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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심’을 버리자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5년 05월 08일(목) 18:40
↑↑ 서병진 전 경주여고 교장
ⓒ 경북연합일보
순수 우리말에 ‘용:심’이란 말이 있다.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는 심술궂은 마음이다. 누구에게나 약간의 ‘용심’은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여동생이 먼저 결혼하니 ‘용심’이 생기는 모양이다. 자기 얼굴이 유달리 까만데 며느리는 어디다 내놓더라도 눈에 뜨일 정도로 희게 생겼으니 괜히 ‘용심’이 나는 모양이다.” 등으로 질투심에 가까운 뜻으로 쓰이며, 용(:-)의 발음이 길다.
물론 용심(用心)도 있다. 어떤 일에 마음이 쓰임을 뜻한다. 신경이 쓰인다는 뜻이다. 조금 걱정된다는 뜻이다. 공자는 종일 배부르게 먹고 마음 쓰는 바가 없다면 문제가 심각하다(飽食終日 無所用心 難矣哉) 했다. 이는 신경 써서 살라는 말, 마음 써서 열심히 공부하며 살라는 말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젊었을 때, 열심히 공부해서 과거에 응시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아버지가 밥벌이라도 하려면 관상이라도 배워보라고 권했다. 선생은 중국에서 들어온 관상학의 비서(祕書)인 <마의상서(麻衣相書)>를 구해 독학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닦아졌을 때 거울을 놓고 자신의 관상을 보았다. 가난과 살인, 풍파, 불안, 비명횡사할 관상이었다. “내 관상이 이 모양인데 누구의 관상을 본단 말인가!” 탄식하는 차에 ‘상호불여신호 신호불여심호(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라는 그 책의 마지막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보다 건강한 몸이요, 몸보다 마음씨라 했다. 다시 용기를 얻은 선생은 책을 덮고 마음공부를 하여 훗날 민족 지도자가 되었다.
<마의상서(麻衣相書)>의 저자인 마의선인(麻衣仙人)이 길을 가다 얼굴에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머슴을 보았다. 머슴에게 곧 죽을 운명이니 너무 무리하게 일하지 말라고 일러주고 헤어졌다. 며칠 후 그 머슴을 다시 만났는데 놀랍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부귀영화를 누릴 관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머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물었더니 계곡물에 떠내려가는 나뭇잎 위에 개미 떼가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고 건져 주었다고 했다. 선한 마음과 작은 선행이 머슴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구절에 불여심호(不如心好)를 넣은 것이다.
마음 쓰는(用心) 일, 관심을 가지는 일에도 선하게 마음을 쓰느냐 악하게 마음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마음을 잘 사용하는 법이 ‘용심법(用心法)’이며, 바로 심상을 바꾸는 공부다. 일단 마음을 멈추고, 잘 생각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실행에 옮기는 마음공부를 해야 한다. 말을 함부로 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은 말하기 전에 이 말이 복이 되는지 죄가 되는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인지,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말인지를 생각하여 말하면 입으로 짓는 죄를 줄일 수 있다. ‘입이 보살’을 면할 수 있다.
욕심에는 선한 것과 선하지 않은 것이 있다. 욕심이라도 선하면 희망이 보이고, 측은지심이 일어나 어려운 이웃이 눈에 들어온다. 선하지 않은 욕심은 자신과 주위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공연히 심술을 부려 남을 해롭게 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용심(用心) 중에도 공연히 심술을 부려 남을 해롭게 하는 마음이 우리말 ‘용-심’이다.
우리말 ‘용심’은 남이 잘되면 배가 아파진다. 대표적으로 시어머니의 ’용심’이 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편한 것을 두고 보지 못한다. 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앗긴 시샘인 것 같다. 일찍 남편을 여읜 홀시어머니가 더 심하다고 한다, 미워지고 심술이 나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용-심’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런 ‘용심’이 너무 판을 치는 것 같다. 자신을 높이는 일에 마음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남을 깎아내림으로 자신을 높이려고 하는 흑색선전이 ‘용심’에서 나온다. 남을 헐뜯지 말자. 마음공부 하여 ‘용심’을 버리자.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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