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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준, 교활한 사기꾼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5월 21일(수) 18:56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경북연합일보
21대 대선 후보들이 능력과 실적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시대를 앞서가는 개혁자요, 민중의 대변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분들 중 기발한 분들도 있어서. 서민들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한 봉이 김선달 생각이 난다.
임·병 양란의 광풍이 휩쓸고 간 뒤에 위정자들은 민생을 외면한 채 북벌이나 예송논쟁 같은 소모적인 사안에 매달린다. 그러다 절대 권력인 임금까지 허수아비로 만든 떼거리 세도정치의 파고에 휩쓸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혼란한 시기에 사회 현실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이야기들이 퍼진다. 봉이 김선달도 기발한 착상과 허를 찌르는 행동으로 상대를 농락하여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숙종 이후 농업생산력이 발달하고 화폐경제가 촉진되었으며, 인구 증가와 함께 농촌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기 시작한다. 이런 현상은 농업경제가 취약했던 북방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평안도에서는 대청 무역이나 금광업으로 거부가 된 상인들이 많았고, 그들을 등쳐먹는 투기꾼과 건달의 활동도 늘어난다. 김선달의 사기행각이 이런 사회 현상을 대변해 준다.
김선달은 뜻을 품고 한양에 올라왔지만, 변변찮은 문벌과 서북인을 차별하는 풍조로 무시당하자, 권세가와 부유한 상인 등을 골탕 먹임으로써 세상을 조롱한다. 그는 뛰어난 사기꾼이기도 하지만 몰락 양반 출신으로 당대의 정치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건달이기도 하다. 골탕 먹인 대상에 여인이나 평민도 섞여 있어서 문제였지만.
봉이 김선달. 과거에 걸리긴 했는데 관직에 임명되지 못했다. 재산이나 배경이 없는 급제자들은 미관말직조차 얻지 못했다. 그래서 ‘선달(先達)’이다.
김선달이 장날 닭 전에서 크고 빛깔 좋은 장닭을 발견. 주인에게 봉황이라 우기며 팔아라 한다. 아니라 하던 주인도 욕심이 생겨 수탉을 봉황이라 하고 비싼 값에 판다. 김선달은 그 수탉을 안고 관아로 달려가 희귀한 봉황이라고 사또에게 바친다. 사또가 ‘닭을 봉이라’ 한다고 화를 내며 볼기를 치자 김선달은 자신이 닭 장수에게 속았다고 항변했다. 관아에 끌려온 닭 장수는 어쩔 수 없이 닭값에 볼기 맞은 값까지 더하여 몇 배로 물어주었다. 결국 닭 장수가 골탕을 먹었다.
김선달은 남을 골탕 먹이기 일쑤였다. 엽전 한 푼 없이 한양으로 가던 도중 일부러 물에 빠진 척한 뒤 자기를 구해준 나그네에게 잃어버린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생떼를 쓴다. 웃음을 주긴 해도 이건 아니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니 내 보따리라니.
김선달의 사기행각 중에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사건이다. 김선달이, 한양에서 욕심 많은 부자 상인이 온다는 정보를 듣고 실로 기상천외한 사기극을 연출한다. 대동강의 물을 길어가는 물장수들에게 미리 엽전 두 냥을 나누어 준 다음 물을 퍼갈 때마다 한 냥을 자신에게 돌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런 다음 한양의 부자에게 자신이 물장수에게 물세를 받는 장면을 보여주어 탐욕을 부채질한다. 그렇듯 용의주도한 공작을 펼친 끝에 김선달은 임자 없는 대동강을 거금 삼천 냥에 팔아넘긴 것이다. 이튿날 부자 상인은 김선달처럼 강변에 가서 대동강 물세를 거두려다 물장수들에게 몰매를 맞고 쫓겨난다.
교활한 사기꾼 봉이 김선달. 주로 양반이나 부자를 대상으로 삼았지만, 무고한 서민을 대상으로 한 경우도 있다.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존재라면 가까이 다가선다. 시대를 앞서가는 민중 의식이나 개혁 의지는 아니다. 김선달은 선량한 민중의 대변자가 아니다. 웃음을 준, 교활한 사기꾼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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