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이 있다. 지금 보수진영과 국민의힘의 대선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내분 양상을 보면 딱 그 꼴이다. ‘범보수와의 무조건 단일화 조속 추진’을 약속하며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거머쥔 김문수 후보가 막상 단일화에 미온적·소극적 태도를 보임에 따라 당내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으로 해볼 만한 싸움이 되자 “그새 딴맘 먹었나”라는 성토가 나오고 있고, 내분 양상으로 치달을 기세다. 다만 실질적인 1차 단일화 데드라인이 오는 11일 대선후보 등록 마감이란 점에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서 우위를 쥐기 위한 포석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에 뒤처지는 지지율을 조직력과 정치자금 등을 활용해 보다 끌어올린 뒤 단일화에 나서려 한다는 분석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 단일화 시 한 후보가 적합하다는 응답이 30%, 김 후보가 적합하다는 응답은 21.9%이었다.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한정하면 한 후보는 49.7%, 김 후보는 24.2%로 두 후보 간 격차가 더 벌어졌다. 그러나 범보수 진영이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이재명 후보와의 경쟁에서 대패할 수 있다는 우려 등에 따라 결국 빅텐트는 구축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지난 이틀 새 벌어진 일들을 보면, 단일화 진통이 쉬이 해소되기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 많아지는 양상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5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문수 당 대통령선거 후보를 향해 “4~5일 안에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권 위원장은 김 후보 측을 겨냥해 “우리 주위에 ‘시간을 끌면 우리 편으로 단일화될 수밖에 없다’라며 안이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런 식으로 단일화된 후보로는 국민들 마음 얻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선 초반부터 흔들림 없이 단일화 주장한 후보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한 후보를) 즉시 찾아뵙고 신속하고 공정한 단일화를 성사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던 경선 과정에서의 다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에 아름다운 패배란 존재하지 않는다. 패배는 패배일 뿐이다. 승리를 위한 단일화의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 5일에는 또, 김문수 대선후보와 지도부가 대선후보의 ‘당무 우선권’을 놓고 충돌했다. 김 후보 측은 “후보의 당무 우선권은 존중돼야 한다. 중앙선대위, 선거대책본부, 후보가 지명한 당직자 임명을 즉시 완료해야 한다. 그래야 후보 단일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사태가 악화할 기미를 보이자, 국민의힘은 심야 비대위를 열고 선대위 출범 등을 의결했다. 사무총장 교체 여부에 대해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른 시간 안에 후보 측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교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반이재명 빅텐트’ 구성 여부와 관련해 “이번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단 한 번도 흔들림 없이 밝혀왔다”며 “앞으로 제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밝혔다. 한편,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와 이낙연 새로운민주당 상임고문이 6일 ‘반(反)이재명 개헌연대’에 사실상 합의했다.
한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회동한 후 “이 상임고문께서 적극적으로 개헌연대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상화에 역할을 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 상임고문은 “함께 개헌연대를 구축해 개헌을 추진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고 화답했다. 뉴스1에 따르면,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논란에 “5월 7일 전 당원을 대상으로 단일화 찬반 조사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반드시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전 당원께 의견을 여쭙도록 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권 위원장은 2가지 원칙만은 분명하다며 “하나는 한덕수 후보와의 반드시 단일화를 이뤄야 하는 것”이라며 “또 하나는 그 단일화가 어떻게든 5월11일까지는 완료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 위원장은 만일 두 후보 간의 단일화가 실패한다면 “저는 당연히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장을 사퇴할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특히 권 위원장은 만일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당은 당장 공중분해 될 텐데 공천권이고 당권이고 무슨 의미가 있냐”며 “당을 공격하는 자해 행위는 이재명만 도와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김 후보를 향해 “당무 우선를 논하기 전에 국민과 당원과의 약속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김문수 후보께서 스스로 하신 약속을 다시 한 번 기억해달라”고 역설했다. 이어 “한덕수 후보 먼저 찾아보겠다는 약속. 그 약속을 믿고 우리 당원과 국민들은 김문수 후보 선택했다”며 “이제 와서 그런 신의를 무너뜨린다면 당원과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고, 우리 국민들도 더 이상 우리 당과 후보를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현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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