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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독립 포기’ 선언이냐, 사법부의 시혜냐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6월 10일(화) 19:34
서울고법 형사7부가 9일, 헌법 84조를 근거로 들며 이달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을 변경하고 추후지정했다고 밝히자,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기일 추후 지정’이란 기일을 변경, 연기 또는 속행하면서 다음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경우다. 법률상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경우 등에 해당해 사실상 재판이 중단되는 것이다.
이로써 파기환송된 이 대통령의 선거법 2심을 진행할 재판부는 대선 기간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싸고 불거진 헌법 84조 해석 논란에 대해 가장 먼저 개별 재판부 판단을 내놓은 셈이 됐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미 기소를 한 재판은 그대로 진행된다는 견해와, 이미 기소된 형사재판도 대통령 당선 시 임기 만료까지 중단돼야 한다는 견해가 각각 제시됐다.
대법원은 이 문제에 대해 각 재판을 맡은 개별 재판부에 달려 있다는 입장만 밝혀 왔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법 재판부가 불소추특권에서의 소추에는 형사재판까지 포함된다는 첫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로 인해 사법부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란 절대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오해를 사게 됐다는 점이다. 서울고법의 판단은 민심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과반(過半)의 국민은 다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진행되던 재판은 계속 받아야 한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사법부 독립 포기 선언 아니냐’며 비아냥대고 있다.
사법부의 최근까지의 행태를 보면 이런 오해를 받을 만하다. 대법원은 지난달 1일 이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서울고법은 사건을 돌려받은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일 담당 재판부를 배당했다. 배당 직후 재판부는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지난달 15일 오후 2시로 지정하고 소송 서류 송달 촉탁서를 보내는 등 사건 진행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민주당이 재판 연기를 계속 압박하자, 지난달 7일 재판부는 첫 공판 기일을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당시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이래 놓고 민주당이 거대여당이 되자, 사법부는 사실상 재판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더 뻔뻔하다. 그는 “법원이 ‘우리가 떡 하나 줄 테니까 재판중지법을 통과 안 시켰으면 좋겠다’는 시그널로 읽힌다”며 “정권이 교체되니까 마치 자기들이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회의를 열어 ‘재판중지법’과 ‘대법관 증원법’ 등을 처리하겠다고 되레 큰소리쳤다. 그나마 민주당이 원내대책회의에서 새 원내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일단 보류하기로 해 여야 간 정면충돌은 일단 피하게 됐다.
아무튼 서울고법의 이 결정이 대법원의 판단이 아니기에 대장동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비롯한 나머지 사건 재판부의 경우 이번 선거법 재판부 판단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사법부는 더 이상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법과 원칙과 상식’에 따라 제대로 된 판단을 해야 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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