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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등신 머저리와 현인(賢人)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5월 13일(화) 19:16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경북연합일보
어리석음을 나타내는 말에 ‘바보’, ‘등신(等神)’, ‘머저리’ 등의 말이 있다. ‘등신(等神)’은 아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 원래는 나무, 돌, 흙, 쇠 등으로 만든, 사람의 형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순우리말 ‘머저리’에 가깝다. 멀쩡한 몸과 정신으로 모자라는 짓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욕설이다. ‘머저리’는 하는 짓이나 말이 얼뜨고 투미한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며, 상대방을 어리석고 무능하다고 비하하는 말이다.
세상을 피해 산야에 묻혀 산 은자(隱者) 소부(巢父)와 허유(許由)의 이야기. 성군(聖君)의 대명사로 불리는 요(堯)임금이 허유(許由)에게 왕의 자리를 맡아 달라고 부탁하자 허유는 들어서는 안될 말을 들었다며 얼른 영수(潁水)에 가서 귀를 씻었고, 소부(巢父)는 더러운 귀를 씻은 물을 말에게 먹일 수 없다며 말을 몰고 상류로 갔단다. 아들이 있지만 현인을 찾아 왕의 자리를 물려주려는 요임금이나 순임금, 주겠다는 임금 자리를 별나게 사양한 허유, 소부는 바보 멍청이인가, 현인인가.
그런데, 차원이 다른지는 몰라도 바보, 등신, 머저리라고 욕을 먹어도 싼 사람, 욕을 버지기(많이), 버지기 떼기로 얻어먹어야 할 사람이 있다. 대통령직을 아무렇게나 내던진 사람. 아니 대통령직에서 쫓겨 난 사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자다가 생각해도 모를 일이다. 내가 바보라서 이해가 안 되는가, 삶의 차원이 달라서 그런가. 도대체 모르겠다. 좋은 대통령 되겠다고 그렇게 목청을 높이더니, 불명예스럽게 중도 하차라니. 그런 무책임한 대통령을 뽑은 사람들이 등신 바보였다는 생각이 든다.
조기 대선(大選)에 후보자 단일화 문제가 떠들썩하다. 바보, 머저리가 없는, 약은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잘될 것 같지 않았다. 요순(堯舜)시대가 아니니 허유(許由)나 소부(巢父) 같은 욕심 없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같은 대상을 앞에 놓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멸할 것을 알면서도 조율이 안 된다. 약 바른 고양이 밤눈 어두운 격이거나, 바보 머저리가 아니고 뭔가. 단일화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믿은 사람들이 등신 머저리인가 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상황이 달라져 말이 바뀌면 얄미워진다.
세상에는 얄미운 사람이 더러 있다. 너무 똑똑해서 얄미운 사람도 있고, 너무 실리를 챙겨서 얄미운 사람도 있고, 변덕이랄까, 말 바꿈이 심하여 얄미운 사람도 있다. 어느 분이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은 민주공화국을 위한 기본 가치로 절대 훼손돼선 안 된다”라고 했다. 그 전날 한 발언의 취지와 상치되어 좀 얄밉다. 자신의 유불리(有不利)에 따른 변덕은 현명함인가, 약은꾀인가. 비중 있는 사람의 언사(言事)이기에 얄밉다.
근래에 자주 나 자신이 바보인가, 머저린가 생각해 본다. 모자라는 사람에게 붙이는 말에 이질감이 없는 것으로 보아 바보 등신 부류에 속하는가 보다. 한때는 바보가 순수와 통한다고 믿었었다. “바보 온달”은 바보가 아니라, 순수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다른 사람을 너무 잘 믿는 내가 바보인 것을.
어느 회사 면접시험에서 면접관이 얼굴이 말(馬)상으로 생긴 응시자에게 조롱 섞인 질문을 했다. ‘응시자분은 지금 넋 나간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얼굴이 무척 깁니다. 혹시 머저리와 바보의 차이를 아나요, 머저리와 바보는 뭐가 다른가요?
이 질문을 받은 청년이 얼굴을 붉히지도 않고 태연하게 ‘네! 결례되는 질문을 하는 쪽이 머저리이고, 그 질문에 대답하는 쪽은 바보입니다.’라고 대답. 우문현답(愚問賢答)으로 최종 합격자가 되었다는 에피소드에 마음 비우고 웃어본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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