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달 1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가 9일, 1차 공판기일 일정을 오는 18일에서 ‘추후 지정’으로 변경해 버리는 이례적인 사태가 일어나자, 후폭풍이 거세게 일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그런데 10일에는 대장동 재판 기일 공판도 ‘잠정 연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오는 24일로 예정됐던 이 대통령의 속행 공판 기일을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당초 공판기일은 지난달 13일과 27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재판부가 이 대통령 측 기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6·3 대통령 선거 이후인 오는 24일 오전 10시 30분으로 변경돼 재지정된 바 있다. 선거법 파기환송심의 경우, 당초 서울고법은 사건을 돌려받은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일 담당 재판부를 배당했고, 배당 직후 재판부는 첫 공판을 지난달 15일 오후 2시로 지정하고 소송 서류 송달 촉탁서를 보내는 등 사건 진행에 속도를 냈다. 그러다가 당시 거대 야당이던 민주당이 재판 연기를 계속 압박하자, 지난달 7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첫 공판기일을 6·3 대통령 선거 이후인 오는 18일 오전 10시로 변경했다. 당시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사법부가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대통령 선거일 이후로 기일을 변경했으면 그대로 진행해야 함에도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거대 여당 민주당이 현직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재판을 중지하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과 대법관을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는 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을 밀어붙일 기세를 보이자, 마치 절대권력에 굴복하기라도 하듯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된 사건에 대해 ‘기일 추후 지정’을 함으로써 사실상 재판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사법부의 독립 포기 선언이냐’고 조롱 섞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기일 추후 지정’이란 기일을 변경, 연기 또는 속행하면서 다음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경우다. 법률상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경우 등에 해당해 사실상 기일 지정이 무의미한 경우 등에 이뤄진다. 사실상 재판이 중단되는 것이다. 서울고법 측은 기일 추후 지정을 결정하면서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다. 그런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법 84조는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상관없이 당선 전에 피고인 신분으로 진행되던 형사재판을 중지하라는 조항이 아니다”라고 해석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통령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을 무기한 연기한 서울고법 결정에 대해 “스스로 사법부 독립을 꺾었다”고 비판했다. 또 한 전 대표는 헌법 68조를 거론하며 “민주당과 서울고법 형사7부 주장대로 대통령이 되면 진행 중인 재판이 중단되는 것이라면 헌법 68조의 ‘판결로 대통령 자격을 상실한 때’라는 문구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헌법 68조 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한다. 앞서 한 전 대표는 지난해 헌법 84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재판이 당선 전 이미 시작된 경우 재판이 중단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헌법 84조 논쟁’에 불을 붙인 바 있다. 뉴스1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송3법,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등의 처리를 일단 보류했다. 노종면 당 원내대변인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관련 법안은) 결국 새 (원내)지도부에서 스크리닝(검토)을 한 번 더 해보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12일 개최가 예상됐던 본회의는 열리지 않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에 “여야 교섭단체로부터 본회의 개최 요청이 없어 12일 본회의는 개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 대변인은 본회의 개최 요청을 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전반적으로 봤을 때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는 마당에 어려운 과제들을 마무리 짓고 새 지도부가 출범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새 지도부에서 다시 한번 총괄 검토를 해서 처리하는 것이 맞는지 한쪽으로 확 기울지 않았다”며 “원내지도부 내부의 상의, 또 각 상임위원회의 상의, 대통령실과 상의 등을 거쳐서 결론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원내지도부가 들어선 후) 조금 더 조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시간은 조금 더 걸릴 것이고 아니면 빠르고 속도감 있게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며 “그 이후의 상황은 모두 오롯이 새 원내지도부가 의원들과 함께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3특검법(내란, 김건희, 채해병)에 나설 특검 후보자 추천도 새 원내지도부가 할 가능성이 커졌다. 노 대변인은 “시간을 계산해 보면 지금 원내지도부에서 민주당 몫 후보를 추천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10일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공직선거법 재판 수용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고등법원이 헌법 84조를 적용,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연기한 것을 언급하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본인이 선거 과정에서 밝힌 것처럼 모든 기소가 조작에 불과하고 죄가 없다면, 당당하게 재판 진행을 수용할 것을 선언하라”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그것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권위를 지키는 길이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일무이한 재판 5개를 받는 형사피고인 이재명 대통령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법을 만들어 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공직선거법 재판의 무기한 연기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모습이 처량하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재판부를 겁박해 재판을 중지시키는 것을 넘어 이 대통령에 대한 일체의 재판을 중지하는 형사소송법 처리를 강행하려 한다”며 “국민 다수가 재판 계속의 당위성을 인정하는데도 민주당은 재판중지법을 기어코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수석은 “재판중지법이 처리되면 서울고법과 중앙지법, 수원지법에서 진행 중인 이 대통령 위증교사 사건 등이 모두 중지된다”며 “민주당은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명문화하겠다는 주장을 숨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석이 분분한 헌법 규정에 대해 이 대통령에게 유리한 자의적 해석을 헌법의 하위 규정인 법률로 명문화한다는 것 자체가 위헌적 발상”이라고 했다. 정현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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