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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고 닦아야 할 인심(人心)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7월 07일(월) 19:38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경북연합일보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금강산·설악산·태백산·소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큰 산줄기다. 백두대간이 소백산에서 방향을 틀어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덕유산이 있다. 덕유산은 전북 무주군·장수군과 경상남도 거창군·함양군 경계에 있는 산이다. 주봉인 향적봉과 남덕유산을 잇는 능선은 전북과 경남의 경계이다. 이 덕유산에서 지리산으로 향하는 백두대간의 꿈틀거림이 깊은 계곡 험준한 지세의 원학동천(猿鶴洞天)을 만들었다.
원학동은 영남 제일의 동천(洞天)으로 알려진 ‘안의삼동(원학동, 화림동, 삼진동)’ 중의 하나다. 위천을 따라 월성계곡의 아래쪽에 있는 동천(洞天)이다. 洞은 맑은 계류가 흐르고 산수가 아름다우며 경치가 좋은 계곡을 뜻하는 용어다. 원학동천(猿鶴洞天)의 중심에 수승대가 자리하고 있다. 수승대의 계곡은 덕유산에서 발원한 갈천이 위천으로 모여 구연(龜淵)을 이루면서 흐르는 물길이 조형해 놓은 비경이다.
수승대는 암반 위를 흐르는 계류의 가운데 위치한 거북바위(龜淵岩)가 중심이다. 계곡의 건너편에는 요수정(樂水亭), 계곡의 진입부에는 구연서원(龜淵書院)이 있으며, 서원의 문루격인 관수루(觀水樓)는 요수정의 반대쪽에 마주하고 있다. 요수와 관수는 모두 계곡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즐기는 풍류의 멋을 음유(吟遊)하는 말이다. 요수정과 관수루에서는 거북바위가 위치한 수승대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북바위는 마치 바위가 계류에 떠 있는 거북의 모습과 비슷하게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나지막하지만 오랜 세월 풍상을 겪은 노송들이 곳곳에 자라고 있는 거북바위에는 수승대의 문화적 의미를 알 수 있는 글들이 새겨져 있다. 퇴계의 시 〈퇴계명명지대(退溪命名之臺)〉와 갈천 임훈(林薰)의 화답 시 〈갈천장구지대(葛川杖廐之臺)〉. 외에도 풍류 시인의 시가 가득하다.
계곡의 건너편에 벼슬보다는 학문에 뜻을 둔 학자로 향리에 은거하며 소요 자족했던 요수 신권 선생의 요수정(樂水亭), 동쪽에는 구연서원이 있다. 구연서원의 문루인 관수루는 “물이 흐르다가 구덩이를 만나면 구덩이를 다 채우지 않고는 흐르지 않는다 (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는 뜻으로 군자의 학문은 웅덩이를 채우는 물과 같아서 한 웅덩이를 가득 채운 후 비로소 그다음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학문의 방법과 아름다운 동천의 계곡에서 어떻게 물을 관조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수승대 앞 너럭바위에 연반석(硯磐石)과 세필짐(洗筆㴨)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연반석이란 스승 앞에서 제자들이 벼루를 갈던 바위란 뜻이고, 세필짐은 수업을 마친 제자들이 흐르는 물에 붓을 씻던 자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주암 위의 오목한 부분을 장주갑(藏酒岬), 이곳에 막걸리를 부어 시험에 합격한 제자들에게 마시게 한 운치 있는 곳이다.
수승대(搜勝臺). 신라와 백제의 국경으로 신라로 가는 백제 사신들이 수심에 차서 송별하는 곳이라고 수송대(愁送臺)인 것을, 퇴계 이황이 이곳의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수승대’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국경 지역에서 명승지의 이미지로 전환한 것이다.
영남 제일의 동천 원학동. 그 중심의 수승대. 시원한 경치와 더불어 선비들의 학문과 기개와 충절, 수송대에서 수승대로 이름을 바꾼 동서 화합의 정신. 물소리 바람 소리에 땀 씻고 마음 씻고. 씻은 빈속에는 맑음을 채운다.
“유구를 흘러 흘러 돌과 바위 갈고 닦아 모양도 둥글둥글 빛조차 깨끗하구나. 인심을 닦아온 지는 역사 아직 젊더냐.” 인심도 갈고 닦여 화합이 이루어졌으면 좋으련만.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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