얀마에는 40%의 상호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아무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연장 없다’는 발표가 진짜 최후통첩인지 관세 시한을 앞두고 교역국 압박 차원인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당초 8일 종료 예정이었던 관세 유예 기간은 8월 1일까지 연장된 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번 ‘연장 불가’ 방침을 공식화함에 따라, 해당 국가들은 남은 3주 안에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하지 못할 시 고율의 보복관세가 현실화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TACO’(트럼프는 언제나 물러난다) 심리가 작용하고 있어서인지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보합에서 거래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늘 일관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뉴스1에 따르면,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3주가량 늦춰졌지만 협상 낙관이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외교·통상 라인은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고 방미 특사단 구성 등 정부 차원의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양국 의견차를 좁혀가는 실무협상도 중요하지만 정상 간 큰 틀의 합의가 협상 타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반면 예측이 힘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조급한 모습을 보이면 수세적 협상을 자처한다는 우려 역시 엇갈리고 있다. 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25%의 상호관세를 8월 1일까지 유예하겠다는 서한을 발송하면서 위 실장은 최소한의 성과는 달성했다. 또한 미국의 핵심 실세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위 실장 간 만남이 성사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다만 상호관세 협상이 연기됐을 뿐 여전히 우리 측 요구가 얼마만큼 수용될 수 있을지 미지수란 점에서 대통령실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한미통상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소집해 향후 대응책을 모색하는 등 3주간 골든타임 안에 최대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한미 정상회담 시점을 두고 양국 간 미묘한 신경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8월부터 셧다운에 들어가는 미국 행정부 상황을 고려하면 한미 정상회담 마지노선은 ‘7말 8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통상 정상회담은 양국 실무진 간 긴밀한 사전 조율을 통해 대부분의 의제에서 합의가 이뤄진 후 성사된다. 8월 1일이 유예 기한인 만큼 이를 전후한 시점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관세 협상에서 양국의 의견 접근에 큰 진전을 방증하는 신호가 된다. 야당은 조속한 양 정상 간 회동을 촉구하며 한미회담 실패 시 대대적 공세를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사단 파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속한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세 협상 테이블에 앉을 미국에 이재명 정부가 보낸 시그널은 대북 확성기는 끄고, 한미회담은 오리무중” 등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대통령실도 최대한 이른 시점 한미 정상회담 성사에 노력 중이다. 다만 국익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보여주기식 ‘이재명-트럼프’ 만남보단 실질적 성과에 초점을 맞춘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조속한 협의도 중요하지만 국익을 관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가치”라며 “당장 관세율이 인상되는 상황은 피했고, 7월 말까지 대응시간을 확보한 만큼 국익을 최우선으로 미국과의 협상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관계부처에 당부했다. 대통령실이 ‘국익 우선’ 원칙론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협상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7말 8초’ 회담 불발 시까지 염두에 둔 계산된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미 정상회담 지연을 불사하더라도 향후 수년 이상 중장기적 후폭풍이 큰 관세 협상을 졸속 처리할 수 없다는 이 대통령 의중도 반영됐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외교는 빨리 서두르면 양보할 게 더 많아지고 적절한 허장성세도 필요하다”며 “지금 야당이 한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로만 공세를 펴는 것은 철저히 국익을 외면한 행태”라고 했다. 정현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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